비밀의 요리책
엘르 뉴마크 지음, 홍현숙 옮김 / 레드박스 / 2009년 2월
평점 :
절판









  처음 신간코너에서 이 책을 봤을 때도 ‘- 요리책’이라는 제목에 레시피들을 담은 책인 줄로만 알았다. 요리엔 별로 관심이 없는 터라 지나치면서도 꽤 작고 두꺼워 독특하다는 생각은 했었다. 그러다 눈에 들어온 ‘향수’란 키워드. 순간 요란한 기억으로 남아 있던 <향수>란 책이 떠오르면서 다시 이 책을 돌아보게 만들었다.




  배경은 15세기 베네치아. 부모로부터 버림받고 거리의 부랑자처럼 살던 소년 루치아노는 어느 날 여느 때처럼 석류를 훔치다가 총독 주방장의 눈에 띄게 되고, 그의 밑에서 일하며 요리사가 될 기회를 얻게 된다. 자꾸만 페레로 로쉐를 떠올리게 만드는 페레로 주방장과 우연히 그의 밑에서 일하게 된 루치아노가 바로 이 ‘비밀의 요리책’에 연루된다. 온갖 전설과 소문에 따르면 비밀의 요리책에는 연금술뿐만 아니라, ‘불멸의 약’, 사랑의 묘약 등 실재한다고 믿기 어려운 것들의 레시피가 들어있다고 한다. 그러나 그 이면에는 더 크고 무서운 역사의 진실이 암호화되어 기록되어 있었다. 기독교에 반하는 입장들의 글들이 속속 등장하기도 했지만, 그러한 종교적인 서술들이 불쾌하기보다는 흥미롭고 새롭다는 것을, 무엇보다 참 재미있는 상상력이라는 것을 느끼게 해 주었다.




  소설, 즉 허구이면서도 실재로 음식 재료들의 역사를 기술하고 있어 읽는 재미가 더해졌던 것 같다. 석류부터 치즈, 채소들, 고기들, 향신료들의 역사를 읽는 동안 뭔가 신비로움이 느껴지기도 했고 무언가에 압도되는 듯한 느낌이 들기도 했다. 아무래도 ‘요리책’이다보니 요리하는 과정이 많이 그려지기도 했고 요리사들의 요리에 대한 철학과 신념이 드러나는 대목도 많이 있었다. 그렇지만 독자의 입장에서, 특히 요리에 관심이 없는 독자의 입장에서 보더라도 요리의 매력에 빠져들게 될 만큼 저자는 ‘요리의 세계’를 달콤하면서도 아름답게 그려나가고 있었다. 그 속에서 등장인물들은 요리를 통해 인생이라는 것을 알게 되고, 그로부터 시작되는 지식들을 얻게 되며, 진실함과 진중함을 자연스레 깨닫게 된다. 우리는 루치아노를 통해 ‘요리의 세상’이라는 또 하나의 아름다운 세상을 엿보게 되며, 이것은 아주 흥미롭고 즐거운 일로 우리에게 다가온다.




  그가 버려졌던 어린 시기에 대한 서술은 안타깝기 그지없었다. 성도 모르며, 생일은 커녕 진짜 나이도 알지 못하는 비극적인 현실. 그러나 음식을 만든다는 신성한 행위를 통해 마음의 변화를 가져오고 죽을 수도 있었던 사람을 살려내기도 하고 새로운 사건들에 직면하기도 하고 좋은 사람들을 만나기도 하면서 루치아노는 조금씩 성장할 수 있었던 것 같다. 도둑질 인생에서 점점 나은 삶을 살게 되면서 말이다. 그런 점에서 성장소설이라고 할 수도 있는. 부랑자 시절에는 도저히 상상조차 할 수 없었던 그야말로 사람다운 삶.




  들춰내어 알아내기가 겁이 나기도 하는 두렵고 신비한 역사와 맛있는 음식을 만드는 ‘기술’이라는 것을 아주 달콤하면서도 매혹적으로 요리해낸 엘르 뉴마크의 <비밀의 요리책>. 저자의 아버지가 요리에 대해 일가견이 있는 분이시라고 하니, 요리는 저자에게 있어 새로운 의미로 다가왔을 것이다. 15세기 베네치아의 모습을 보여줌과 동시에 그 시기의 역사를 살며시 끄집어내어 보여주며 루치아노의 성장기를, 등장인물들의 모험을 보여준 색다른 이야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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