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 추파춥스 키드
최옥정 지음 / 문학의문학 / 2009년 1월
평점 :
품절








  참 달콤한 사탕, 추파춥스. 그리고 추파춥스처럼 달콤한 사랑? 그러나 그들의 사랑이야기는 달콤하지만은 않았다. 그녀는 추파춥스 사탕을 빨아먹듯 달콤함을 음미하며 오래 녹여 먹을 수 있는 사탕 같은 삶을 꿈꾸는 것일까.




  로맨스 영화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아마도 ‘세렌디피티’를 보았을 것이다. ‘존 쿠삭’이 남자 주인공으로 나왔던 그 영화는 정말 현실 불가능한 상황을 설정해 놓고 그 속에서 우연이라는 극적 만남을 통해 사랑을 찾는 이야기이다. 사람들이 꿈꾸는 낭만이 바로 그 영화에 오롯이 담겨 그려져 있다. ‘세렌디피티’라는 제목은 한 번 들으면 저절로 가슴에 아로새겨지는 단어이다. 그리고 영화를 보고 나면 가슴 속에서 아예 로맨틱한 단어로 자리 잡는다. 이 책을 읽고 나서야 영화 제목이 옛 이야기에서 유래해 ‘우연히 발견하는 능력, 그리고 그 행운을 감당할 수 있는 능력’을 말하는 단어임을 알았다.




  <안녕 추파춥스 키드>의 나, 희수 역시 그런 삶을 꿈꾼다. 영화에 빠져 온통 로맨스로 뒤덮인 상황을 가슴 속에 그리면서도 한편으로는 모든 게 비현실적임을 알고 있는 희수는 스물여섯의 ‘백조’다. 그런 희수에게도 영화 같기만 한 극적 만남이 찾아온다. 버스정류장에서 만난 추파춥스 키드, 대희. 그렇게 우연적이면서도 운명적인 그들의 사랑은 시작된다. 순정만화에서 금방 튀어나온 것 같은 외모와 모델 같은 몸매를 갖고 있어서도 그렇지만 종종 이해하기 힘든 돌발행동을 하는 것은 대희를 독특한 캐릭터로 만드는 데 일조한다. 죽어라 전화해도 받지 않고, 찾아보면 ‘잠수 중’이고, 말도 없이 약속을 펑크 내는 것은 대희에게는 일도 아니다. 좀처럼 이해하기 힘든 사고를 갖고 있는 대희를, 전혀 상식 밖의 인물인 대희를 그러나 희수는 더욱 사랑하게 되고 더욱 빠져들게 되며 더욱 집착하게 된다.




  대희는 그런 남자였다. 건드리면 깨어질 것만 같고, 잡으면 빠져나갈 것 같은. 서서히 다가오다가도 어느 순간 발을 빼고 쑤욱 물러나 버린다. 그의 사전에 ‘안정’, ‘지속’이라는 말은 존재도 하지 않는 단어였다. 이민 1.5세대의 비애를 우리는 대희를 통해서 다시금 씁쓸한 마음으로 전달받을 수 있다. 그런 그를 나는 어느 순간 포카혼타스라고 생각하기도 했다. 그렇게 자기 자신의 둘레에 울타리를 두르고는 점점 높이 쌓는 대희를 보면서 희수는 힘들어한다. 그리고 그런 대희를 보면서 자기 안에 있는 자신을 만나게 된다. 어릴 적의 기억들. 상처로 가득한 기억들. 시니컬한 척 살아왔지만 단 한 번도 온전하게 시니컬한 적이 없었던. 모든 것에서 떨어져 방관하듯 지내왔지만 실은 누구보다도 관심 갖고 또 관심 받고 싶었던. 바로 그런 희수 안에 갇혀 있던 ‘희수’를 말이다. 아마 영화는 영화일 뿐이라는 사실을 깨닫게 되면서부터인지 모르겠다. 그리고 그것은 편의점 점원의 말로부터 시작된 것인지도 모르겠다. 그런 과정을 겪으면서 희수는 자신을 온몸으로 이해하고, 엄마를, 할머니를 이해한다. 그리고 대희의 마음을 조금 더 가까이서 느낄 수 있게 된다. 성인의 성장소설이라고 해도 좋을까.




  나는 이 책을 읽으면서 처음부터 끝까지 희수의 사랑에는 공감하지 못했다. 그것은 사랑에도 여러 유형이 있는 탓일 수도 있고, 내가 희수만큼 사랑에 성숙하지 못한 탓일 수도 있다. 그러나 한 가지 분명한 것은 내가 희수를 이제는 그런 희수 자체로 인정한다는 것이다. 앞으로도 희수는 지금처럼, 혹은 지금과는 반대로 살아갈 것이다. 그리고 대희 역시 언젠가는 누군가에게 정착할지도, 혹은 지금처럼 이방인처럼 살아갈지도 모르겠다. 이 책을 읽는 동안처럼 아무것에도 확신하지 못하는 것 같은 느낌은 처음이었다. 그만큼 혼란스러운 마음을 잡아가면서 이 책을 읽었던 것 같다.




  













       사랑하는 사람의 기쁨은

       내 기쁨을 배가시킨다는 사실을 다시 한 번 깨닫는다.

       그 반대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그를 괴롭히는 것의 정체를 다 알지 못한 상태에서

       내 마음은 고작 그의 가슴 언저리를 맴돈다.

       도움을 청해, 어서.

       넌 내가 기다리고 있다는 것도 모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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