뜻으로 읽는 한국어사전 - 거리의 말들을 주워 새로운 역사의 화살표로 재창조하는 한국어 뜻풀이
이어령 지음 / 문학사상 / 2008년 10월
평점 :
구판절판






  초등학교에 다닐 때였던 것 같다. 급식 메뉴 중에 ‘시래기 국’이라고 쓰여 있는 것을 보고 친구들과 나는 무슨 ‘쓰레기 국’을 반찬으로 주냐며 장난 반, 그리고 진심 반이 섞인 말을 했었다. 그렇게 그날 하루를 보내고 집에 돌아와 엄마 얘기를 듣고 시래기가 먹을 수 있는 것의 이름이라는 것을 알았다. 시들어버린 무청이나 배추의 잎을 말린 것으로, 엮어 말려서 보관하다가 볶거나 국을 끓일 때 쓰는 것을 ‘시래기’라고 한다. 시들어버린 것을 그냥 버리지 않고 음식으로 만들어 먹는 것, 값어치가 없다고 생각한 것에서 오히려 새롭고 귀중한 가치를 끌어내는 지혜라고 할 수 있다. 이렇게 말 속에서 뜻을 찾고, 더욱 확장하여 새로움을 만들어 가는 것, 그러한 그 길이 이 책에 담겨 있다.




  말이라는 것은 참 신비롭다. 학술적으로 깊이 있게 파고든다면, 그 끝도 없이 파헤쳐질 테지만, 덮어두고 보기만 하더라도 그 뿌리와 가지를 찾아보면 뜻밖의 재미남을 발견하여 자기도 모르게 무릎을 치게 된다. 언어의 신비라는 것이 일단 빠지고 나면 좀처럼 헤어 나오기조차 힘들 정도로 그 위력은 대단하다. ‘아’ 다르고 ‘어’ 다른 말, 현재에는 서로 간의 연관성을 찾기 힘든 말이 되어버렸으나, 그 어원이 실은 같은 말 등 감탄을 불러일으키는 것이 바로 말, 언어이다.




  이 책 <뜻으로 읽는 한국어 사전>은 1993년 동아일보에 <말>이라는 제목으로 연재되었던 칼럼을 수정하고 좀 더 덧붙여 엮은 책이다. 한국 간행물윤리위원회에서 뽑은 청소년 권장도서이기도 하여 청소년들이 그 대상이 되지만, 나이를 떠나서 한국 사람이라면 누구나 읽어봐도 좋을 만한 책이다. 그리고 이 책의 저자 이어령은 명 문장가로도 유명한데, 시대와 상황을 뛰어넘는 대단한 경력에 박수가 절로 날 정도이다.




  이 책은 크게 세 부분으로 구성되어 있다. ‘말 속의 우리말’, ‘말 속의 한자 말’, ‘말 속의 서양말’이 그것이다. 그리고 그 아래 60여 가지의 말이 저자를 통해 뜻을 담고 이루어져 있다. 말은 그 자체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생각지도 못한 많은 것을 품고 있다. 그것을 독자는 이 책 속에서 다시 한 번 발견할 수 있다. 우리가 너무도 자주 사용하고 있는 ‘찍다’가 얼마나 많은 의미를 갖고 얼마나 많은 단어와 어울려 쓰이는지. 우리가 얼마나 ‘죽다’, 혹은 ‘죽다’에서 파생된 말들을 자주 사용하고 널리 사용하는지를 알 수 있다. 그리고 이러한 우리의 특색에서 우리만이 갖고 있는, 다른 나라와의 문화의 차이를 확인할 수 있고, 이를 어떻게 다루어야 할지도 배울 수 있다. 이 책을 읽고 있으면, 문화 다원주의가 왜 필요한지를 저절로 알게 된다. 말의 뜻을 배움으로 인해서 문화의 다양성까지 익힐 수 있어 여러모로 많은 도움이 되는 책이다.

  

  이 책을 읽으면서 새로이 알게 된 사실도 참 많다. 이를테면 ‘변명’이라는 것을 우리는 아주 부정적으로 사용하지는 않으나, 긍정적으로 사용하지도 않는다. 오히려 부정적인 쪽에 가까운 의미로 사용한다. 그러나 변명은 ‘시비를 가려 밝힘, 죄가 없음을 밝힘, 잘못이 아닌 점을 따져서 밝힘’이란 뜻을 갖고 있다. 이렇게 사전에 수록된 의미와 실제로 사용하는 의미가 다른 것도 있음을 알 수 있으며, 이렇게 차이를 두고만 볼 것이 아니라 바꾸어나가야 할 필요성을 느끼게 된다.

  한편, 우리말로 알고 있었으나 아닌 것들도 있었다. ‘기라성’이라는 말, 대단히 출중하고 그 능력과 재능이 뛰어난 사람을 일컫는 ‘우리말’로 알고 있었는데, 의미는 변함이 없으나 실은 일본말 ‘기라기라(반짝반짝)’에서 온 것임을 이 책을 통해서 알게 되었다. 이 밖에도 그 동안 우리가 잘못 알고 있거나, 우리에게 잘못 알려져 왔던 말들이 이 책에 바로잡혀 있었으며, 옳은 말은 그 풀이가 어원까지 나아가며 상세하게 밝혀져 있었다. 어쩌면 체계적이라는 부분에서는 읽기에 조금 불편하다고 느낄 수도 있다. 그렇기 때문에 이 책은 공부용으로 읽기보다는 생각의 범위를 좀 더 넓혀보자는 마음으로 읽는 것이 더 도움이 되리라는 생각이 든다.













        사람의 마음과 보는 눈에 따라서

        제각기 무지개의 색깔 수가 달리 나타나듯이

        세상은 꿈꾸는 대로 그 빛이 달라진다는 것을

        오늘도 무지개는 우리에게 가르쳐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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