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명 余命 : 1개월의 신부
TBS 이브닝 파이브 엮음, 권남희 옮김 / 에스비에스프로덕션 / 2008년 12월
평점 :
품절


 

 

  만약 내가 죽기까지 남은 시간이 1달 뿐이라면... 지금 이 순간 웃고 있을 수 있을까?

  슬픈 이야기이다. 그리고 실화, 사실 그대로의 이야기이다. 차라리 소설이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며 읽었다. 마치 죽도록 슬픈 영화의 줄거리 같았다. 유방암에 걸린 스물넷의 치에. 그리고 그런 그녀를 사랑하는 한 사람, 타로. 여명余命 한 달이라는 선고를 받고서 올린 둘의 결혼식. 세상에서 가장 슬프고도 아름다운 그림이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눈물 없이는 읽을 수 없는 이야기였다.

  엇비슷한 나이 때문에 치에가 꼭 친구 같고 언니 같아서, 더더욱 내게 감정이입을 하며 읽게 되었고, 읽는 내내 가슴이 아팠다. 슬퍼서 읽어나갈 수가 없었다. 자꾸만 ‘만약 내게 이런 일이 생긴다면’ 하는 가정을 하게 되어, 두렵고 속이 상했다. 정말 상상만으로도 무섭고 끔찍했다.

  책 속에는 치에가 건강했을 때의 사진들과 결혼식 때의 사진, 그리고 병원에 입원해 있을 때의 사진들이 삽입되어 있었다. 너무나 예쁘고 너무나 아름다워 보이는 치에는 병원에 입원했을 때에도 그 모습을 잃지 않았다. 항암 치료를 받았고, 수술을 받았고, 고된 치료 과정을 밟았고, 재발이라는 쓴 맛을 봐야만 했음에도 치에는 끝까지 아름다움을 잃지 않았다. 절대로 나는 치에의 마음을 이해할 수 없을 것이다. 그러나 아마도 인터뷰에서처럼 항상 긍정적으로 생각하려 애쓰고, 웃으려고 애썼기 때문이 아닐까 짐작해본다. 내일이 온다는 것이 기적이라고 말하는 그녀. 살아있는 것만으로 행복하다는 그녀의 마음을 조금이라도 헤아려 볼 수 있을까?

  죽음을 앞에 두고 그렇게 밝을 수 있었던 치에도 물론 대단하지만, 내게는 타로가 더욱 감동으로 다가왔다. 아직 지독한 사랑을 시작하기 전, 그녀가 암에 걸렸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던 타로였다. 거기서 ‘그만!’ 스톱을 외칠 수도 있었다. 그러나 타로는 더욱 굳건한 사랑으로 치에 곁에서 그녀를 지켜준다. 사랑하는 사람이 아픔에 몸부림치는 것을 보는 것은 보는 사람 역시 괴로운 일일 것이다. 그럼에도 타로는 그녀가 떠나는 그 날까지 치에 곁에서 그녀를 사랑한다.

  예전에 텔레비전 프로그램에서 치에와 타로의 이야기와 비슷한 우리나라에서의 실화가 방영되었던 기억이 난다. 우리나라에서의 이야기와 일본에서의 이야기는 상당히 흡사했다. 때때로 요즘 세대들의 사랑은 인스턴트 사랑이라고 비판을 받기도 하지만, 바로 그들의, 그리고 알려지지는 않았지만 세상을 아름답게 하는 많은 이들의 사랑이 있다. 국적을 불문하고 세계 곳곳의 진정한 사랑은 희생과 헌신을 포함하고 있는 것 같다.

  이 책 <1개월의 신부>를 통해서 삶이 주는 큰 고마움, 가족의 소중함, 사랑하는 사람들에 대한 감사함을 느낄 수 있었다. 좀 더 많은 사람들이 이 책을 읽고 그런 감정들을 새로이 느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본다. 치에는 비록 암으로 인해 여명余命,‘남은 인생’을 선고받아야 했지만, 우리에게는 여명黎明, ‘희망의 빛’을 보여준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아무리 생각해도 우리말로 표현할 방법이 없어요.

       그 사람의 존재를 정확히 나타낼만한 단어를 찾을 수가 없네요.

       뭐랄까, 줄곧 생각했지만요.

       단순한 ‘사랑’은 아니고,

       ‘더할 나위 없는 사람’으로는 너무 가볍고,

       정말로 찾을 수가 없네요, 딱 맞는 말을.

                                     -타로에 대한 치에의 대답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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