압구정 다이어리 - 연애보다 재미있는 압구정 이야기
정수현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0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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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압구정 다이어리>에는 그야말로 압구정의 구석구석이 속속들이 드러나 있다. ‘탐앤탐스’나 ‘스타벅스’, ‘홈스테드’ 등의 테이크아웃 전문점 이름이라든지, 실제로 존재하는 지명과 클럽 이름들이 수없이 많이 등장한다. 그것을 뒷받침이나 하듯이 책을 펴자마자 압구정 지도라고 할 수 있는 그림이 그려져 있다. 만약 압구정이나 청담동에 한 번도 가보지 않은 독자가 이 책을 읽는다면, 정말 이 책대로 압구정과 청담을 곧이곧대로 받아들일 것 같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그야말로 별천지처럼 소개되고 묘사되고 있었던 것이다. 그래도 그곳에 사는 사람이나 혹은 가본 사람이라면 이 책이 픽션이라는 것을 알겠지. 이 책 속에서 압구정, 청담은 온통 명품 천지이며 외제차 천지이며, 이곳 사람들은 매일같이 클럽에 다니고, 성형을 밥 먹듯이 하고 남자를 핸드폰 바꾸듯이, 아니 손톱 색깔을 바꾸듯이 바꾸어나간다. 그런 생활이 일상이라고 받아들이고 살아간다. 물론 ‘로데오 사파리’라고 불리는 것 같은 일이라든지 홈스테드에 얼마나 예쁜 여자들이 많은지에 대한 이야기를 포함한 어느 정도 이야기들은 사실이다. 저자 정수현은 물론, ‘칙릿 소설’이라는 한 장르의 글을 쓰고자 했기에, 그런 세계를 그려보고자 했기에 이런 글이 만들어진 것일 테지만, 평에 대한 오해의 소지가 충분히 있을 것도 같다. 머리말에서 저자 정수현은 이를 밝히고 있다. 문학성을 기대하고 이 책을 펼쳤다면 실망할 수 있다고 말이다. 한국의 특이한 지역의 재미있는 모습을 그리고 싶었다면서 말이다.

 

  그렇다. 책을 읽는 재미와 화려함 등을 생각하면 이 책만큼 기대를 충족시켜주는 책도 없지 않을까 싶다. 단 한 마디에도 수식어가 덧붙여지지 않은 것이 없었다. 마놀로 블라닉을 신은 ○○, 샤넬 백을 든 ○○, 부가티 베이론을 새로 뽑은 ○○ 등. 책의 반은 명품과 외제차의 이름 나열로 구성되어 있었다. 한 마디로 화려함의 극치를 보여주고 있었다. ‘이건 좀 오바다.’ 싶을 만큼 말이다.




  이 책의 주인공들은 저마다 ‘부모님을 잘 만나’ 고생하지 않는다. 해외여행을 밥 먹듯이 한다. 갖고 싶은 것이 생기면 카드를 들고 나가기만 하면 된다. 여자들은 모두 S라인에 아름다운 외모를 갖추고 있으며 남자들 역시 훤칠한 키에 준수한 외모를 갖추고 있다. 직업에서도 역시 아주 상류층을 독점하고 있었다. 혹여 맘에 안 드는 신체부위가 있으면 고민할 필요 없이 성형외과로 달려간다.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면, 아니 맘에 드는 이성을 만나면 명품 시계부터 외제차까지 아낌없이 선물 공세를 한다. 그리고 그 인연은 얼마 못가서 끝나고 만다. 그러나 지나간 사랑에 마음 아파하지 않는다. 만날 때 그랬던 것처럼 헤어질 때도 그야말로 ‘쿨함’ 그 자체이다. 젊은이들의 인스턴트 사랑과 물질 만능주의의 정말 극단적인 모습을 바로 이 책 <압구정 다이어리>에서 확인해 볼 수 있다. 칙릿 소설답게 이 책을 읽으면서 다른 생각은 저절로 밀려나고, 책 속의 세상에 빠지게 된다.




  그리고 이 책을 읽으면서 책의 내용과는 아이러니하게도 겉모습뿐만 아니라, 내면을 가꾸는 것도 정말 중요하다는 것을 저절로 느끼게 된다. 이 책을 읽으면서는 내 마음 속에 밑줄을 그을 만한 게 없어서 아쉬웠지만, 경쾌하고 유쾌한 시간을 보낼 수 있었다는 점으로 만족하려고 한다. 이 책의 모두가 주인공처럼 느껴지기는 했지만, 세 친구를 둘러싼 사치스러운 압구정 이야기를 즐길 준비가 되었다면 서점으로 가도 좋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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