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킹 걸즈>

하이킹 걸즈 ㅣ 블루픽션 (비룡소 청소년 문학선) 26
김혜정 지음 / 비룡소 / 2008년 5월

  청소년 소설을 읽고 있으면, 그들이 외면적인 성장뿐만 아니라, 내면적인 성장을 이루어갈 때 그들과 함께 내 마음에도 뭔가 불이 지펴지고 있다는 사실을 느낀다. 그리고 이 책 <하이킹 걸즈>에서도 큰 배움을 얻을 수 있었다.

  <하이킹 걸즈>는 두 문제아 소녀의 성장을 그리고 있는 소설이다. 다른 아이에게 폭행을 가해 구치소에 간 소녀 은성이와, 왕따를 당한 괴로움을 다른 아이의 물건을 훔치는 것으로 감당해내던 소녀 보라가 교화 프로젝트의 일종인 ‘실크로드 도보 여행’ 길에 오른다. 그러면서 겪는 좌충우돌 이야기를 이 책 속에서 만날 수 있다.

  물론 소년원에 가는 것을 대신한 실크로드 도보 여행이기는 했지만, 다른 여행들처럼 말처럼 쉬운 것, 아름다운 것이 아니었다. 이글거리는 무서운 태양 때문에 몸에는 땀이 비 오듯 쏟아지고, 발에는 물집이 잡힐 대로 잡힌다. 몸도 마음도 모두 고통스럽다. 어른들도 오롯이 버텨내기 힘든 실크로드 여행길을 청소년들이, 그것도 세상에 반감만이 가득한 청소년들이 버텨내기란 여간 힘든 일이 아니었다. 포기하고 싶은 순간도 많았다. 그리고 그곳에서 벗어나 마구 일탈을 일삼고 싶은 순간도 많았다. 더욱 비뚤어지고도 싶었다. 그러나 매 순간순간 그들은 알게 모르게 서로에게 의지가 되어 주었다. 그리고 함께 과거와 미래에 대한 공감을 가지면서 비로소 청소년기의 작은 성장을 만들어낸다.

  청소년기의 성장에 대한 소설은 그 소재가 한정되어 있는 것이 사실이다. 그러한 한정된 소재 속에서 작가 김혜정은 새로운 인물과 소재를 창조해 내었고, 독자로 하여금 지루한 마음이나 유치하다는 생각 따위는 전혀 나지 않게 만들었다. 일종의 칙릿 소설들에서처럼 상큼하고 달콤한 이야기들이 쏟아지는 것은 아니었지만, 그 대신 순수하고 아름다운 이야기가 있어 성장 소설을 그답게 만들어주고 있었다.

  청소년기에는 자신이 그 어디에도 속해있지 않은 것 같다는 ‘주변인’적인 의식을 하게 되는 것도 같다. 그리고 그런 의식 속에서 으레 자신의 정체성과 관련하여 혼란을 느끼게 된다. 물론 건전하게 그 시기를 겪어내고 자연스럽게 보내는 청소년들도 많지만, 모두가 똑같을 수는 없듯이, 맞닥뜨린 현실과 자신의 사고를 감당해내지 못하고 겉돌게 되는 청소년들도 있게 마련이다. 이 책은 그런 청소년들이 비행을 하고 겉도는 모습들을 잘못되었다고만 말하고 있는 것이 아니라, 그들이 그렇게 될 수밖에 없었던 개연 과정을 보여준다. 그리고 우리는 그들을 내몰기만 해서는 안 되고, 용기를 북돋워주고 함께 이끌어주어야 한다는 사실을 깨닫게 만들어 준다. 

  그 시기의 생활에서 객관식 시험문제처럼 명확하게 이것이다, 하는 모범 답안 따위는 없다. 애써 모범 답안만을 생각할 필요도 없고, 좇을 필요도 없다. 자신만의 생각을 만들고 자신만의 정체성과 존재감을 찾는 것이 중요하다. 그러한 노력들이 자신의 미래를 밝혀주는 데 있어서 긍정적인 생각을 갖게 해 줄 것이다. 오아시스인줄 알고 열심히 달려갔는데, 신기루이면 어떡하냐는 고민과 걱정은 더 이상은 필요 없다. 모든 상황에 ‘만약에’를 만들어두고 후회할 필요는 없는 것이다.

  물론, 각각의 이야기와 내용은 저마다 다를 테지만, 이 책 <하이킹 걸즈>처럼 여행길에 올라 자신을 되돌아보고 성찰의 시간을 갖는 책들이 참 많다. 아직 나는 혼자만의 고독한 여행길을 나서본 적은 없다. 모든 것을 잠시 내려두고 여행길에 오르면 나도 그런 시간을 가질 수 있을까. 적어도 인생을 살아가면서 최소한 몇 번은 그런 시간을 가져야 한다는 생각을 나는 책들을 읽으면서 갖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