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인보우 동경 - 김경주 시인, 문봉섭 감독의 도쿄 에세이
김경주.문봉섭 지음 / 넥서스 / 2008년 7월
평점 :
절판


 







  이 책은 동경의 틈에 대한 이야기이다. 그리고 동시에 그 틈 속에 있는 사람과 사물, 풍경이 스스로 하는 고백이기도 하다. 단순히 여행 에세이일 것이라고, 혹은 여행 가이드가 되어줄 책이라고만 생각했기 때문인지, 책을 읽고 나서 그 여운은 쉽사리 잦아들지 않았다. 도쿄의, 동경이라는 감성을 꽤 얕잡아보았던 것 같다. 이 책 속에서 동경東京과 동경憧憬을 함께 만나볼 수 있었다.







  <레인보우 동경>의 두 저자 김경주와 문봉섭은 각각 시인과 감독이다. 문학과 영화. 참 잘 어울리는 감성이 느껴진다. 그리고 이 책은 그들의 도쿄 에세이라고 할 수 있다. 도쿄는 그 둘에게 있어서 끊임없이 자극을 준 문화의 도시이면서 동경의 도시였다. 도쿄의 문화를 어려서부터 접하면서 미래의 꿈을 키워왔던 곳이었다. 스무 살, 양 손에 열정 말고는 아무것도 없던 시절, 그들은 서른을 약속한다. 그리고 서른이 되어 둘은 연필과 타자기, 카메라와 스케치북을 손에 들고 약속의 장소로 떠난다. 스무 살의 끝자락에서 그들 각자의 정체성을 생각해보고 지난날을 돌아보는, 그리고 현재의 자신과 미래의 자신을 만나는, 새로운 꿈을 갖는 시간을 갖는 것이다.

  책에 실린 글들은 몇 번씩 다시 읽어봐도 멋지게만 느껴지고, 함께 실려 있는 사진들은 어떤 곳에 가더라도 볼 수 없는 그들만의 시선을, 그들만의 색깔을 담고 있었다. 책을 읽으면서 무엇보다도 ‘자유’를 느낄 수 있었던 것 같다. 어떤 글도, 사진도 형식에 얽매여 있지 않았다. 글과 사진 하나하나에서 모두 자유와 감동이 풍겨져 나왔다. 무지개는 허공에 놓인 틈들이라고. 색깔들을 손으로 만질 수는 없었지만 눈으로 만지는 기분도 근사했다는. 눈동자가 색의 틈 사이로 드나들었다는. 이런 감성을 그들을 통해서나마 이렇게 느낄 수 있다는 사실에 기쁨을 느꼈다. 각각의 글 하나하나가 그야말로 시가 되었고, 각각의 사진이 그 자리에서 작품이 되어 태어났다.







  내가 맞이하게 될 나의 서른은 어떤 시간일까. 그 때 쯤에 난 무엇을 하고 있으며, 지금의 꿈을 이루어 ‘나의 길’을 걷고 있을까? 아직은 까마득해 보이는 서른이지만, 나도 그 때에는 지금의 그들처럼 나만의 감성을, 나만의 에세이를 가질 수 있을까. 언제가 될지 모르지만 나를 돌아볼 시간을 위한 작은 소망을 가슴에 품고서 레인보우를 꿈꾸어 본다.













      알고 있어요.

      내가 지금 당신 앞에서 울렁거린다는 거.

      하지만 당신도 알고 있잖아요.

      당신도 날 생각하면 가끔 울렁거린다는 거.

      어쩌면 우리가 지금 잠시 깜빡해버리는 인생일지 모르지만......

      혼자 저물녘에 사랑한다는......

      다시는 들키고 싶지 않다는 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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