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종들 중국 당대문학 걸작선 3
한 둥 지음, 김택규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08년 9월
평점 :
품절


 







  중국판 <<우리들의 일그러진 영웅>>이라는 소개. 이 책 <독종들> 속에서 이야기를 풀어가는 것은 나, ‘장짜오’다. 장짜오는 도시에서 생활하다가, 1976년 궁수이 현중학교 2학년 1반에 전학을 오게 되고, 이때부터 만나게 되는 많은 독종들의 이야기를, 그들의 관계와 서로를 받아들이는 모습을 이 책 속에 하나하나 담고 있었다.







  당시 궁수이 현성에는 ‘독종’이라는 말이 유행했다. 독종이란 바로 체력이 출중하고 성격이 거친 자를 뜻했다. 그런 자들은 아무도 감히 건드리지 못했고 그들 쪽에서만 다른 사람을 괴롭혔다.”







  전학 간 날부터 장짜오에게는 심상치 않은 일들이 일어난다. 첫날 전학 와 만난 짝꿍은 ‘웨이둥’. 아무도 그의 옆에 앉아서 버텨내지 못했기 때문에 그의 옆자리는 항상 비어있었는데, 하필 장짜오가 거기에 앉게 된 것이다. 그러나 모르는 게 약이라고 했다. 장짜오는 그런 웨이둥에 대해 몰랐기 때문에 크게 겁먹지 않고 행동할 수 있었고, 바로 그런 점 때문에 주위로부터 베짱을 인정받아 쉽게 건드리지 못한 인물이라고 여겨지게 되기도 했다. 그리고 그 덕분에 그 반의 진정한 일인자 ‘주훙쥔’의 눈에 들게 되었다. 처음 전학을 와서 이런 과정을 밟게 된 것은 다행이라고 할 수 있다. 미처 예상하지는 못했으나 편안하다고 볼 수 있는 학교생활을 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주훙쥔은 장짜오의 인생에 있어서 큰 획을 긋게 만드는 아주 영향력 있는 존재이자 친구였다. 모든 것에 그저 무덤덤했던 장짜오에게 주훙쥔은 살아있는, 생동하는 그 자체였다. 못된 웨이둥을 제압할 수 있는 것은 오직 주훙쥔이었기에, 장짜오는 주훙쥔을 거의 우상시하며 학교생활을 해나간다. 영웅이기를 꿈꾸는 주훙쥔, 그는 다소 엉뚱하기까지 하여 귀여운 영웅이라는 인상마저 주었다.




  그리고 누구도 피해갈 수 없는 군대와 대학이라는 관문을 앞에 두고 나, 장짜오만이 반에서 유일하게 대학에 진학하게 된다. 특히 그림에 관심이 많고 소질이 있었기 때문에 그 쪽으로 나아가지만, 가난한 그림쟁이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그러다가 2000년대에 들어와서 미술시장이 호황을 맞게 되자 일약 몸값이 폭등하게 된다.

  또 하나의 독종 주훙쥔은 그렇게 영웅을 꿈꾸었으나, 그 욕구를 ‘소도시 싸움꾼’ 속에서 풀어가다 허탈한 죽음을 맞이하게 된다. 딩샤오하이는 가난하고 우울한 어린 시절을 떨쳐내고 건축 인테리어로 성공을 거두지만, 마작에 빠져 재산을 모두 잃는다.

  이 외에도 그를 둘러싼 몇몇 독종들이 더 등장한다.

  

  이 책 <독종들>은 결국 ‘여럿의 나’와 나를 둘러싸고 있는 중국의 모습을 그린 소설이다. 소설 속 ‘내가’ 태어나 살아가면서 겪은 일들, 본 일들, 들은 일들을 묘사하여 보여준다. 특히 내가 매력을 느낀 캐릭터는 못된 웨이둥도, ‘나’도, 왕웨이도, 딩샤오하이도 아니었다. 주훙쥔. 아무데서나 ‘주먹’을 낭비하지 않으면서도 필요한 곳에는 그 ‘주먹’을 아끼지 않는 남자, 그러면서도 순수함을 보여주는 남자, 의리를 알고 우정을 알며 사랑을 아는 남자였다. 그야말로 약자를 위해 애쓰고 강자 앞에서는 누구보다 강해지는 사람이 바로 주훙쥔이었다. 이렇게 매력적인 캐릭터를 저자 한둥은 이야기가 중반을 지날 무렵 ‘죽인다’. 변변찮은 죄명을 씌우고는 바로 ‘탕’!  순간 작가에게 느낀 배신감과 무책임함은 책을 덮어버리고 싶게 만들었다. 아쉽다면 나름대로 아쉬운 장면이었다.

  그들의 어린 시절 일화들을 읽고 있으면, 그 시기 중국의 문화와 역사, 그리고 배경을 어느 정도 짐작하는 것이 가능해진다. 처음에는 잘 알지도 못하는 중국의 지명과 역사적 사건, 그리고 인명들 속에 파묻혀 갈피를 잡지 못하고 헤매었으나, 아이들의 놀이와 순수했던 어린 시절을 들여다봄으로써 그 마음에 공감할 수 있었다.




  중국에 관한 인문서 몇 권을 읽는 것보다 어쩌면 이 책 한 권을 읽는 것이 수십 년의 중국의 흐름과 모습을 살펴보는 데에 있어서 더 낫지 않나 싶다. 다양한 그들의 일면을 볼 수 있었다. 특히 저자 한둥이 책 곳곳에서 묘사하고 있는 사회상들은 ‘나’의 이야기와 더불어 정말 탁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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