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을 쫓는 아이 (개정판)
할레드 호세이니 지음, 이미선 옮김 / 열림원 / 2008년 9월
평점 :
품절


 







  할레드 호세이니의 <천 개의 찬란한 태양>을 읽으면서 잔잔하면서도 큰 감명을 받았었다. 그 때의 마음속 울림을 떠올리며 이 책 역시 기대를 하고 읽기 시작했다. 영화로도 만들어졌기 때문에 더욱 관심을 끌었던 책이었던 것 같다.




  이 책 <연을 쫓는 아이>는 아프가니스탄을 배경으로 하고 있다. 태어나면서부터 ‘주인’으로 불릴지, ‘하인’으로 불릴지가 결정되어 버리는 비극적이고 잔인한 현실 속에서, 부유한 출신 ‘아미르’와 하인의 아들 ‘하산’의 이야기가 전개된다. 태어나면서부터 누군가에게 복종을 해야 한다는 사실이 하산과 같은 이들에게는 어떻게 받아들여졌을까? 어쩌면 누군가는 그런 비극적인 운명을 받아들이기 싫었을지도 모르나, 하산은 그렇지 않았다. 이렇게 각각의 출신은 다르지만 서로는, 둘도 없는 친구로서 우정을 쌓는다. 그러나 여기에는 그들의 우정만이 그려지지는 않는다. 배신도, 후회도, 사랑도, 꿈도, 그리고 믿음도 모두 들어가 있다. 그에 따라 이 책을 읽는 사람의 감정도 종횡무진하며 책을 좇아나갔을 것이다.

  이 책의 주인공들은 저마다 거짓말을 하고 있다. 모두들 저마다의 그럴 듯한 이유로 스스로에게, 서로에게 거짓말을 한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그런 거짓말들이 참으로 가슴 아프게 다가온다. 정말 자기를 위한 거짓말인 것일까? 어쩌면 그들이 한 거짓말들은 상대방을 위한 거짓말일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해보았다.

  정말 한참이라는 시간이 흐른 뒤에, 아미르가 과거를 떠올리며, 그리고 또 오랜 비밀을 알게 되면서 그는 죄의식을 떨쳐낼 수 있는 기회를 맞는다. 그가 과거의 실수를 어떤 식으로든 회복하려고 노력을 하는 동안, 나 역시도 긴장이 풀려버렸던 것 같다. 하산이 아미르에게 베풀었던 무조건적인 사랑을 아미르가 하산의 아들 ‘소랍’에게 갚아 나가면서 말이다.




  모든 것은 ‘연’에 의해 하나로 이어지고 있었다. 그 순간만큼은 모든 것이 정지하고, 오직 뭉클함만이 지독하게 모든 것을 압도하고 있었다.

  동시에 바바의 말이 가슴에 새겨진다.




      “세상에서 제일 나쁜 건 도둑질이다. 네가 사람을 죽이면 그것은 한 생명을 훔치는         것이다. 그것은 그의 아내에게서 남편에 대한 권리를 훔치는 것이고 그의 자식들에게        서 아버지를 훔치는 것이다. 네가 거짓말을 하면 그것은 진실을 알아야 할 다른 사람        의 권리를 훔치는 것이다. 네가 속임수를 쓰면 그것은 공정함에 대한 권리를 훔치는        것이다. 알겠니?”




라는 말이었다.




  이 책을 읽으면서 유독 만약 아미르가 이렇게 했다면, 만약 하산이 이렇게 했다면, 또는 누가 이렇게 했다면, 하는 식으로 나만의 가정을 많이 해보았던 것 같다. 그만큼 이 책 속에는 읽는 사람이 느끼기엔 안타까운 일들이 수없이 벌어지고 있었다.

  아프가니스탄의 역사나 문화를 포함해서 그 어떤 것에 대해서도 잘 알고 있는 것이 없었다. 하지만, 이 책을 읽는 동안 공감을 하지 못해 느끼는 거부감 같은 것은 한 번도 경험해 보지 못했다. 아미르와 하산의 성장통을 넘는 이야기를 넘어서서 아프가니스탄의 전쟁과, 또 그들의 역사와 문화를 아울러 느낄 수가 있었다. 마치 내가 아프가니스탄의 현실 속에 자리하고 있어 아미르의, 하산의, 소랍의, 그리고 그 외 등장인물들의 감정을 오롯이 느낄 수 있다는 생각마저 들었으니 말이다.

  “도련님을 위해서라면 천 번이라도 그렇게 할게요.”, “너를 위해서 천 번이라도 그렇게 해주마.”라는 이 단순한 문장이 이렇게 가슴을 저미고 안타깝게 만들 수 있다는 사실에 놀랐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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