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ve & Free 러브 앤 프리 (New York Edition) - 개정판
다카하시 아유무 지음, 양윤옥 옮김 / 에이지21 / 2008년 11월
평점 :
절판




  ‘사랑과 자유’?  아마 이 말 만큼이나 두루 쓰이는 단어가 또 있을까 싶다. 그만큼 우리는 ‘사랑’과 ‘자유’라는 말을 자주 사용하고 있다. 그런데 이 두 단어는 그것 자체가 보이지 않는 말이니만큼 어쩌면 가슴깊이 생각해본 적은 그리 많지가 않은 것 같다. 아니 어쩌면 한 번도 없다고 말할 수도 있을 것이다. 내가 생각하는 사랑과 자유라는 개념이 다른 사람들도 똑같이 혹은 비슷하게 느끼는 그런 감정일까?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하긴 상대에 따라, 또 그 형태에 따라 사랑도 자유도 각각 다른 성격을 보일 것이다. 문득 떠오른 그런 생각들은 그만 물리치고, 이 책 <러브 앤 프리 LOVE & FREE NEW YORK EDITION>을 읽었다. 표지가 풍기는 느낌에서 처음에는 이 책이 어디 오지에 간 저자가 봉사활동을 열심히 하고 돌아와 펴낸 책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했다. ‘러브’와도 일맥상통하는 내용일 테고, 표지의 아기는 아주 귀엽지만 내게는 한편으로 동정심을 자극하기도 했기 때문이다. 그렇게 열어본 책은 봉사활동과는 관련이 없는 일종의 여행기를 담은 수필, 그리고 시였다. ‘자유’가 가득한.

  저자 다카하시 아유무가 아내와 함께 모든 것을 잠시 내려놓은 채, 아니 내려놓게 되고서 약 2년 동안 세계를 여행하는 이야기다. 말 그대로 발이 가는 곳으로, 마음이 이끄는 곳으로 말이다. 그렇게 세계 곳곳을 이곳저곳 여행, 아니 방랑하게 된다. 오스트레일리아, 동남아시아, 유라시아, 유럽, 남미&북미, 일본. 일주일마다 거처를 옮기며 방랑하다 드디어 일본에 돌아와 긴 여행의 마침표를 찍을 때까지 저자가 카메라 속에 담고 머릿속에 담고 가슴 속에 담은 것들을 하나하나 내어 놓는다.

  이 책을 가이드 삼아 세계여행을 한다면, 그것은 200% 무리라고 말하겠다. 이 책은 여행을 소재로 담고 있기는 하지만 여행자들의 가이드가 되어주기 위해 쓰인 게 아니다. 여행을 통해서만이 느낄 수 있는 감정을 엿볼 수 있다는 데에 그 의의를 둔다면 읽는 재미가 쏠쏠할 것이다. 여행 속에서의 감성을 저자는 아주 깔끔하고 깔끔하게 전달해주고 있다. 그가 만들어낸 단어 하나하나에서 그가 느낀 감동이 고스란히 느껴지는 것 같았다. 그리고 전부를 실어놓지는 않았지만 그가 담아놓은 많은 사진들 역시 자유의 감흥을 느끼는 데 도움을 주었다. 아름답고 평화로운 사진들이었다.




 

  사랑과 자유는 뭐, 거창한 게 아니었다. 쓰러져 가는 모텔급도 아닌 여관, 케케묵은 냄새가 진동하는 침대 위에서 잠을 자도,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라면, 그게 바로 사랑이다. 당장의 내일을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면, 지금을 충분히 즐길 수 있다면 그게 바로 자유다. 어쩌면 우리는 너무나도 바쁜 생활을, 항상 쫓기듯 달려 나가고 있다. 그래서인지 <러브 앤 프리>는 느긋해 보이고 평화로워 보인다. 풍족하고 넘치는 여행이 아니어도 부럽게 느껴지는 것은 아마 이 때문이겠지. 2년 동안 저자가 느낀 것들은 아마 돈을 주고서도 살 수 없을 것이다. 어떤 목적을 가지고 떠난 여행보다도 그는 더 값진 것을 얻어왔다.

  하나. 언제나처럼 마음속의 줄을 울리는 글귀들이 있어 메모하려고 보니, 이 책에는 쪽수라는 것이 없었다. 글귀를 적고 항상 쪽수를 적어두는 나의 규칙을 이 책이 무참히 깨부수어 주었다. 그런데 웬걸. 이 작은 일에서 개운하고 후련한 느낌이 들었다. 이것도 자유일까^^



      껍데기뿐인 기교는 필요 없다.


      요란한 비평이나 해설도 필요 없다.

      살아가는 방식이 곧 아트!

      죽는 순간에 ‘나라는 작품’에 감동하고 싶을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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