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은 죽었다
셔먼 영 지음, 이정아 옮김 / 눈과마음(스쿨타운) / 2008년 10월
평점 :
품절





  “책이 죽었다”는 말은, 오래전부터 출판업에 관련된 사람들 혹은 책을 쓰거나 읽는 사람들의 입에 계속해서 오르내리던 말이었다. 더구나 요즘은 모든 것이 더욱 디지털화되고 있어 ‘책이 죽어가고 있다’라거나 ‘책이 곧 죽게 될 것이다’라고 하면 이제는 어느 정도 심각하게 받아들일 수도 있을 것 같다.

  <책은 죽었다>의 저자 셔먼 영은 책과 관련하여 과거에 경험했던 일을 기술하는 것으로 책의 도입부를 시작하고 있었다. 지하 창고에 책을 보관하고 있다가 ‘물’의 침입(?)으로 보관하고 있던 책들의 대부분을 잃었다는 경험 이야기였다. 물론 ‘책’이라는 물건 자체는 여전히 그대로 지하 창고에 있다. 다만 여기서 저자가 잃어버렸다고 말하는 대상은 책이라는 물건 자체가 아닌, 책의 본질 혹은 가치라고 할 수 있다. 이미 물에 젖은 종이는 다시 예전처럼 완벽하게 복구되기도 힘들거니와, 복구 기술이 없는 개인으로서는 어쩌지도 못하기 때문이다. 즉, 이 책은 존재하기는 하나 가치라는 측면에서 사라졌다고, 죽었다고 할 수 있다. 저자가 자신의 경험으로부터 책을 시작하는 데 있어서 그 문체도 짧았고, 또 이것은 누구에게나 익숙할 수 있는 이야기였기 때문에 이해하기에도 쉬웠다. 그래서 무서운 제목과는 달리 좀 가볍게 읽을 수 있겠구나 싶었다. 결과는 나의 착각이었지만 말이다. 책을 다 읽고 난 후 전체적으로 책을 정리해 본다면 그리 어려운 주제도 이야기도 아니었다고 할 수 있지만, 작은 단락 하나하나 속에서 행간의 의미를 파악하기는 내게는 조금 어려웠다. 그러니까 머리맡에 두고 잠들기 전에 몇 장씩 읽기에는 적절하지 않은 책이었다. 보다 시간적인 여유를 두고 책과 함께 생각을 하며 읽어나가야 하는 책이라는 결론이 들었다.




  저자는 왜 책이 죽어가고 있는지, 그 원인을 세세히 기술한다, 그리고 죽은 책을 대신해 ‘새롭게 태어나는 책’에 대한 서술도 놓치지 않는다. 점점 책을 읽고 있는 사람들의 숫자가 줄어들고 있다는 사실은 그리 놀랍지도 않았다. 워낙 매체에서 많이 다루는 주제이기도 했고, 또 내 주위에서도 책을 읽는 사람들이 그리 많지 않기 때문이다. 그들은 말한다. 책 읽을 시간 같은 것은 없다고. 자기는 너무 치열한 세상에 살고 있기 때문에 차 한 잔과 함께 여유롭게 책을 읽을 시간 따위는 없다고 말이다. 그렇다면 나는. 그리고 그럼에도 책을 읽는 많은 사람들은 뭔가.

  책이 이미 죽었다는 주장을 뒷받침하는 근거로 저자는 몇 가지를 함께 제시한다. 이미 책은 여러 흥미로운 매체들에 대해서 경쟁력을 상실했다는 것이다. 이를테면 게임 등. 그리고 책을 쓰는 사람들이 주체적으로 저술을 하기보다는 판매 매출에 발맞추기 위해 출판사에서 만들어주는 틀 속에서 책을 써야하는 현실도 중요한 이유로 꼽고 있다. 또 이제 ‘작가’라는 개념은 그 범위가 너무 넓어지고 있다는 점도 중요한 원인이다. 당장 블로그나 여러 인터넷 매개를 통해 사람들은 글을 쓰고 있으며, 이는 분명히 하나의 저술 활동이 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제는 인터넷이 죽은 책을 대신해 촉매제의 역할을 할 것이라고 저자는 말한다. 각종 디지털 기기에 다운 받아서 볼 수 있는 ‘전자책’은 이동시 우선 종이책보다 편리할 수 있다는 것이다. 미디어 시대에 발맞추어 미디어 속에 적용하는 것으로써 책을 살려내자고 주장한다, 그리고 이것만이 독서를 사랑하는 사람들이 책을 살려내는 유일한 방법이라고 강조하며 마무리 짓는다.

  

  그러나 나는 솔직히 아직까지는 종이책이 좋고 종이책이 더 편하다. ‘전자 읽기 장치’  ?, 눈 아프다. 가만히 화면을 들여다본다는 수동적인 모습이 오히려 독서를 방해하는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도 동시에 든다. 책 한 권 들고 다니는 것이 그리 어려운 일도 아니기 때문이다. 항상 가까이 두고 보는 것도 좋고 책장 가득 꽂아놓은 책을 볼 때면 뭔가 뿌듯하다는 생각도 든다. 나의 이러한 성향은 저자에 의하면 말 그대로 물질로서의 ‘책’에 대한 사랑일 뿐이다. 그렇다. 그렇기에 나는 실제로 존재하는 실체로서의 책이 좋아 책을 사서 본다. 물론 언젠가 다시 꺼내보기는 하겠지만 기본적으로는 한 번 읽고 책장에 꽂은 책은 웬만해서는 다시 내 손에 의해 뽑혀 나오지 않는다. 내게 있어 책은 눈과 마음에 만족을 주는 그 자체로 존재하는 것이다. 그리고 나는 이를 존중한다. 저자는 이를 책이 죽었다고 표한하지만, 나는 이를 단지 표현의 자유라고 칭하고 싶다.










  코리 닥터로우는 이런 말을 했다.

  “사람들은 책이 지닌 본능적인 매력 때문에 물리적인 책 physical book을 소유하고 싶어 한다. 종종 이런 욕망에는 책의 냄새가 얼마나 좋은지, 책장에 꽂힌 책이 얼마나 보기 좋은지, 얼마나 다양한 감정을 일깨울 수 있는지에 대한 짧은 설교까지 동반되곤 한다.”고 말이다. 정말 나의 성향이 그대로 내비쳐진 것 같아 놀랍기도 했지만, 이것이 바로 코리 닥터로우가 말하는 책 읽는 사람들이며 나는 이를 억지로 거스를 수는 없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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