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의 그릇 1
신한균 지음 / 아우라 / 2008년 4월
평점 :
구판절판


 




  오랜만에 만난 한국 소설. 그리고 역사 소설이었다. 그래서 그런지 읽기 전부터 기대가 되는 책이었다. 게다가 저자의 소개는 더욱 호기심을 불러일으켰다. 도예가라는 직업을 갖고 있는 그는 ‘조선사발’의 선구자라 불리는 고 신정희 옹의 장남이란다. 아버지와 함께 예술 관련 프로그램에도 참여했었고, 도예가로서 여러 상을 수상한 예술가였다. 그런 그가 그의 직업과 관련된 소재를 가지고 역사 소설을 펴냈다고 하니 흥미롭지 않을 수 없었다.

  눈에 쏙쏙 들어오고 읽히는 저자의 단어와 문장들. 대단한 매력을 느낄 수 있었다. 사기장이라는 직업에서부터 이런 멋진 소설까지, 저자 신한균은 정말 타고난 예술가가 아닐까 생각한다.




  배경은 조일전쟁이 한창이던 1590년대다. 대대로 사기장을 지내고 있는 집안에서 태어나 아버지를 이어 그릇을 빚는 신석. 그가 바로 <신의 그릇>의 주인공이다. 할아버지는 장인이라는 단어로만은 그 예술적 능력을 다 표현해내기도 어려운 사기장이었고, 아버지 역시 뛰어난 장인이었다. 어려서부터 할아버지와 아버지로부터 그릇 빚는 기술을 배워 장인의 경지에 다다르고 있는 신석은 어느 날 갑자기 왜군들에 이끌려 홀로 일본으로 끌려가고 만다. 그리고 그곳에서 주군을 위해 그릇을 빚는 사기장이 되고 그 뛰어난 실력을 인정받아 사무라이 직함까지 받게 된다. 조선인으로서 사무라이 직함을 받고 고향을 떠나 살아가기란 쉽지 않았을 것이다. 홀로 타지에서 신석은 새로운 고향을 만들어나간다. 그가 다스리도록 배당받은 마을의 이름을 ‘고려촌’이라 바꾸고, 그를 따르는 청년들에게 기술을 전수하여 아름다운 마을을 만들어나간다. 그런 과정에서 만난 이삼평, 종전, 존해, 팔산 등의 사기장들은 실존 인물이었다고 한다. 저자는 여기서 신석이라는 창조적인 인물을 만들어 내어 좀 더 이야기를 실감나게 만들었고, 때로는 비극적으로도 만들었으며, 한 편 가슴을 아련하게도, 따뜻하게도 만들어주었다.

  그 시기에 사기장은 조선에서는 천대받던 사람들이었다. 그러나 일본에서는 달랐다. 다도의 문화가 발달한 일본에서는 뛰어난 사기장을 높이 봐주었다. 주인공 신석에게 사무라이 직함까지 내려주었다는 것을 보면 충분히 짐작이 가능한 일이다.

  할아버지가 그러했듯이 완벽한 황도를 만들기 위해 신석은 끊임없이 노력한다. 고향에 대한 그리움, 남겨두고 온 가족들에 대한 그리움을 애써 뒤로한 채 신석은 위기에서도 끝까지 살아남는다. 그리고 드디어 황도의 꿈을 이루는 그 순간. 그 순간은 저자의 묘사만으로도 충분히 아름다웠고 숭고했다.




  저자는 도예가는 글로 표현하는 것이 아니라 그릇으로 표현해야 한다는 가치관과 싸우면서 결국 펜을 잡고 <신의 그릇>을 썼다. 일본의 국보가 되어버린 우리의 막사발을, 그리고 일본의 이름을 갖고 있는 우리의 그릇에 우리의 이름을 되찾아주기 위해 저자는 긴 시간을 들여 추적했고 조사했다. 분명 쉽지 않은 과정이었을 테고, 저자는 펜을 잡기까지 스스로와 싸워가며 결심을 하게 되었다. 그리고 이 멋진 소설을 아버지께 바치며 세상에 내놓았다. 역사적인 사실과 저자의 창작과 아름다운 예술이 만나 한 편의 완벽한 소설이 탄생했다. 그 속에서 아름다운 예술적 혼을 느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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