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Che, 회상 - 체 게바라의 부인이자 혁명동지 알레이다 마치 회고록
일레이다 마치 지음, 박채연 옮김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8년 4월
평점 :
절판


 




  ‘체 게바라’ 하면 우선 떠오르는 이미지가 바로 쿠바였고 혁명이었다. 그리고 사람들은 그의 얼굴이 그려진 사진이 프린트된 티셔츠를 입는 것을 유행으로 삼았을 정도로 그를 영웅화시켰다. 심지어 쿠바인들에게 그는 성인의 대명사로 일컬어진다고 한다. 체 게바라에 대한 책을 읽거나 기사를 접할 때마다 정말 대단한 사람이었다고만 생각했고 그 이상의 궁금증은 갖지 않았었다. 그런 내게 이 책 <체Che, 회상>은 체 게바라에 대한 이미지를 바꾸게 해주는 계기가 되었다. 이 책의 저자 알레이다 마치는 체 게바라의 두 번째 부인이다. 그의 비서로서, 그리고 1959년 6월에 있었던 결혼 후에는 그의 아내로써 알레이다 마치는 많은 것을 헌신했고 희생했고, 그리고 사랑했다. 이 책 속에는 체 게바라의 그런 인간적인 부분들이 중점적으로 그려져 있었다.




  이야기는 알레이다 마치의 어린 시절에서부터 시작된다. 그녀의 가족에 대한 이야기와 자라온 환경, 그리고 그녀의 운명의 남자, 체 게바라를 만나 사랑에 빠지기까지의 이야기는 한 편의 소설 같았다. 예전에 남녀가 함께 위기를 겪고 나면 사랑에 빠진다는 말을 어떤 영화 속에서 들었다. 알레이다 마치와 체 게바라도 그랬던 걸까? 둘은 함께 긴박하고 위급한 상황을 헤쳐 나가면서 서로에 대한 애정을 키워나갔다. 

  체 게바라는 아르헨티나 출신의 혁명가다. 전 세계의 운동가들에게 오늘날까지도 의지와 용기, 영감을 주는 인물로 자리 잡고 있다. 그런 그에게도 사랑하는 감정이 있었고 실제로도 열정적인 사랑을 했다는 사실이 나로 하여금 정말 선입견이란 무서운 거라는 사실을 다시 한 번 가르쳐주었다. 운전 중이니까 자신의 셔츠 깃을 제대로 매만져달라거나 팔이 아프니까 머리를 빗어달라거나 하는 그만의 애정표현은 읽으면서도 믿기 힘들었다. 시간이 흐를수록 체 게바라는 아내와 떨어져 있어야할 때가 많아졌다. 그럴 때면 어김없이 그는 아내에게 편지를 보내왔다. 저자가 책의 곳곳에 실어놓은 그의 편지는 한 편 한 편의 시가 되었다. 그 시 속에서 체 게바라가 아내를 얼마나 사랑하고 그리워하는지 느낄 수 있었고 그가 그의 가족을 얼마나 소중히 생각하는지 충분히 알 수 있었다.

  그렇다고 이 책이 온통 체 게바라의 로맨틱한 면만 보여주었던 것은 아니다. 그만의 신조 또한 놀라움 속에서 읽어나갈 수 있었다. 그는 정의롭고 항상 공평한 생활을 하고자 노력했다. 그에 대한 일화가 있다면 그가 처음으로 광부를 만났을 때로 돌아갈 수 있다. 광부의 엄청나면서도 고된 노력에 비해 그들의 생활수준은 형편없었고 식료품도 부족했으며 심지어 교육시설도 없다는 사실에 체 게바라는 당장 조치를 취했다. 바로 적절한 식사를 제공하고 식당과 멋진 집을 지어주었다. 이러니 그들은 체 게바라를, 그리고 그의 혁명을 존경하지 않을 수 없었을 것이다. 모든 사람이 공평해야 한다고 그는 늘 생각했다. 그래서 호화로운 선물을 받더라도 그것을 갖지 않고 주위 사람들에게 나누어주었다. 혼자만 편함을 추구하는 행동 같은 것은 절대 하지 않았다. 또한 체 게바라는 교육을 중요하게 여겼던 것 같다. 그래서 항상 연구했고 항상 공부했다. 외국어를 배웠고, 외국의 역사와 문화를 이해하려고 노력했다. 무엇보다 그는 독서광이었다! 시간이 날 때면 그는 항상 책을 읽었다고 한다. 소설에서부터 역사, 인문에 이르기까지 장르를 불문하고 읽고 싶은 책들을 읽어나갔다. 그리고 항상 아내에게 끊임없이 공부할 것을 권하곤 했다. 그런 그의 영향으로 저자 역시 외국어를 배웠고 책을 읽었다.

  남편과 떨어져 있는 시간동안 혼자서 아이들을 보살피고 길러야 했으니 항상 행복했다고만은 할 수 없을 것이다. 그러나 그녀는 그 운명을 받아들였다. 그녀가 없었다면 체 게바라는 지금과 같이 수많은 사람들로부터 사랑과 존경을 받을 수 없었을지도 모르고 그가 행한 업적들을 이루지 못했을지도 모른다. 그녀의 내조가 체 게바라의 인생을 비춰주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든다.

  결국 체 게바라는 볼리비아 정부군에 생포되어 총살당하고 말았다. 하지만 그의 혁명 정신과 신념은 지금까지 살아남았다. 그리고 그를 좇는 많은 사람들을 남겼고 이제는 영웅이라는 하나의 키워드이자 영혼이 되어 많은 사람들에게 용기를 주고 있는 것 같다.




  







     언젠가는 우리가 두 손을 잡고 아이들에 둘러싸여서

     과거의 발자취를 파노라마같이 바라볼지 모르겠지만

     만일 우리가 그럴 수 없다면 당신을 통해서 나는 그것을 꿈꿉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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