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저스 아저씨의 위대한 유산 - 세상에서 가장 사랑받은 이웃이 전해 준 단순한 믿음
에이미 홀링스워스 지음, 임창우 옮김 / 살림 / 2008년 4월
평점 :
절판


 




  로저스 아저씨가 누구지? 표지에서 풍기는 로저스 아저씨의 따뜻한 미소를 가만히 보면서 혼자 생각했다. 어려운 사람들을 평생 돕고 살았던 사람의 이야기일까? 평생 선과 믿음을 실천한 도덕적인 인물의 이야기를 쓴 책일까?

  이 책의 주인공인 로저스 아저씨는 프레드 맥필리 로저스다. 1968년부터 어린이 프로그램  『로저스 씨네 동네』를 진행하며 보냈다. 이 프로그램은 전 세계적으로 유명해져서 2001년까지 방영되었다고 한다. 어린이를 위한 프로그램이었지만 이 프로그램을 본 성인들에게도 많은 영향을 끼쳤고, 그로 인해 남녀노소를 막론하고 로저스 아저씨의 많은 팬 층이 생겨날 수 있었다.

  자신을 기리기 위해 책을 써준 사람이 있다는 걸 알면 어떤 기분이 들까? 이쯤 되면 죽는 순간에 ‘아! 나는 멋지고 행복한 인생을 살았구나.’ 하고 느낄 수 있지 않을까? 로저스 아저씨도 그렇게 미소를 띠며 마지막 순간에 눈을 감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로저스 아저씨를 기리는 이 책 <로저스 아저씨의 위대한 유산>을 쓴 저자는 에이미 홀링스워스로 로저스 아저씨가 살아계셨던 동안 그분과 많은 교감을 나누었던 사람이다. 저자가 로저스 아저씨를 만나면서 겪었던 많은 일들을 회상하며, 또 그가 보내준 편지들을 통해 이 책을 쓸 수 있었다. 글 속에서 저자가 로저스 아저씨를 얼마나 애틋하게 생각하고 존경하는지 충분히 느낄 수 있었다. 나는 이 책만으로도, 그리고 곳곳에서 인용된 편지의 부분들만으로도 그의 사랑과 마음을 받을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로저스 아저씨가 어렸을 때 경험한 것들은 하나같이 그의 삶에 영양분을 공급해 주었다. 보통은 그냥 잊고 지나칠 수도 있는 작은 것들에서도 로저스 아저씨는 하나하나의 의미를 발견했다. 그의 토스트스틱 이야기가 대표적이다. 어렸을 때 이웃에 살던 아주머니께서 종종 만들어주셨던 토스트스틱. 나중에 아주머니가 돌아가셨다는 슬픔을 그는 토스트스틱이라는 둘만의 아름답고 소중한 우정과 추억으로 기억할 수 있었다. 그리고 로저스 아저씨는 그런 마음을 모두에게 나눔을 통해 베풀고자 했다. 그래서 그의 프로그램을 본 수많은 성인들도 어렸을 때의 추억에 젖어들 수 있었고 행복했던 기억을 떠올릴 수 있었다.

  이 책은 그런 나눔을 배워라. 공부해라. 실천해라. 하고 쓴 것이 아니었다. 저자는 그저 로저스 아저씨와 나누었던 교감을 보여주었을 뿐이다. 그러나 그 속에서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었고 생각할 수 있었다. 로저스 아저씨는 여유로움을 추구하며 여유로움을 나누며 여유로움 속에서 살았다. 생각할 시간이 많아지면 우리는 자신을 보다 꾸밈없이 받아들일 수 있다. 스스로를 바라보는 방식이 달라지면 그것은 곧 다른 사람을 바라보는 방식에 영향을 준다. 이웃을 사랑하고 용서하는 마음을 가질 수 있도록 말이다. 로저스 아저씨는 그것을 평생 실천했다.

  원하는 대로 일이 풀리지 않거나, 인간관계에서 상처를 입어 화가 날 때가 있다. 그리고 화가 났다고 가까운 사람에게 화풀이를 한 적이 꽤 많은 것 같다. 아마 그들은 그런 나로 인해 알게 모르게 상처받았을 것이다. 로저스 아저씨는 화를 억누르라고 말하지 않는다. 다만 사랑이든 분노든 표현하는 방법은 다양하다는 것을 알려준다. 생각해보니 꼭 다른 사람에게 상처를 주는 것으로 화를 표출할 필요는 없었다. 왜 그걸 몰랐을까. 무수히 많은 방법들이 있었는데 왜 미처 생각하지 못했을까. 그렇지 않았다면 모든 게 편안해졌을 텐데 말이다. 또 하나 배울 수 있었다. 이렇게 로저스 아저씨의 인생은 인생 그 자체가 지혜였고 본보기였다.




  나는 그 프로그램을 보지는 못했지만, 책을 통해 그 프로그램에 대한 묘사를 읽는 것으로 대신할 수 있었다. 그리고 『로저스 씨네 동네』는 내 머릿속에서 나름대로 상상의 나래를 펴고 그려졌다. 어린이 프로그램을 진행하면서 그가 추구했던 것은 바로 관계였던 것 같다. 이웃과의 관계, 타인과의 관계 말이다. 사랑하고 용서하면 누구와도 편하고 아름다운 관계를 만들어나갈 수 있을 것이다. 그의 말처럼 용서는 악이 결코 이길 수 없는 유일한 것이기 때문에 말이다. 로저스 아저씨는 많은 사람들의 마음을 따뜻하게 감싸주었고, 상처가 있는 사람이라면 그 상처를 보듬어주었다. 쉽지 않은 일이다. 하지만 왠지 그로부터 용기를 얻게 되는 것 같다. 마음속에 하나의 ‘로저스 씨네 동네’를 만들어두고, 힘들 때, 지칠 때 가벼운 마음으로 놀러가고 싶다. 나도 친근하게 그를 로저스 아저씨라 불러야지.







     한번 옮겨 심은 나무가 다시 자라려면 오랜 시간이 걸리지요.

     당신도 마찬가지예요.

     당신의 건강한 뿌리가

     새로운 공동체의 새 토양에 있는 영양분을 발견할 수 있도록

     시간을 주는 게 필요할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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