웰컴투 오로빌 - 살고 싶은 마을, 남인도 오로빌 이야기
오로빌 투데이 지음, 이균형 옮김 / 시골생활(도솔) / 2008년 3월
평점 :
품절


 

  

  ‘오로빌’이 지명을 나타내는 것인지조차 모른 채 동화 속 세상을 그려놓은 듯한 예쁜 표지에 먼저 끌렸다. 정말 이런 그림 같은 마을이 세상에 존재할까? 하는 마음으로 책을 읽어나갔다. 어쩌면 세상 어딘가에 이렇게 편안하고 아름답기만 한 곳이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어서 이런 책이 반가웠는지도 모르겠다.




  오로빌은 남인도 코로만델 해안에 위치하고 있었다. 1968년 2월 즈음, 인도 동남부 해변에서 조금 떨어진 벌판에다가 마더가 세운 국제도시였다. 마음을 초월하는 의식 상태를 추구해오던 마더는 1914년 스리 오로빈도를 만나게 된다. 그에게서 자신과 동일한 뜻과 목표를 발견한 마더는 그를 멘토로 여기게 되었다. 그가 세상을 떠난 후, 스리 오로빈도의 뜻을 좇아서 ‘국제도시 오로빌 건설사업’에 뛰어들게 된 것이다. 그 후 지금까지 오로빌은 주민들의 힘을 얻어 “온 세계의 남녀가 종교와 정치적 사상과 국적을 초월하여 진취적인 조화 속에서 평화롭게 살 수 있는 국제도시를 창조하는 일”에 몰두해오고 있다. ‘새벽의 도시’라는 뜻을 지닌 마을 오로빌은 ‘인류의 일체성을 실현하는 것’을 이상으로 삼으며 40여 개국에서 모인 2천 명 정도의 인구가 살고 있다고 한다. 그 중에 약 20명 정도의 한국인이 오로빌의 주민으로 살고 있단다.

 

  이 책에는 세상에서 가장 인간적인 마을이라는 오로빌에 대한 소개가 중점적으로 그려져 있었다. 오로빌이 건설되기까지의 간략한 과정과 마더, 스리 오로빈도에 대한 소개도 빠지지 않고 있다. 오로빌에 여행을 가고 싶다면 이 책을 읽어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여행객을 위한 자료들을 제공하고 있기 때문이다. 여행가기에 적당한 시기부터 그곳에서 지켜야할 예절에 대한 소개도 꼼꼼했고, 공공시설이나 음식에 대한 이야기도 풍부했다. 자료에 의하면 오로빌은 관광도시가 아니기 때문에 볼거리가 그리 많아보이지는 않았다. 이주민이 알아야 할 것들에 대해서도 물론 나와 있었다.

  

  그들은 정해진 구역 안에서라면 원하는 곳 어디에서든 자신이 원하는 형태의 집을 지어 살 수 있었다. 사진을 통해 본 오로빌 속의 집들은 말 그대로 상상력의 실험실이었다. 몇 세기를 훌쩍 넘어서야 존재할 것만 같은 빌딩의 모습을 하고 있는 집, 그냥 뼈대 위에 천막만 걸쳐놓은 듯한 자연에 가까운 집, 보통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을법한 집 등 그 형태와 크기가 아주 다양했다. 아주 전문적인 교육은 아니었지만, 배움 또한 익힐 수 있었다. 태양열을 이용한 여러 기구들도 이색적인 광경을 자아냈다. 무엇보다 그들은 일과 놀이, 그리고 이들을 아우르고 있는 삶을 분리하고 있지 않았다. 그렇기 때문에 돈을 벌기 위해 억지로 일을 한다기보다는 무언가 즐거움을 찾기 위해서 시간을 보내고 있는 것 같은 모습이었다. 마을에 어떤 안건이라도 있으면 주민 모두가 한 자리에 모여 회의를 하는 것도 오로빌에서는 얼마든지 가능했다.

  한편, <웰컴 투 오로빌>의 표지가, 그리고 오로빌의 목표가 너무 이상적이고 아름답게만 느껴져서인지 점점 오로빌의 실제 모습을 알아갈수록 완벽할 것만 같았던 성이 조금씩 무너지는 느낌을 조금은 받기도 했다. 우선 대중교통이라는 체계가 없기 때문에 자동차가 늘어나 혼잡함을 일기도 했고, 정부와의 마찰도 적지 않았다. 완벽히 인간적인 곳 오로빌에는 범죄란 단어가 필요 없을 줄 알았는데, 그렇지만도 않았다. 점점 범죄가 늘어가고 있는 형편이라고 하니 오로빌에도 걱정거리가 차츰 쌓여가고 있었다.

  그러나 그들은 모든 것을 뛰어넘어 사랑이라는 것으로 서로를 감싸고 어루만지고 있었다. 이것이 그 모든 것의 방해나 압박에도 불구하고 지금까지 오로빌이 수십 년을 버티며 건재할 수 있었던 이유가 아니었을까 싶었다. 정말 살고 싶은 이상적이기만 한 곳이라는 생각은 안 들지만 이런 곳이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되어 책 속에서의 여행으로나마 뜻 깊은 시간을 보낼 수 있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