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삭제판 이다 플레이
이다 글 그림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8년 3월
평점 :
품절


 




  ‘이다’, 여대생이라는 편견을 깨다.




  ‘이다’가 누구인지, 그동안 ‘이다’의 만화가 연재되고 있는 사이트가 있는지, 마지막으로 ‘이다’의 그림에 푹 빠져 있는 사람들이 이렇게 많은지조차 채 알기도 전에 책을 먼저 읽어보게 되었다. <무삭제판 이다 플레이>라는 제목. 독특한 제목에 끌려 책을 열었다. 그리고 다음은 벌어진 입 다물기. 세상에 이렇게 빽빽한 책은 처음이었다. 어쩌면 마지막일 것 같다는 생각도 들었다.

  글과 그림은 위아래의 구분도 없었고 좌우의 구분도 없었다. 대체 어디부터 시작해서 어떻게 읽어나가야 하나 하는 생각이 들만큼 한 페이지 한 페이지에는 글과 그림이 가득 차 있었다. 그것도 아주 깨알같이 조그맣게 말이다. 그림책이니까 색감이 화려하냐고 하면 그렇지도 않다. 까만 글씨와 까만 스케치, 그리고 말 그대로 “똥색”으로 색칠된 그림 ‘이다’. 그런데도 책을 잡은 순간 놓지 못하고 작은 글씨들과 씨름을 하면서 끝까지 읽고 말았다. 전혀 숨김없이, 치장도 없이, 그녀 자신이기도 한 ‘이다’를 그려낸다. 그러다 예고 없이 문득 여백이 좀 있는 페이지가 나오기라도 하면 가슴이 확 트이는 기분마저 든다. 그러면서도 아이러니하게 허전한 마음까지 생겨버린다.




  이름만큼이나 독특한 캐릭터‘이다’다. 글도 그림도 모두 독특함, 그 자체다. 아마 그녀의 소개를 읽지 않았다면, 저자가 남자였을 거라고 생각했을 거다. 그녀의 그림에 많이 등장하는 것 중 하나가 바로 늑대. 늑대는 자연으로 돌아가고 싶은 인간 본능을 상징한다지만, 그런 것 아무것도 없이 그냥 좋아서란다. 두꺼운 포장 없이 솔직해서 참 좋다. 그만큼 그림들도 하나같이 발가벗고 있다. 숨김도 없고 거침도 없는 그림과 글들. 책은 그녀의 작품들을 편집 없이 고스란히 옮겨놓았기 때문인지 더 가깝게 느껴진다. 중간 중간 틀린 맞춤법에서, 툭툭 내뱉는 욕지거리에서는 귀여움마저 느껴진다. 한없이 약하고 작은 모습을 보여주다가도 순간 날카롭게 ‘된장녀’ 운운하는 남자들에게 욕지거리를 던지기도 한다. 그렇게 순간순간 변신하는 모습에서 시원스러움도 느끼고 ‘이다’의 매력도 새삼 느끼게 된다. 자유로운 영혼 같으면서도, 한편으로는 현실에 얽매여있는 모습도 보여주는 ‘이다’는 모든 것을 내던져 보여주고 있다.




  책을 다 읽고 ‘이다’의 사이트에 들어가 본다. 딱 봐도 그녀의 홈페이지인지 알 것 같다. 개성 넘치는 글들. 아니 글이 아니라 말이었다. 단 한 문장도, 아니 단어도 글인 것은 없었다. 옆에서 혹은 앞에서 입을 열고 말을 해주는 것 같았다. 그녀 앞에서는 부끄러운 소재도, 꺼림칙한 내용도 ‘이다’는 ‘이다’의 것으로 만들어 버렸다.  










     사랑은 유리 조각이 든 초콜릿 같은 걸 거야.

     유리 조각에 아무리 혀를 다쳐도

     초콜릿의 단 맛에 중독 되서 벗어날 수가 없어.

     아무리 아픈 상처도

     초콜릿의 단 맛엔 아무것도 아니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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