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우스키핑
메릴린 로빈슨 지음, 유향란 옮김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8년 3월
평점 :
품절


 




 “그래, 한 번 더 읽자!”

 책을 덮으면서 가장 먼저 떠올렸던 생각이었다. 그래서 마지막장을 덮고 곧바로 다시 첫 장으로 돌아가 다시 읽기 시작했다.




 이 책 <하우스키핑>에는 어떤 눈에 띌만한 사건이나 사고가 있는 것은 아니다. 이야기는 이 책의 주인공이자 화자인 나, ‘루스’의 서술로 진행된다. 나와 여동생 ‘루실’은 어려서부터 여러 사람의 손을 타고 자란다. 대부분의 배경은 아이다호 주의 핑거본 마을. 엄마의 자살이 있은 후, 할머니의 밑에서, 할머니께서 돌아가셨을 때는 외고모 할머니 두 분 밑에서, 그 후에는 이모 밑에서 자라게 된다. 이때쯤 루스와 루실은 사춘기를 맞고 둘은, 각각의 방법으로 내적인 갈등을 겪으면서 성장하게 된다. 그 과정을 거치면서 루스와 루실은 서로 다른 길을 걷기 시작한다. 방랑벽이 있었던 이모는 보통의 보호자들과는 조금 다른 모습을 보이는데, 바로 여기에서 둘이 다른 반응을 보이게 되는 것이다. 루실은 이모의 모습에 불안함을 견디지 못하고, 말 그대로 평범한, 보통의 삶을 찾아 집을 나선다. 그리고 루스는 점차 이모와 비슷한 성향을 띄게 되고, 그들만의 생활을 즐기게 된다. 그렇지만, 루스와 이모의 생활은 다른 이들의 눈에는 결코 평범하지 않은 것이기에, 저절로 마을 사람들로부터 요주의 인물로 인식되어 버린다. 둘을 떼어놓아 각각에게 정상적인 삶을 만들어 주려는 마을 사람들로부터의 관심에서 벗어나기 위해 둘은 그들 자신의 집에 불을 지르고 도망쳐 마을을 떠난다.




 이 책에서 저자가 다루는 각각의 것들, 이를테면 등장 인물들의 죽음이나, 학교에 가지 않는 것, 집에 불을 지르는 것 등등이 상징하는 바가 있었음은 책을 다 읽고 나서 문학평론가의 글을 읽기 전에는 생각지도 못한 것이었다. 

 

 사실 처음에 <하우스키핑>이라는 제목과 함께, 권위 있는 인물과 기관으로부터 극찬을 받은 작품이라는 것을 알고서, 제목 그대로 살림을 소재로 하는 여성들의 소소한 이야기를 다루면서 즐거움과 유쾌함을 주려는 것일까, 하고 생각했었다. 그러나 이 책은 유쾌함과는 거리가 좀 있는 작품이었다. 속도감이 느껴지는 전개가 있는 것도 아니었고, 조금은 별난 삶에 대한 묘사가 약간은 지루하게 느껴지기도 했다. 문체 자체도 화려하지 않고, 유유히 흐른다는 느낌이었던 것도 한몫을 했던 것 같다. 뭔가의 의식의 변화가 답답할 만큼이나 느렸기 때문에 울연하기도 했고, 그것은 옮긴이의 권유처럼 두 번째 읽었을 때도 큰 변화가 없었다. 그래서 나의 보잘 것 없는 문학적인 감수성에 또 한 번 절망감을 느끼며, 좀 더 여유를 두고 다음에 읽을 기회를 가져봐야겠다고 마음을 다잡았다. 음미하듯이 천천히 말이다.




 정상적인 삶이란 무엇일가?

 과연 지금 나의 삶이 지극히 정상적이고, 당신의 삶은 정상적인 나와 다르기 때문에 비정상적이다, 라고 말할 수 있을까? <하우스키핑>의 마을 사람들은 그들 대다수가 살아가는 방식을 정상이라 인식했고, 그 자신들과는 다르게 살아가는 루스와 그녀의 이모를 비정상적이라고 단정 짓는다. 그리고 인위적으로라도 그들을 정상적으로, 아니 그들처럼 살게끔 만들려는 시도를 한다. 다수가 비슷하다고 해서 정상이라고 확신할 수 있는 걸까?

 적어도 루스와 그녀의 이모는, 그들 나름대로 지극히 정상적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루실’이 말하는 보통과는 다른 삶을 살겠지만, 루스가 이모의 모습에서 언뜻언뜻 엄마의 모습을 발견했을 때, 루스는 이모와 함께 가정을 꾸렸고, 가족의 부재라는 것에서부터 벗어나고 있었다. 나름대로의 하우스키핑을 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날 밤 과수원에서 아주 중요한 사실을 깨달았다.

  추위에 저항하지 않고 그냥 편안하게 받아들이면,

  추위가 더 이상 불편한 것으로 느껴지지 않는다는 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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