先富論 선부론 - 능력 있는 자, 먼저 부자가 되라
던컨 휴잇 지음, 송희령.김민주 옮김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8년 3월
평점 :
절판


 

 "능력 있는 자, 먼저 부자가 되라."

 <선부론>이라는 제목과 함께, 눈길을 사로잡았다. 물론 여러 인터넷 사이트에서 홍보하고 있는 ‘선부론’이 책의 힘 또한 무시할 수 없었다. 중국의 상황을 예로 들어 읽는 사람들에게 부자가 되는 길을 가르쳐주려는 책인가 하고 생각했었다.

 13개의 장으로 구성되어 있는 이 책 <선부론>은 저자가 생각하는 중국 성장의 기반을 표현해낸 것이라고 할 수 있다. 개혁개방을 통해 덩샤오핑은, 능력 있는 자들이 먼저 부자가 되고, 그 효과를 확대해서 모두 잘 사는 사회를 건설하자는 모토를 내걸었다.

 장은 크게, 변화하는 도시, 과거와 미래의 충돌, 꿈꾸는 국가, 중국의 복지제도, 개혁개방을 맞는 중국미디어, ‘나’ 세대, 교육, 중국은 지금 ‘성혁명’ 중, 떠도는 사람들, 농촌을 떠나다, 소비자와 시민, 문화충격, 흔들리는 신념과 신앙이라는 제목을 달고 나누어져 있었다. 그리고 그 속에서 저자 던컨 휴잇은 중국이라는 거대한 사회를 샅샅이 파헤치기 시작한다. 
 중국은 현재 현대화되고 있는 도시와 시골스러운 도시가 공존하고 있다고 한다. 마치 삼청동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으리으리한 대저택을 방불케 하는 집들이 모여 있는 곳과 달동네가 함께 있었던 모습이 순간 떠올랐던 것이다. 베이징도 아마 내 기억속의 그런 모습을 하고 있으리라. 
 점점 가구에 대한 놀라운 관심과 삶의 형태의 변화, 그리고 주택마련에 대한 꿈과 환상이 자라나고 있다는 중국의 모습은 거의 변신에 가까웠다. 이렇게 빠른 변화를 큰 탈 없이 소화해내는 것은 바로 중국의 사고방식에서 기인한다고 한다. 근본적으로 중국인들은 어떤 특정 가치관에 묶여 있지 않기 때문에 언제든지 변화에 응할 준비가 되어있다는 것이다. 
 세대차이라는 것은 어느 나라에나 존재하는 것인가 보다. 중국의 세대차이 역시 여느 나라 못지않았다. 어른들은 이해할 수 없는 청소년들만의 세계가 중국에도 있었다. 그들이 한국 그룹 ‘NRG’에 환호하는 장면이 눈앞에 선하게 그려졌다. 우월감이 느껴짐과 동시에 우쭐해져서 나도 모르게 어깨가 절로 펴졌다. 
 중국이 빈부격차와 함께 안고 있는 심각한 문제 중에 하나는 바로 교육정책이었다. 대학생 한 명 등록금이 농부 한 명의 일 년 수입, 그것도 일 년 내내 쉬지 않았음을 전제로 했을 때의 그것과 맞먹는다고 하니, 입이 떡 벌어졌다. 또 무사히 대학을 졸업한다고 해도 그 후의 실업률이 높다는 말에 마치 우리나라를 비추어보는 것 같았다. 
 예전에는 상상조차 할 수 없었던, 성 개방에 대한 것도 중국에서는 점점 이슈화되고 있다. 성전환 사례도 점점 늘어가는 추세고, 시간이 흐를수록 그것은 숨기기보다 오히려 떳떳하게 밝힐 수 있는 경험으로 인식되어가고 있었다. 또 이전에는 퇴학사유가 되었던 대학생들의 동거율도 높아졌고, 매춘도 심각한 수준에 달해있다고 한다. 저자는 성을 다룬 이 장에서 게이 커뮤니티에 대해서도 언급하고 있었다. 보수적인 성향을 갖고 있는 나로서는 아직 받아들이기 힘든 것 중에 하나가 바로 ‘게이 문화’인데, 중국에서 게이를 자녀로 둔 부모님들 중에는 이를 받아들이는 사람도 많다고 해서 놀라웠다. 
 중국은 특히나 빈부격차가 심한 나라이다. 그래서 농촌에 사는 사람들이 점차 도시로, 도시로 몰려드는 현상이 비일비재하게 일어나고 있다. 그러나 정부에서는 아무리 도시에 산다고 하더라도 그 출신이 농촌이라면 심한 차별대우를 한다. 보상액에 차이를 둔다든지, 자녀를 도시 학교에 입학시키지 못하게 한다든지 하는 방법으로 그들의 도시이전을 막으려 한다. 하지만 그래도 농촌사람들은 자녀들을 고향에 둔 채 돈을 벌기 위해 점차 도시로 몰려든다. 가장 보수가 적음에도 불구하고 도시로 오는 농민들을 보니, 농촌의 실상을 짐작할 수 있었다. 그러다보니 ‘도시인’들과 ‘농촌인’들 사이에 긴장도 심화되고 그에 따른 사회적인 문제들도 많이 발생한다고 한다.  
 옛날에 비해 많이 향상된 것 중에 하나는 중국인들의 소비자 권리에 대한 인식이다. 감히 소비자라고 내세울 생각도 하지 못했던 과거와는 달리, 이제 그들은 당당히 그들 자신의 이익을 추구하고, 우리나라의 ‘공동구매’와 비슷한 ‘단체구매’를 통해 당당하게 권리를 행사하고 있었다. 
 매체의 도입과 세계와의 교류 덕분에 중국은 거대한 미술 시장도 이룩하게 되었다. 최근에 수많은 예술가들이 나온 곳도 바로 중국이라고 하니, 그 말을 뒷받침한다고 볼 수 있다.
 위에서도 잠깐 언급했듯이, 중국인들은 어떤 특정 가치관에 묶여있지 않기 때문에 빠른 변화에 적응하기가 쉽다. 하지만 그것이 너무 지나치다보니 도덕성에서 너무 자유로운 모습을 보이고 있다고 한다. 옳고 그름까지 무시하는 것은 아니지만, 원칙 없이 살아가려는 성향이 짙어지고 있다고 하니, 새로운 사회 문제로 떠오를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 책의 저자 던컨 휴잇은 이렇게 공존하고 있는 성장하는 모습과 그늘진 모습을 대비시켜 묘사함으로써 보다 효과적으로 중국의 현재를 알리고 있었다. 저자는 이 책을 위해, 그리고 독자를 위해 발로 뛰는 노력을 보여주었다. 그는 셀 수 없이 많은 사람들을 직접 인터뷰하고 그들의 말을 인용하고, 함께 공감하고 또 함께 경험한다. 여러 도시의, 각종 직업의, 각 계층의, 다양한 연령층의, 남녀노소를 가리지 않고 되는대로, 가능한 최대한의 사람들에게서 유익한 정보를 얻어내려고 했던 것 같다. 그리고 그 계획은 성공적이었다. 그러기에 단순한 정보전달 그 이상의 것을 직접적으로 느낄 수 있었다. 중국은 현재 이렇다, 하고 마는 것이 아니라 그들의 생생한 증언의 목소리를 들음으로 인해서 확실히 이해할 수 있었고, 신뢰가 생겼기 때문이다.     

 저자는 각 장을 주제에 맞게 서술하면서 마지막에는 문제화되는 것을 정리하고, 앞으로의 방향성과 해결책을 제시하는 서술방식을 택했다. 그는 영국인으로써 중국에서 생활한지 20여년이 된 영국 BBC의 중국 특파원이자, 언론인이다. 그래서인지, 그냥 멀리서 중국의 경제나 정치 상황을 바라만 보며 서술하는 듯한 다른 책들과는 달리 생생함과 실제 같은 느낌이 들어서 더 유익했다. 던컨 휴잇의 분석은 날카로우면서도 정확한 사실을 콕콕 짚어냈고, 중국 현재모습의 그 양극단을 서술하는데 소홀함을 보이지 않았다.

 

 “중국”하면, -중국인에게는 몹시 미안하지만- 아직까지도 나는 더러운 나라, 미개와 후진, 공산주의 등등의 단어가 떠오르는 것을 지울 수가 없다. 중국이라는 나라에 대해서 많은  관심을 갖고 있던 것도 아니지만, 아는 것도 별로 없었다. 그나마 최근에 여러 매체들을 통해서 이따금 중국의 발전하는 모습을 보고는 있지만, 그래도 ‘중국은 중국’이라는 생각이 계속해서 나를 지배해왔다. 그러나 이 책을 읽으면서 내 사고에 많은 변화가 일어났다. 우선 중국이 무서운 속도로 변화하고 있는 모습을 던컨 휴잇을 통해 확인하고 많이 놀랐다. 그리고 동시에 상당히 많은 문제점들도 껴안고 있다는 사실도 알았다.

 덩샤오핑이라는 이름만 알고 있었지, 그가 개혁개방을 내세운 인물인지, ‘선부론’을 주장한 인물인지는, 이 책을 통해서 알 수 있었다. 그래서인지, 이 책의 프롤로그를 읽는 데서부터 나는 진땀을 흘리지 않을 수 없었다. 게다가 중국의 각종 면모를 알아가는 데에 있어서, 이 책은 단 한 문장, 단 한 단어도 그냥 허투루 지나칠 수 없는 것들로만 이루어져 있었다. 너무나도 생소한 내용에 부끄러웠지만, 그래도 이제라도 알아간다는 생각에, 공부하는 마음으로 책을 읽어나갔다. 확실히 공부하는 자세로 임해서 그런지, 진도는 마음처럼 그리 쉽게 나가지지 않았다.

 책을 다 읽고 난 지금, 머릿속이 조금 묵직해진 느낌이 들어서 뿌듯도 하고 왠지 뭔가 해낸 것도 같은 기분이 든다. 중국의 거대한 가능성을 눈으로 직접 확인하고 온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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