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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를 위한 헝겊토끼 원칙
토니 레이튼-단토니오 지음, 신승미 옮김 / 지니북스 / 2008년 3월
평점 :
부끄럽지만, 마저리 윌리암스의 『헝겊토끼』를 나는 아직 제대로 읽어본 적이 없다. 피노키오가 진짜 사람이 되었던 것처럼, 헝겊토끼도 주인의 진정한 사랑을 받고 진짜 토끼가 되었다는 줄거리 정도가 내가 아는 전부였다.
이 책의 저자 토니레이튼 디 안토니오는 상담치료사로, 많은 상담경험과 그로 인한 이론을 정리해 첫 저서인 <진짜가 된 헝겊토끼 The Velveteen Principles>에 이어 이 책 <여자를 위한 헝겊토끼 원칙 The Velveteen Principles for Women>도 저술했다.
저자는 시종일관 “진짜 여자가 되라”고 주장한다. 진짜 토끼가 된 헝겊토끼처럼 말이다. 이 주장은 헝겊토끼의 13가지 원칙을 뼈대로 해서 펼쳐진다.
1. 당신도 진짜 여자가 될 수 있다.
2. 진짜 여자가 되는 것은 과정이다.
3. 진짜 여자는 감성적이다,
4. 진짜 여자는 공감한다.
5. 진짜 여자는 용감하다.
6. 진짜 여자는 정직하다.
7. 진짜 여자는 관대하다.
8. 진짜 여자는 감사할 줄 안다.
9. 진짜 여자는 고통을 겪는다.
10. 진짜 여자는 융통성이 있다.
11. 진짜 여자는 사랑이 참고 견디는 것임을 안다.
12. 진짜 여자는 도덕적이다.
13. 진짜 여자들의 인생에는 의미가 있다.
그리고 이를 뒷받침하는 근거로 자신의 상담 사례와 심리치료의 경험들을 제시하고, 그것을 기초로 해서 ‘진짜’ 여자가 될 수 있도록 돕는 여러 가지 놀이들, 예를 들면 가면놀이나 기자놀이, 바위 활동 등을 제안한다. 그리고 ‘니켈’이란 이름을 갖고 있는 초록 바다거북이의 이야기도 적어, 누구보다 자기 스스로를 가치 있는 여성으로 보아야한다는 것을 피력하고 있다. 그렇다고, 남성들을 비판하는 것은 아니지만, 말 그대로 여성만을 위한 책이라고 볼 수 있었다.
메들린 올브라이트는, 여자라는 존재가 생물학적인 특성 덕분에 다양한 경험을 할 수 있고, 이것을 여자가 가진 장점이로 보았다고 한다. 바로 이게 관대함이고, 감사할 줄 아는 것이 아닐까. 나쁘다고 생각하면 한없이 나빠질 수 있는 상황을 이렇게 스스로 생각만 잠깐 바꾸는 것으로 인해 180도 뒤집어 좋게 만드는 것도 능력인 것 같다.
나도 슈퍼우먼을 꿈꾼 적이 있었고, 그것은 아직도 현재진행형이다. 물론, 여기서 등장하는 슈퍼우먼은 초능력을 가진 ‘우먼’이 아니라, 모든 방면에서 완벽한 여성을 말하는 것이다. 그러나 저자는 여성은 절대 슈퍼우먼이 될 수 없다고 말한다. 인간의 욕심이란 끝이 없기 때문에 절대로 자신이 정해놓은 목표에 도달할 수 없다는 것이다. 공감한다. 나부터도, 욕심에 끝이 없음을 경험으로 미루어 아주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슈퍼우먼이 되려고 안간힘을 쓰는 과정에서 겪는 스트레스를 저자는, “Self-applied Torture in Response to Extreme Should Situations”라고 정의하며, 비현실적인 기준을 따라야만 한다고 강요받은 후, 이를 충족시키려고 노력하면서 스스로 만든 고통이라고 풀이한다.
이 책의 구성 중에서 한 가지 재미있었던 것은, 바로 딴지쟁이와 토니와의 대화이다. ‘딴지쟁이’는 내 안에 잠재되어 있는 나쁜 생각을, ‘토니’는 진짜 여자가 되기 위해 꼭 필요한 생각을 대변하고 있는데, 중간 중간에 삽입된 이 대화를 읽고 있으면, 순간 내가 다중인격이 된 느낌이 들어 웃기기도 했고, 새로웠다.
이 책이 ‘통으로’ 완벽하게 이해되지는 않았다. 최근에 읽은 자기계발서들에 비해서 조금 어렵게 느껴졌던 것 같다.
살짝 안타까웠던 것은, 이 책이 너무 여성의 직업과 결혼생활에만 관점을 좁혀서 쓰지 않았나 하는 점이었다. 물론, 나도 멀지 않은 미래에 직업을 갖게 될테고, 결혼도 해서 가정을 꾸리겠지만, 당장은 내게 닥친 현실과는 맞물리지 않아 아무래도 공감하는 데 있어 좀 어려움을 겪었던 것 같다.
자신의 야망을 얕잡아보는 사람을 멀리하라.
도량이 좁은 사람은 다른 사람을 경시하지만,
위대한 사람은 여러분도 위대한 사람이 될 수 있게 만든다.
- 마크 트웨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