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이지 밀러 (책 + CD 2장) 삼지사 명작영한대역 6
헨리 제임스 지음 / 삼지사 / 2008년 2월
평점 :
구판절판


 

 자유로운, 그러나 결코 자유롭지 않았던 영혼 데이지 밀러,

 데이지 밀러의 삶을 한 마디로 표현하라면 이렇게 말하고 싶다.

 여느 로맨스 고전소설답게 처음은 멋진 남성이 등장한다. 윈터본. 미국인이지만, 유럽식 교육을 받으면서 자란, 전형적 유럽정신을 갖고 있는 남자. 윈터본은 우연히 데이지 밀러를 보고 첫눈에 반한다. 아! 그렇다면 윈터본과 데이지 밀러의 사랑 이야기구나. 결국은 둘의 사랑으로 끝이 나겠구나. 그래야 고전 로맨스답지. 하고 건방지게 결말을 예상했었다.

 그러나 윈터본은 남자 주인공이라기보다는 처음부터 끝까지 데이지 밀러를 관찰하고 바라보는 역할 그 이상의 것은 하지 않는다. 주인공을 가장한 주변 인물, 윈터본.

 아름답고 순수한 여인, 데이지 밀러. 그녀 역시 미국인으로, 그리고 아주 전형적인 미국인으로, 자유분방하고 구속을 싫어한다. 그런 성격 덕분에 주변 사람들의 입방아에도 오르내리게 되지만, 그녀는 그것에 신경 쓰지 않았다. 적어도 내가 보기에는 말이다.

 지오바넬리. 이탈리아인이면서 윈터본이 데이지 밀러를 끊임없이 질투하게 만드는 위인이다. 어쩌면 지오바넬리가 윈터본보다도 데이지 밀러를 잘 알고 있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마치 철부지 소녀 같은 데이지 밀러는 그 누구의 여자도 되지 않을 것임을 알고 있기에 말이다.

 데이지 밀러.

 그녀는 ‘순진함’을 가득담은 얼굴을 하고서, 스스로 ‘귀여운’ 바람둥이임을 과시하듯 행동한다. 이것은 자신을 경박하다고 여기는 사람들에 대한, 그리고 시류에 대한 반항이었을까. 아니면 진정 아무것도 모르는, 그리고 알고 싶어 하지 않는 순진한 여성이었을까.

 <데이지 밀러> 이야기 속에는 딱히 기억에 남길만한 사건이 등장하는 것은 아니다. 이 책을 읽으면서, 내가 생각했던 예상들이 차츰 빗나가고 있음을 알아가면서, 그리고 책을 다 읽고 나서, 과연 작가, 헨리 제임스가 하고 싶었던 말이 무엇이었을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로마의 열병을 앓던 그녀의 ‘순진함’을 강조하고 싶었던 걸까, 그녀에 대해 끊임없이 오해를 하고 있었던 윈터본에게 초점을 맞추라는 걸까. 작가가 옆에 있었다면 물어보고 싶다. 헨리 제임스는 나에게 끊임없이 상상하라고 말하고 있는 것 같았다. 나만의 세계 속에서 새로운 그들의 이야기를 만들라고 말이다.

 그 시대의 미국 상황과 연관 지어 봤을 때도 결코 간단하게 읽고 넘어갈 수 있는 소설은 아닌 것 같다. 다만, 그 시대의 미국 여인들을 대변하는 ‘데이지 밀러’를 통해 조금이나마 느끼라는 것이 아니었을까 싶다.

 SAMJI 출판사의 책을 선택한 것은 실수였을까. 너무 ‘직역’스러웠다. 소설다운 어떤 문체의 ‘맛’을 느낄 수 없었다. 허전했다. 그리고 비어 있었다. 좀 더 ‘소설스러운’ 번역이 있었더라면 좋았을걸.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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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책] 데이지 밀러 (Daisy Miller)
    from 512 2012-01-09 19:16 
    매력적인 여인에게 마음을 빼앗긴 한 남자의 이야기. 데이지 밀러.길에서 지나치면 누구나 한번 쯤 되돌아 볼 만큼 아름다운 아가씨. 도발적인 말투가 매력적인 그녀. 데이지 밀러. 쑥맥 프레드릭의 마음을 휘어 잡습니다. “프레드릭씨, 나랑 뱃놀이 할래요?” 별이 반짝이는 아름다운 밤에 속삭이는 여인의 말. 가뜩이나 이 아가씨한테 푹 빠져있던 프레드릭은 혼쾌히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