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의 책 1 - 태양의 돌
기욤 프레보 지음, 이원희 옮김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08년 2월
평점 :
구판절판


 

 항상 시간이란 것은 흥미로운 소재로, 책이나 영화 속에 등장해왔다. 이런 매체뿐만이 아니라, 누구나 한번쯤은 시공간을 초월하고 싶다는 생각을 해본 적이 있을 것이다. 돌아가고 싶은 과거도 있고, 순간이동으로 가고 싶은 장소도 있고 말이다. 이처럼 상대적이면서도 신비롭기까지 한 시간을 가지고 기욤 프레보는 <시간의 책> 속에 그것들을 넘나드는 여행을 그려내었다.

 책과 표지로 보아, 엄청나고 대단한 이야기가 펼쳐질 거라는 커다란 기대를 안고 책을 펼쳤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내 기대가 너무 컸었나보다. 나한테는 판타지 그 이상의 어떤 것은 와 닿지 않았던 것 같다. 어떤 우연에 의해, 어린 새뮤얼은 시간 여행을 하게 된다. 아버지의 행방불명을 우연이라고 단정 지을 수는 없지만, 아버지가 사라지지 않았다면 비밀의 방을 찾지 못했을 테니까 나는 그것을 우연이라고 말하고 싶다. 비밀의 방에서 발견한 태양문양의 돌과 구멍이 뚫린 동전으로 새뮤얼은 새뮤얼만의 여행을 떠난다. 아니 여행을 떠나진다는 표현이 더 옳을 것 같다.

 시공간을 넘나든다는 것은, 물론 그게 가능하다는 전제하에서, 참 신비로우면서도 흥미롭지만 한편으로는 정말 두려운 것이기도 하다. 제대로 된 방법을 모르는 한 돌아온다는 가능성도 그만큼 떨어지기 때문에.

 아무튼 새뮤얼이 처음 도착한 곳은 바이킹의 위협을 받고 있던 아이오나 섬. 그곳에서 새뮤얼은 후에 기적이라고 불리는 작은 업적*(?)을 남기게 된다. 이것, 의문이다. 과거로 돌아가서 한 아주 작은 행동 하나가 미래를 얼마나 크게 바꾸게 될지. 그렇다면, 누군가가 과거로 돌아가 살짝 다른 행동을 해버리면, 지금의 나는 어떻게 되는 거지? 아무도 모르는 저편으로 사라지고, 다른 미래의 우리가 현재를 가장하고 살아가는 걸까? 다른 곳에 다른 미래가 펼쳐질 수도 있을까? 정말 무서운 상상이 아닐 수 없다.

 새뮤얼의 두 번째 여행까지 읽으면서 마치 지금 내가 <폰더 씨의 위대한 하루>를 다시 읽고 있는 건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여기까지는 그냥 단순히 이곳에서 저곳으로의, 시간과 공간의 이동만을, 그리고 단순한 사건 정도를 그려내고 있었기 때문에 그렇게 느꼈던 것 같다.

 이런 단조로움의 비판이 있을 것을 예상했을까. 저자는 성장 소설로의 변화도 꾀하는 것 같았다. 새뮤얼의 약하고 소심하고, 소극적이던 성격은 여행을 거듭할수록, 점점 대범하고 용감해지는 쪽으로 변해갔다. 또 자신을 골탕 먹이던 친구를 유도경기에서 당당히 이겨내는 모습도 보여주어 통쾌함마저 느낄 수 있었다. 물론 새뮤얼 스스로도 성장해가고 있음을 느낀다.  그리고 사촌 릴리의 도움을 받아 자신의 아버지도 시간 여행을 하고 있음을, 그러다가 위험에 처해서 돌아오지 못하고 있음을 알게 되고, 아버지를 쫓아 다시 시간여행을 시도한다.

 <시간의 책>은 단순히 판타지만을 담고 있는 책은 아니었다. 주인공이 고난을 겪으면서, - 처음부터 원해서 시간여행을 한 것이 아니기에 이를 고난이나 역경이라 하고 싶다. - 신체적으로도, 정신적으로도 성장해가는 모습을 보여주었고, 아버지를 그리워하는 마음을 통해 진정한 가족애에 대해서도 보여주고 있었다.

 다만 너무 큰 기대를 하게 만드는 표지와 제목으로 인해, 어쩌면 책이 실제보다도 덜 재미있다고 느끼게 되는 게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아직 2권과 3권이 나오지 않았다는 사실이 이 책을 읽으면서 더 아쉬운 부분이었다. 그나마 2권은 번역이 안 된 것이라 곧 읽을 수 있겠지만, 3권은 올 가을에나 나온다고 하니, 번역된 것을 읽기까지 얼마나 기다려야 할지 몰라 좀 더 알아보고서 다 나온 후에야 읽을 걸 하는 후회가 남기도 했다.

 간간히 어색한 번역이 있어 아쉬웠지만, 2권과 3권에서의 또 다른 여행과 새뮤얼의 또 다른 변화를 기대하며 다음 편이 나오기를 기다려야겠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