틀 밖에서 놀게 하라

틀 밖에서 놀게 하라 - 세계 창의력 교육 노벨상 ‘토런스상’ 수상 김경희 교수의 창의영재 교육법
김경희 지음 / 쌤앤파커스 / 2019년 12월

- 나는 창의영재 분야의 세계 권위자이다.

라며 일단 자신감부터 뿜어내고 있는 이 작가의 책. 막 읽기 시작했을 때는 아, 다른 사람들도 했던 얘기일거야. 그냥 읽으면 되겠지.. 하며 시작했는데... 읽으면서 어, 이 책은.. 초등학교에 다니는 조카를 키우는 동생에게 추천해줘야겠다, 라는 생각이 들게 했다.

예전에 친구가 자기는 아이를 키우는 게 무섭다고 했다. 다른 의미에서 그런 게 아니라 한 사람의 인생을 결정하는 일인데.. 내가 이렇게, 이 길로 인도하는 게 맞는가.. 라면서 심각하게 고민을 하고 있었다.

말 그대로 아이가 제일 많은 영향을 받는 존재가 가장 가까이에 있는 부모인데... 이 부모가 그 역할을 못한다면 어떻게 자라날지.. 상상도 하기 싫었다

- 창의력에 대해 흔히들 오해하는 것이 있다. 창의력을 마치 무에서 유를 창조하는, 신과 같은 능력이라고 생각하는 것이다. 창의력이란 기존의 기식이나 기술을 활용해서 가치 있고 색다른 것을 만드는 힘이다.

나도 얘기할 때, 창의성이 부족해서 만드는 거, 그리는 거, 이런 거 잘 못해.. 라고 말하곤 하는데... 지금 다시 한번 '모방은 창조의 어머니'라는 말이 떠올랐다.

한동안 아빠와 많은 시간을 보내는 아이가 정서적으로 안정된다 해서, 아빠들이 일부러 시간을 내서 아이들과 시간을 보내더니.. 이 책에서는 '엄마'의 역할을 강조하고 있다. 생각해보면 아빠들이 많은 시간을 보내려고 노력을 한다지만, 정작 그 시간을 책임지고 있는 건 엄마다.

엄마의 한마디, 엄마의 행동 하나, 그리고 엄마가 아이와 함께 보내는 시간까지 아이는 그 영향을 고스란히 받고 있는 게 맞긴하다.

책에 나오는 일화중에 오드리 헵번의 일기를 읽고 유니셰프 대사가 되고 싶다는 꿈을 갖게 됐다는 아이에게 엄마는 유니셰프에 대해 자세히 알려주고, 이 일을 하려면 영어가 필요하다는 것을 알려주었다고 한다. 그래서 아이는 영어 공부에 대한 동기가 생겼고, 열심히 해서 내성적인 성격까지 바뀌었다고 나온다. 아이의 꿈을 이루어주기 위해 동기를 만들어 준 부모.

이것이 바로 부모의 역할이지 않을까.

그 밖에도 칭찬을 할 때는 결과가 아니라, 동기를 칭찬해주고, 아이가 몰입하고 있을 때는 절대로 방해하지 말 것. 이런 이야기들이 들어있다.

아, 이 책은 정말.. 주위 아이를 가진 부모들에게 추천해주고 싶다.

제왕업

제왕업 - 하 - 반룡, 용이 될 남자
메이위저 지음, 정주은 옮김 / 쌤앤파커스 / 2019년 11월

- 예전에는 가문의 비호를 잃으면 아무것도 손에 쥔 게 없을 줄 알았다. 그러나 이제야 깨달았다. 가문이 내게 준 진정한 보물은 부귀영화가 아니라, 천하에서 가장 권세 있는 사내를 정복하고 천하에서 가장 충성스러운 용사를 정복할 타고난 지혜와 용기였음을.

왕현은 이처럼 똑똑하며 당찬 여인이었다. 그러나 마음 한 켠에서는 자꾸만 소기가 아닌 자담이 걸렸다. 아직 소기는 왕이 될 수 없었다. 셋째 황자 자담이 있었고.. 그녀는 아직도 그를 놓지 못했다. 그리하여 소기는 자신과 혼인을 한 지 여러 해 지났음에도 불구하고 왕현과 자담 사이의 의심의 끈을 놓지 못했다. 자담이 궁으로 돌아온 후 왕현은 마음이 편할 날이 없었다. 그럼에도 소기를 쥐락펴락 하는 건 그녀였다. 눈물 하나로 꼼짝 못하게 했으며, 그 눈물은 모든 것이 다 계산된 것이었다.

이렇게 쓰고 보면 천하의 여우같지만.. 그녀는 주위 사람을 보살피기 위해 최선을 다했다.

소기와 왕현의 첫 아이를 잃고 난 후, 영원히 아이를 볼 일은 없을 줄 알았으나 다시금 아이가 찾아왔고.. 그 아이를 보기도 전에 소기는 다시 전쟁터에 나가야 했다. 드디어 돌아오는 줄 알았으나 다시금 불벼락이 내렸다. 소기가 전장에서 목숨을 잃었다는 것. 왕현은 소식을 듣고 쓰러질 뻔 하였으나 소기가 마지막으로 썼다는 편지에서 자신이 살았음을 알리는 단서를 발견하고, 배신자가 누구인지 찾아나서기에 이르며.. 다른 누구도 아닌 평생 소기와 자신의 곁에서 충성을 다할 것을 맹세한 그 사람.. 그리고 그런 사람이었기에 자신의 동생이나 다름없는 사람과 혼인을 시켜주었건만.. 권력의 맛을 알더니 이렇게 뒷통수를 치다니.. 게다가 그것뿐만이 아니라 그의 마음에는 또 다른 이유가 있었는데...

전편에서도 그렇지만 이번 편에서도 사건사고가 끊이질 않았다. 지혜와 미모를 타고난 왕현을 원하는 이는 너무나 많았다. 그럼에도 그녀는 그 두려움을 드러내지 않고, 천천히 자신과 다른 사람을 구하기 위해 노력했다. 비록 그녀의 노력이 남들 눈에는 비정하게 보일지라도. 그 사람들이 자신에게 증오를 품을지라도 결과적으로 그녀는 그 사람들을 살렸다.

혼란스럽고, 두려움이 가득한 그 상황에서.. 그녀는 진짜.. 영웅이었다.

나라를 구하고, 사람들을 구했다. 그리고 자신의 자리를 지켰으며, 전쟁터에서 승리를 이끈 영웅을 왕으로 만들었다.

나도 지혜로운 여인이고 싶었다. 뭐... 왕현을 보니 비교도 안될 정도로 뛰어나니.. 이건 배울수도 없다. 흔히 중국드라마에 나오는 공주들은 철부지가 많았는데.. 최근에 나오는 드라마에서는 그렇지 않았다. 그네들이 그렇게 철이 없고, 이기적이었다면 주인공이 아닐테지만 말이다.

상황을 볼 줄 아는 사람이고 싶다. 그러기엔 이미 늦었는지도 모르지만.

제왕업

제왕업 - 상 - 아름답고 사나운 칼
메이위저 지음, 정주은 옮김 / 쌤앤파커스 / 2019년 11월

- 그때는 나도 너처럼 근심이 무엇인지 몰랐단다. 태어나서 줄곧 금지옥엽으로 키워지며, 무슨 일이든 다 내 뜻대로 이루어질 줄 알았고 평생 내가 원하는 대로 살 수 있으리라 생각했지.....

그러다 마침내 깨달았단다. 철없던 시절의 단꿈에서 깨는 날이 오면 사람은 누구나 자신의 운명을 짊어져야 하고, 누구도 영원히 가문의 비호 아래서 살 수 없음을 말이야.

명문세가 냥아 왕씨의 고귀한 딸이자, 모든 영웅들이 흠모하는 여인, 왕현.

날때부터 귀족이었으며 그녀가 원하는 걸 이루지 못한 건 없었다.

단 하나, 그녀의 사랑만 빼고.

이것도 지금에서야 하는 이야기지만 왕현이 그토록 맺어지길 간절히 원했던 한 사람 셋째 전하 자담.

한때 셋째 전하와 상양 군주는 천상 배필이라고 얘기를 했건만.

날때부터 명문세가의 자식으로 그녀의 어깨에는 가문의 명예와 위엄이 걸려 있었다. 그러므로 무엇하나 그녀의 뜻대로 되는 건 없을 터였다. 철없던 어리시절에는 모든 것이 가능하다고 믿었지만 그녀가 가례를 올리고 난 후로는 무엇 하나 그녀의 뜻대로 이룰 수 있는 일이 없었다.

자담을 마음에 품고 아버지의 뜻에 따라 가문을 위해 예장왕 소기에게 시집을 간다고 결정했을 때도 마찬가지였다. 어머니는 그토록 반대했지만 아버지는 그래도 뜻을 굽히지 않았다. 오라버니까지 나섰지만 더이상의 분란은 원하지 않았기에 모든 것을 묻고 소기에게 시집을 가는 왕현.

그러나 그마저도 뜻대로 되지 않는건지, 신혼 첫날부터 소기는 장군으로써 출정을 해야 했고, 왕현은 그런 날을 혼자 견뎌야했다.

이것만 보아도 그녀가 대단하다 싶다. 마음에도 없는 사람과 결혼을 하고, 그도 모자라 아직 남편의 얼굴은 보지도 못했다. 그러던 중 왕현이 납치되는 사건이 발생하고, 그 일은 그녀가 아닌 예장왕을 노리고 꾸민 일이었다. 구하러 올 것이라는 일말의 희망은 걸었지만 정말 그가 구해줄지도 의문이었던 일이라 이곳에서도 그녀는 홀로서야만 했다.

그리고 이 사건으로 인해 왕현과 소기는 서로의 마음을 확인하게 된다.

그 또한 그녀를 아끼지 않아서 그랬던 것은 아니오, 다만 시간이 어긋났고, 서로의 생각이 달랐을 뿐이었다. 소기는 과연... 대장군 감이었다. 그리고 질투도 많은 남자였다. ㅋㅋㅋㅋㅋ

이 둘이 꽁냥꽁냥 하는 장면도 더러 있어서 그렇게 길게 느껴지지 않은 1권이었다.

1권에서는 그녀의 입지를 다루는 이야기가 이어진다. 소기를 만났기에 할 수 있었던 일. 그럼에도 소기가 없어도 잘 살 수 있을거라는 건 나만의 생각은 아닐터다.

과연 그녀는... 영웅이 탐내할만한 여자였다. 그리고 이런 그녀의 이야기를 읽는데 갑작스레 예전에 봤던 드라마 '측천무후'가 떠올랐던 건 왜인지...

전형적인 대하드라마인데.. 대하드라마 같지 않은 건 간혹 나오는 두 사람의 이야기와, 그녀가 가끔 하는 밀당들이 피식 웃음짓게 만들었기 때문이다.

얼른 2권을 읽어야 하는데 아직 반밖에 읽질 못했다.

내일은 꼭 끝내야지. 

쌍둥이

쌍둥이
후지사키 사오리 지음, 이소담 옮김 / 현대문학 / 2019년 11월

어째서 제목이 '쌍둥이'인지 모르겠다.

서로의 감정을 교감하는 것도, 서로의 생각을 공유하는 것도, 서로 닮은 구석이라고는 하나도 없는데.

다만.. 이 책을 읽으면서 느낄 수 있었던 건 쓰키시마와 나쓰코 두 사람은 두 사람이 있었기에 서로 버틸 수 있었던 게 아닌가.. 하는 거다.

- 누군가에게 내가 특별한 존재가 되고 싶어 안달이 난 마음을 나는 '슬픔'이라고 불렀다. 누군가의 특별한 존재가 되고 싶지만 그 누구에게도 특별한 존재가 되지 못하는 비참함을 '슬픔'이라고 표현했다. 누군가에게 필요한 존재가 되고 싶어서, 누군가에게 소중하게 여겨지고 싶어서 나는 울었다.

- 쌍둥이처럼 생각해.

그는 알고 있을까? 예전에 내가 그의 쌍둥이가 되고 싶어서 얼마나 괴로워했는지를, 쌍둥이가 되고 싶지 않아 혼자 울던 밤이 얼마나 많았는지를.

쓰키시마와 나쓰코가 친해진 건 우연한 계기였다. 그 후론 언제든지 통화를 하고, 언제든지 얘기를 나눴다. 이 사이가 살짝 틀어진 건.... 원래도 학교에 흥미가 없었던 쓰키시마가 고등학교에 간 후부터다. 좋아하는 여자애가 생겼다고 하고, 학교에 가기 싫다고 하고. 그 상태가 계속되자 정말 학교를 그만둬버렸다. 이 무렵 나쓰코는.. 자신이 쓰키시마를 좋아하는 걸 느꼈다. 서로 충고를 해주는데도 그걸 곧이 받아들이질 못한다. 이런 점에서는 닮았달까...

그렇게 학교를 그만 둔 쓰키시마는... 아버지의 권유로 유학을 가겠다고 했다. 그리고 그곳에 간 지 2주도 되지 않아 다시 돌아오고 싶다는 얘길 했다. 고등학교에 들어가 피아노 연습만으로도 벅찼던 나쓰코는 밑도 끝도없이 매번 자기의 말만 하는, 자기가 엄청 힘들다는 것만 드러내고 싶어하는 쓰키시마에서 슬슬 질리고 있었고. 그런 마음을 표현하기 무섭게 쓰키시마는 그곳에서 쓰러졌다.

공황장애라고 했다. 다시 돌아온 쓰키시마는 예전의 모습은 온데간데 없이 낯선 사람이 됐다. 그런 쓰키시마가 무섭기도, 또 서운하기도 했던 나쓰코.

이렇게 위태위태한 둘은 쓰키시마의 밴드 결성을 계기로 같이 시간을 보내는 일이 많아진다.

처음에는 밴드에 뜻이 없었지만 쓰키시마와의 시간을 소중히 여기게 된 나쓰코. 그러나 다른 사람에게보다는 자신에게 더 독하게 구는 것 같은 쓰키시마가 야속하기만 한데...

이렇게도 다른 두 사람이 나오는 이야기에 '쌍둥이'라는 제목이라니.

읽으면서 쓰키시마는 얼마나 짜증나게 하던지. 그리고 그에 휘둘리는 나쓰코는 또 어떻고.

그럼에도 후반에는 각자 어울리는 시간을 소중하게 생각하고, 같은 공간에 있기 위해 어떻게든 노력하는 둘을 보며 응원하는 마음도 생겼다.

여전히 자신의 감정, 자신의 생각만 중요하게 생각하는 쓰키시마에게는 울컥울컥했지만.

그래도 쓰키시마가 없었다면 나쓰코는 이렇게 성장할 수 없었을거다. 쓰키시마라는 양분이 있었기에 슬퍼하면서, 힘들어하면서도 버티는 게 아닐까 하고..

글이 길어졌다. 정신없이 읽기도 했지만 그만큼 감정이 많이 소모되는 책이었다.

일에 관한 9가지 거짓말

일에 관한 9가지 거짓말
마커스 버킹엄.애슐리 구달 지음, 이영래 그림 / 쌤앤파커스 / 2019년 11월

사실 회사에서 근무해 본 적이 없어서 이런 문화는 잘 모르겠다.

다만 학교도 위계질서가 너무나 명확한 곳이니 저 책에 나오는 9가지 거짓말이 적용되는 곳도 있겠지만 이곳의 일은 매년 정해져 있고, 그 일이 그 일이라 크게 움직이는 게 없어서 더 그렇겠다.

지금까지 몇군데의 학교에서 일해봤지만 크게 다를 건 없었다.

다만 상사.. 음.. 일을 맡은 부장님이 누구냐에 따라 스트레스 정도가 심했던 것 있었다.

이건 어디가나 똑같지만.

책을 읽으면서 인상 깊었던 건 팀원들과 끊임없는 대화를 해야한다는 것.

목표를 정해주고 알아서 하라고 하는 것도 좋지만 그 목표에 대해 얼마만큼 이해를 하고 있으며, 어느 정도까지 진행이 됐는지를 계속 물어봐야 일이 더 능률이 오른다고 하는 점이다.

우리나라 같은 수직 관계가 분명한 곳에서 이런 방법이 통할까 싶기도 하지만 요즘 자유로운 분위기에서 일하는 회사가 늘어나고(순전히 내 생각일 뿐!) 있는 추세에서는 좀 통하지 않을까 싶다.

자유로운 분위기라기 보다는 팀장의 융통성이 더 큰 힘을 발휘하겠지만.

농담을 해도 받아주고, 어느 정도는 허용해줘야지 농담을 했는데 정색하며 다큐로 만들어 버린다면 그건 참........ 바꾸려고 해도 할 수 없는 게 아닌가 싶다.

두번째 인상 깊었던 구절은 처음부터 능력이 뛰어나 맡은 업무를 쭉쭉 밀고 나가는 팀원이 있는 반면 눈에 띄지 않고 있다가 꾸준히 묵묵하게 일하는 사람이 더 많다는 것. 회사에서 그리고 팀장의 입장에선, 능력있는 인재를 원하겠지만 그 팀원의 능력을 끌어내주는 것 또한 팀장의 일이 아닌가 싶다.

그동안 읽었던 책중에 가장 어려웠던 책이 아닌가 싶다.

집중하기도 어려웠고.. 이 책은 나보다는 동생들에게 한번쯤 읽어보라고 권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