쌍둥이
후지사키 사오리 지음, 이소담 옮김 / 현대문학 / 201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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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째서 제목이 '쌍둥이'인지 모르겠다.

서로의 감정을 교감하는 것도, 서로의 생각을 공유하는 것도, 서로 닮은 구석이라고는 하나도 없는데.

다만.. 이 책을 읽으면서 느낄 수 있었던 건 쓰키시마와 나쓰코 두 사람은 두 사람이 있었기에 서로 버틸 수 있었던 게 아닌가.. 하는 거다.


- 누군가에게 내가 특별한 존재가 되고 싶어 안달이 난 마음을 나는 '슬픔'이라고 불렀다. 누군가의 특별한 존재가 되고 싶지만 그 누구에게도 특별한 존재가 되지 못하는 비참함을 '슬픔'이라고 표현했다. 누군가에게 필요한 존재가 되고 싶어서, 누군가에게 소중하게 여겨지고 싶어서 나는 울었다.


- 쌍둥이처럼 생각해.

그는 알고 있을까? 예전에 내가 그의 쌍둥이가 되고 싶어서 얼마나 괴로워했는지를, 쌍둥이가 되고 싶지 않아 혼자 울던 밤이 얼마나 많았는지를.


쓰키시마와 나쓰코가 친해진 건 우연한 계기였다. 그 후론 언제든지 통화를 하고, 언제든지 얘기를 나눴다. 이 사이가 살짝 틀어진 건.... 원래도 학교에 흥미가 없었던 쓰키시마가 고등학교에 간 후부터다. 좋아하는 여자애가 생겼다고 하고, 학교에 가기 싫다고 하고. 그 상태가 계속되자 정말 학교를 그만둬버렸다. 이 무렵 나쓰코는.. 자신이 쓰키시마를 좋아하는 걸 느꼈다. 서로 충고를 해주는데도 그걸 곧이 받아들이질 못한다. 이런 점에서는 닮았달까...


그렇게 학교를 그만 둔 쓰키시마는... 아버지의 권유로 유학을 가겠다고 했다. 그리고 그곳에 간 지 2주도 되지 않아 다시 돌아오고 싶다는 얘길 했다. 고등학교에 들어가 피아노 연습만으로도 벅찼던 나쓰코는 밑도 끝도없이 매번 자기의 말만 하는, 자기가 엄청 힘들다는 것만 드러내고 싶어하는 쓰키시마에서 슬슬 질리고 있었고. 그런 마음을 표현하기 무섭게 쓰키시마는 그곳에서 쓰러졌다.

공황장애라고 했다. 다시 돌아온 쓰키시마는 예전의 모습은 온데간데 없이 낯선 사람이 됐다. 그런 쓰키시마가 무섭기도, 또 서운하기도 했던 나쓰코.


이렇게 위태위태한 둘은 쓰키시마의 밴드 결성을 계기로 같이 시간을 보내는 일이 많아진다.

처음에는 밴드에 뜻이 없었지만 쓰키시마와의 시간을 소중히 여기게 된 나쓰코. 그러나 다른 사람에게보다는 자신에게 더 독하게 구는 것 같은 쓰키시마가 야속하기만 한데...


이렇게도 다른 두 사람이 나오는 이야기에 '쌍둥이'라는 제목이라니.

읽으면서 쓰키시마는 얼마나 짜증나게 하던지. 그리고 그에 휘둘리는 나쓰코는 또 어떻고.

그럼에도 후반에는 각자 어울리는 시간을 소중하게 생각하고, 같은 공간에 있기 위해 어떻게든 노력하는 둘을 보며 응원하는 마음도 생겼다.

여전히 자신의 감정, 자신의 생각만 중요하게 생각하는 쓰키시마에게는 울컥울컥했지만.

그래도 쓰키시마가 없었다면 나쓰코는 이렇게 성장할 수 없었을거다. 쓰키시마라는 양분이 있었기에 슬퍼하면서, 힘들어하면서도 버티는 게 아닐까 하고..


글이 길어졌다. 정신없이 읽기도 했지만 그만큼 감정이 많이 소모되는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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