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왕업

제왕업 - 하 - 반룡, 용이 될 남자
메이위저 지음, 정주은 옮김 / 쌤앤파커스 / 2019년 11월

- 예전에는 가문의 비호를 잃으면 아무것도 손에 쥔 게 없을 줄 알았다. 그러나 이제야 깨달았다. 가문이 내게 준 진정한 보물은 부귀영화가 아니라, 천하에서 가장 권세 있는 사내를 정복하고 천하에서 가장 충성스러운 용사를 정복할 타고난 지혜와 용기였음을.

왕현은 이처럼 똑똑하며 당찬 여인이었다. 그러나 마음 한 켠에서는 자꾸만 소기가 아닌 자담이 걸렸다. 아직 소기는 왕이 될 수 없었다. 셋째 황자 자담이 있었고.. 그녀는 아직도 그를 놓지 못했다. 그리하여 소기는 자신과 혼인을 한 지 여러 해 지났음에도 불구하고 왕현과 자담 사이의 의심의 끈을 놓지 못했다. 자담이 궁으로 돌아온 후 왕현은 마음이 편할 날이 없었다. 그럼에도 소기를 쥐락펴락 하는 건 그녀였다. 눈물 하나로 꼼짝 못하게 했으며, 그 눈물은 모든 것이 다 계산된 것이었다.

이렇게 쓰고 보면 천하의 여우같지만.. 그녀는 주위 사람을 보살피기 위해 최선을 다했다.

소기와 왕현의 첫 아이를 잃고 난 후, 영원히 아이를 볼 일은 없을 줄 알았으나 다시금 아이가 찾아왔고.. 그 아이를 보기도 전에 소기는 다시 전쟁터에 나가야 했다. 드디어 돌아오는 줄 알았으나 다시금 불벼락이 내렸다. 소기가 전장에서 목숨을 잃었다는 것. 왕현은 소식을 듣고 쓰러질 뻔 하였으나 소기가 마지막으로 썼다는 편지에서 자신이 살았음을 알리는 단서를 발견하고, 배신자가 누구인지 찾아나서기에 이르며.. 다른 누구도 아닌 평생 소기와 자신의 곁에서 충성을 다할 것을 맹세한 그 사람.. 그리고 그런 사람이었기에 자신의 동생이나 다름없는 사람과 혼인을 시켜주었건만.. 권력의 맛을 알더니 이렇게 뒷통수를 치다니.. 게다가 그것뿐만이 아니라 그의 마음에는 또 다른 이유가 있었는데...

전편에서도 그렇지만 이번 편에서도 사건사고가 끊이질 않았다. 지혜와 미모를 타고난 왕현을 원하는 이는 너무나 많았다. 그럼에도 그녀는 그 두려움을 드러내지 않고, 천천히 자신과 다른 사람을 구하기 위해 노력했다. 비록 그녀의 노력이 남들 눈에는 비정하게 보일지라도. 그 사람들이 자신에게 증오를 품을지라도 결과적으로 그녀는 그 사람들을 살렸다.

혼란스럽고, 두려움이 가득한 그 상황에서.. 그녀는 진짜.. 영웅이었다.

나라를 구하고, 사람들을 구했다. 그리고 자신의 자리를 지켰으며, 전쟁터에서 승리를 이끈 영웅을 왕으로 만들었다.

나도 지혜로운 여인이고 싶었다. 뭐... 왕현을 보니 비교도 안될 정도로 뛰어나니.. 이건 배울수도 없다. 흔히 중국드라마에 나오는 공주들은 철부지가 많았는데.. 최근에 나오는 드라마에서는 그렇지 않았다. 그네들이 그렇게 철이 없고, 이기적이었다면 주인공이 아닐테지만 말이다.

상황을 볼 줄 아는 사람이고 싶다. 그러기엔 이미 늦었는지도 모르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