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른이 되면 괜찮을 줄 알았다

어른이 되면 괜찮을 줄 알았다 - 심리학, 어른의 안부를 묻다
김혜남.박종석 지음 / 포르체 / 2019년 6월

어릴 때는 어른이 되면 뭐든지 잘할 수 있을 줄 알았다.

사람들과의 관계며 취업 문제, 그리고 내 감정을 다스리는 일까지.

그러나 현실은.. 어릴 때보다 사람들과의 관계는 훨씬 더 복잡해서 내가 잘한다고 해서 그들이 알아주는 것도 아니었고, 그리고 어느 선까지 잘해야 되는 건지를 아직도 모르겠다는 거다. 나만 좋아해서도 안되는 거고, 서로 마음이 맞았다고 해도 어느 순간 돌아서는 게 사회에서 만난 사람들이었다.

이렇게 되니 주변 사람들과의 관계도 친했음에도 불구하고 선을 긋게 됐으며, 아무 얘기나 터놓을 수 있게 되는 사이가 되는 건 정말 극소수가 아닌가 싶다.

김헤남 작가는 알고보니 예전에 <서른 살이 심리학에게 묻다>라는 책으로 만났었다. 지금도 책장에 고이 꽂혀있는 그 책은 사람의 심리에 대해 알기 쉽게 썼었다.

이 책에서도 우리가 쉽게 만날 수 있는 우울증부터 공황장애, 허언증, 강박증 자해에 이르기까지 우리가 종종 들었고, 또 만날 수 있었던 증상들에 대해서 설명하고 있다.

설명뿐이었다면 말 그대로 딱딱한 책이 될 수도 있었을텐데.. 적절한 예시와 함께 나아질 수 있다는, 충분히 극복 가능하다는 얘기들까지 해주고 있었다. 덕분에 지루함없이 천천히 읽을 수 있었다.

나도 우울증을 갖고 있다는 걸 알겠다.

'좋은 결과는 우연, 나쁜 결과는 내탓'이라는 문구를 보고 좀 더 확실해졌다. 자신에 대한 부정적인 일은 의미를 크게 확대하고 긍정적인 일은 의미를 축소해서 받아들이는 경향이 있다고 한다.이를 위해 필필요한 건 '긍정성'. 물론 매번 긍정적인 면을 찾고, 생각하는 게 쉬운 일은 아니지만 작은 일부터 생각한다면 충분히 가능할 것 같다. 그리고 이건 내게 필요한 얘기이기도 하다.

앞서 열거한 공황장애, 허언증, 강박증, 자해 이렇게 본다면 점점 심해가는 감정의 구렁텅이에서 헤어나올 수 없는 것처럼 보인다.

책의 마지막에는 '우울의 반대말은 행복이 아니라 생도감이라는 말이다. 살아서 움직이고, 아주 조금씩 매일 변하는 것이야말로 우울에서 벌어날 수 있는 유일한 방법.' 이라는 얘기를 김혜남 작가님에게서 들었다는 저자의 이야기가 적혀 있었다.

저 문장을 읽고 나니 이런 얘기가 생각난다.

- 헤어져서 슬프고, 그렇게 울고, 아무것도 하기 싫은데 배는 고파서 밥을 먹는다고.

요즘의 나도 움직이고 있다. 집에만 있으면 더 나태해지는 것 같아서 카페라도 가고, 도서관에 가고. 가끔은 혼자서 사진을 찍으러 나가기도 한다. 다시 한번 생각하는데 사진 찍는 취미마저 없었다면 나는 지금쯤 집에 거대한 동굴을 만들어 놓고 그곳에서 나가려고 하지도 않았을 것 같다.

브링 미 백

브링 미 백
B. A. 패리스 지음, 황금진 옮김 / arte(아르테) / 2019년 6월

'비하인드 도어'를 먼저 읽었다. 아니, 반쯤 읽다가 포기했다는 게 맞겠다.

생각보다 진도가 안나가서.. 평이 좋아서 집어든 책이었는데 어쩐지 나와는 맞지 않았나보다.

그러던 차에 만난 작가의 내게는 두번째 책.

이 책도 시점이 왔다갔다 하는데다, 주인공들이 좀 짜증나게 해서.. 핀도 그렇지만 레일라도 만만치 않았다. 그래서 중간까지 어찌어찌 읽었는데.. 반쯤 지나니까 뒷 얘기가 너무 궁금해서. 대체 이 세사람은 어떻게 엮인거야??(물론, 처음에 그 얘기가 나오지만 그건 그냥.. 처음에 지나지 않았던 것 같다.) 라면서 계속 읽게 만들었다.

결론은.... 작가는... 뻔할 것 같았던 범인을.. 전혀 뻔하지 않게, 그리고 한번에 뒤통수를 쳤다!!!

라는 게 내 생각이다. 뭐 이런 경우가.. ㄷㄷㄷㄷ 하면서 마지막까지 읽었다.

전작도 심리묘사를 잘했다고 했는데 이 책은.. 더하다.

연인을 잃고 이제 막 행복해지려는 핀. 그 앞에 다시 나타난 잃어버린 그의 연인 레일라.

레일라가 나타남으로 해서 불안해지는 그의 심정을 어쩌면 저렇게 잘 표현했는지.

너무나도 잘 드러나는 그의 착찹함에, 덩달아 나도 손톱을 깨물고 싶어졌다. 이 버릇이 없어진 지 오래됐는데 갑자기 책을 읽으면서 다시 떠올리게 됐다. 왠지 그렇게 해야만 할 것 같았다.

게다가 레일라... 처음에는 사랑스러웠는지 몰라도 다시 돌아온 그녀는 짜증 유발자에, 집착도 장난 아니었다. 자신이 가지지 못한다면 부숴버리겠다니.. 대단한 여자다.

자신의 자리를 찾겠다는 일념 하나로 서서히 핀과 엘런 사이에 골을 만들고, 그 안에서 자신의 존재를 각인시키다니.. 대단한 너.

이렇게 숨가쁘게 달리게 하더니 마지막에 진짜 펑!! 하고 그대로 폭탄을 안겨주는 작가.

작가님이 더 대단하십니다!!!

반쯤 읽다 포기했던 '비하인드 도어'와 '브레이크 다운'도 읽어야겠다.

B.A 패리스!! 당신은 내가 당신의 책을 다시 찾게 만든 작가야!!!

미스터리 아레나

미스터리 아레나
후카미 레이이치로 지음, 김은모 옮김 / 엘릭시르 / 2019년 5월

- 자자자, 올해도 돌아왔습니다! 일 년에 단 한 번의 즐거움, 한 해의 마지막 날을 장식하는 국민 오락 프로그램 <미스터리 아레나(추리 투기장)>!

제목은 추리 게임 TV 쇼! 라고 했는데 첫장을 넘기자마자 이야기가 시작됐다. 다만 TV 쇼라는 언급은 어디에도 없었고, 그냥 다른 책과 똑같이 주인공들이 나왔을 뿐이었다. 분명 이렇게 시작되는 이야기였을텐데.. 몇장 넘기기도 전에 사건이 시작됐다.

파티를 기획한 주인공 마리코가 자신의 방에서 등에 칼이 꽂힌 채 죽어있었던 것이다.

먼저 발견한 사람은 다이라 사부로였다. 마리코에게 할 말이 있었던 그는 다른 사람이 눈치채지 못하게 마리코의 방을 방문했던 것인데.. 이런 광경을 목격하게 된 것이다.

그리고 다른 이야기가 시작되려던 찰나!! 앞에서도 썼던 것과 같은 멘트가 흘러나왔다.

책의 구성은 이야기가 나오고, 중간중간 사회자의 멘트와 참가자들 말하자면 추리 오타쿠들이 나와서 누가 범인인지, 왜 그렇게 추리를 했는지를 얘기하는 것이다.

많은 출연자들이 있는 데다가 이야기를 쫓아가는 것도 바빴던 터라, 그 사람들의 추리까지 따라가진 못했지만 이상하게도 출연자들이 정답이라며 얘기를 할때마다 뭔가 이유를 내세워서 아, 그럼 전에 말한 분의 정답은 이렇게 해서 정답이 아니게 되는군요~ 라는.. 묘하게 출연진들의 이야기를 비틀어서 빈틈을 찾아내는 사회자가 이상하다고 생각했지만.. 사회자가 이상한 게 아니라 그 쇼 자체가 이상한 거였다니 원.... 갈수록 말도 안되는 이유를 갖다 붙이고, 꼬투리를 잡더니만...

그런 거대한 음모가 숨겨져 있는 쇼라니.

더 얘기하면 읽는 재미가 없으니까 여기까지.

덧붙이자면 이 책.. 읽는데 너무 힘들었다. 뭔가 가독성이 좋을 것 같았는데 그것도 아니고, 계속 정답자의 이야기와 사건의 이야기가 섞이니까 누가 나왔는지도 모르겠고.. 정답자들이 너무 많다는 것도 정신이 없는데 일조했다. ㅠㅠ

숲을 닮은 너에게

숲을 닮은 너에게 ㅣ 애뽈의 숲소녀 일기
애뽈(주소진) 지음 / 시드앤피드 / 2019년 5월

아, 이 책.

너무나 사랑스럽다. 

애뽈 작가의 책은 처음 만났는데, 책을 처음 접한 이벤트에서도 이 일러스트에 한눈에 반했다. 그림 예쁜 만화책을 좋아하는 나라서 이 책도 그림에 먼저 반하고 그 다음에 글에 반한 책이었는데...

와, 과연. 이 책을 보자마자 읽고 싶었던 내 맘은 조금도!! 조금도 변함이 없었다.

그만큼 예쁘고 좋은 책이야~~~

목차가 계절로 나뉘어져 있는데 그 계절에 맞는 일러스트에

사진 찍는 걸 좋아하는 나라서 그런지 여기에 나온 일러스트처럼 찍어보고 싶은 마음이 샘솟았다. 요즘에 많이 피어있는 양귀비와 데이지 꽃과 어딜 가든지 초록초록한 풍경이 펼쳐지고, 이 책에서도 그런 그림들이 한가득이었다.

무엇보다 이 책을 읽고 난 지금 좋은 사람들과 좋은 시간을 함께 보내고 싶었다.

이 책을 들고 가서 따라하기 놀이도 해보고, 그냥 그늘에 앉아서 이 책을 읽으면서 그림을 보는 재미도 클 것 같았다.

여름이니까 아이스크림을 사서 먹으면 초록초록한 곳을 거닐어 보고.

이곳의 일러스트처럼 초록이 물씬 풍기는 숲에서 돗자리를 펴놓고 누워있고싶다.

가을에는 단풍과 은행잎과 함께하는 날들을 보내고 싶고.

아, 이 책을 보니까 하고 싶은 일들이 벌써 많아졌다.

당장 내일은 바다 보러 가야겠다!! 

올레오 마가린 왕자 도난 사건

올레오마가린 왕자 도난 사건
필립 스테드 지음, 에린 스테드 그림, 김경주 옮김, 마크 트웨인 원작 / arte(아르테) / 2019년 5월

제목부터 빵 터졌다.

왕자인데 납치가 아니라 '도난'이라고... 마치 주방에서 누가 마가린 가져간 것 같잖아 ㅎㅎㅎ

그치만 왕자 맞다. 근데 이 왕자가 주인공이 아니어서 거의 마지막 쯤에 나온다.

부드러울 것 같지만 엄청 까칠하고 성격 더러운 왕자다.

그에 비하면 초반부터 나오는 '조니'는 불우하기 그지없다.

난폭한 할아버지 밑에서 다정한 말이라고는 들어본 적도 없다. 정이라고는 요만큼도 없는 할아버지.

그런 할아버지가 조니의 하나뿐인 친구이자 유일한 닭인 '전염병과 기근'을 팔아오라고 하면서 얘기는 시작된다.

작가가 얘기해주는 형식이라 중간중간 그래서 어떻게 됐는데? 그 다음은 뭔데? 이런 식으로 듣고 있는 사람이 불쑥불쑥 질문을 한다. 그때마다 대답을 해주기는 하지만 일단.. 자기 얘기를 시작하기에 바쁘다. 중간중간 나오는 이런 장면에 마지막에 가서는 피식 웃고 말았다. ㅎㅎㅎ

할아버지가 시켜서 '전염병과 기근'을 팔러 갔다가 이상하게 허리를 구부리고 있는 가두 행렬을 만나고 가다가 소를 만나고 그리고 만난 노파. 한푼을 구걸하는 노파에게 '전염병과 기근'을 행복하게 해줄 수 있다면 데려가도 좋다는 조니. 그 댓가로 노파는 한 줌의 씨앗을 건네주고..

씨앗에서 자란 꽃을 먹은 다음 동물들의 말을 들을 수 있게 된 조니는 그들과 친구가 된다.

그리고 드디어 나온 '마가린 왕자 도난 사건'

과연 이 왕자는 어디로 간걸까??

마지막에 이 거만한 왕자의 진실을 알게 됐을 땐 어찌나 어이가 없던지...

그래도 이런 이야기를 지어낼 수 있다는 작가의 능력엔 정말 감탄했다.

그러니까 '톰 소여의 모험' 이런 재밌는 책을 쓸 수 있었던 거겠지??

얘기가 이리저리 통통 튀어다니는 게 재밌었다.

이거.. 조카한테도 읽어보라고 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