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인간의 가면과 진실
폴 투르니에 지음, 주건성 옮김 / 문예출판사 / 2013년 11월
평점 :
‘어떻게 서평을 써야 사람들이 이 책을 읽을까?’
서평을 쓰려는데 이런 고민이 든다.
많은 책을 읽지 않아도 되겠다는 마음도 든다.
이런 탁월한 책을 여러 번 읽으면 되니까.
뜬금없이 이렇게 말할 정도로 훌륭한 책이다.
인간을 보다 깊이 이해하고 싶은 분들께 꼭 권하고픈 책이다.
아주 새로운 내용은 아니다. 생각해보면 충분히 공감할 수 있는 내용이다.
평범한 듯 보이지만 투르니에의 삶과 고백이 진하게 묻어 있기에 마음 깊이 와닿는다.
특히 인간 관계에 대해 돌아보고, 나 자신의 내면과 성숙에 대해 묵상하는 요즘에 이 책을 만나더욱 반갑다.
책을 읽어갈수록 나의 모습을 새롭게 발견한다. 내가 상당히 인정 받고 싶어한다는 걸 새삼 깨닫게 된다. 나를 바라보는 거울이 하나 생긴 느낌이다. 아주 내밀한 부분까지도 들여다보게 한다. 약간 부담스러운 마음이 들기도 할 정도다.
책 제목은 <인간의 가면과 진실>인데, 책에 나오는 다른 표현으로 말하자면 ‘겉보기 인간’과 ‘참된 인간’이다. 겉보기 인간이 만들어지는 과정은 매우 자연스럽다. 사랑받고 싶고, 돈 벌고 싶고, 명예도 얻고 싶다. 관계에서 예의를 지키며 자신의 의견을 옹호해야 할 때가 있다. 이런 모습들이 삶에 영향을 미치고, 그러면서 겉보기 인간이 만들어진다.
관습을 무시할 순 없다. 그렇기에 겉보기 인간은 만들어질 수밖에 없다. 투르니에는 제2의 천성이라고도 한다. 특히 문명이 기계화되고 기술 발전이 되면서 더 그렇다. 대중문화를 통해서 생활의 획일화가 확산된다. 표준적인 형태가 강요되는 것이다.
어떻게 가면을 쓰지 않고, 생얼로 만날 수 있을까?
연극을 하지 않고 진실하게 만난다는 게 과연 가능한 일인가?
인간이란 어떤 존재인가?
이런 질문들에 대해 고민과 답변을 이어간다.
인간은 연속적인가 불연속적인가? 통일적인가 모순적인가? 둘 다 그렇다. 연속적이면서도 불연속적이고, 통일적이면서도 모순적이다. 논리적으로는 말이 안 되지만, 실제 인간의 삶은 그렇다.
얼마 전 알랭 바디우에 대해 접했다. 그는 ‘분열적 주체’를 말한다. 단순하게 하나로만 고정시킬 수 없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투르니에도 마찬가지로 주장한다. 인간은 그리 단순하지 않다. 전부를 이해할 수도 없다. 단면들만 보는 것이다.
투르니에는 1898년에 태어났다. 지금 살아 있었다면 116세다. 이 책의 원서가 언제 출간된지 모르겠지만, 상당히 오래 됐을 것이다. 그런데 지금 여기서 읽기에 별 문제가 없다. 시대도 그렇지만, 지역도 넘나든다는 말이다. 아마 인간에 대해 생생하고 깊이 있게 탐구했기에 그렇지 않을까 싶다. 남의 이론을 빌리기만 했다면 이러한 통찰을 보여줄 순 없었을 것 같다.
여기서 아쉬운 걸 하나 말하고자 한다. 원서가 언제 출간됐는지 책에 나오지 않는다는 점이다. 왜 그랬을까? 정식 계약을 하지 않아서 그런 것인가? 모르겠다. 어쨌든 출간연도를 알려주는 건 상당히 중요한 일인데 아쉬운 일이다.
또 새롭게 발견한 건 이 책이 1979년에 1판이 나왔다는 거다. 지금 내가 들고 있는 책은 2013년에 나온 2판이다. 35년 만에 다시 빛을 봤다. 정말 반가운 일이다.
그동안 기독교 출판사(특히 IVP)에서 나온 트루니에의 책을 주로 봤는데, 일반 출판사에서도 투르니에의 책을 내주어 고맙다.
알찬 책을 만나면 행복하다. 아껴 읽게 되고, 곱씹게 된다. 내가 부족해서 이렇게 밖에 서평 쓰지 못하지만, 널리 나누고 싶은 마음이다. 그리하여 가면을 벗고 참된 사귐으로 나아가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