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고의 집을 만드는 공간 배치의 교과서 - 편안한 일상을 담고 색다른 가치를 일깨우는 공간설계와 디자인의 기본
사가와 아키라 지음, 황선종 옮김 / 더숲 / 2013년 10월
평점 :
절판


건축을 하게 된지 만 3년이 되었다. 내게 건축이 잘 어울리는지, 건축을 계속 하는 게 좋을지, 다른 걸 하는 게 좋을지 계속 고민 중이다. 내게 주어진 역할을 일단 충실하게 감당하자는 마음은 있었지만, 장기적 전망 속에서 해보고 싶은 마음은 별로 없었다. 아예 없던 건 아닐지라도 딱히 기억에 남는 다짐은 없다. 큰 방향에서 육체 노동의 필요를 느낀 정도.

 

이 책의 앞부분을 읽으며 구슬이 꿰어지는 느낌을 받았다. 건축은 ‘마음을 지어가는 일’이며 집은 존재/인격/품성을 담는, 닮는 곳이다. 이렇게 보면 건축이란 상당히 인문학적인 것 같다. 고려해야 할 것도 많고, 공부해야 할 것도 많고.

 

예를 들어 <근대적 시공간의 탄생>, <근대적 주거공간의 탄생>을 통해 세계관에 따른 공간 구성에 대해 성찰할 수 있다. 수도원에 대해서 공부할 때, 그 곳의 역사 뿐 아니라 건물의 위치와 모양, 방의 배치와 크기 등도 함께 바라보며 공간이 영성에 미치는 영향, 혹은 가치관이 집에 주는 영향을 살필 수도 있다.

 

분명 사람은 건물에 의해 길들여지기도 하고, 건물을 길들이기도 한다. 집 안에 화장실이 있으면 거기에 길들여질 것이고, 뒷간을 집 밖에 두어 퇴비로 활용하고자 한다면 그에 맞게 건물을 길들일 수도 있다. 주거의 배치가 어떻게 우리 인성과 관계성을 만들어내는가? 깊이, 평생 생각해볼만한 주제다.

 

이러한 생각이 너무 사변적일까? 그럴 수 없다. 관념이 실제 삶의 공간으로 이어지고 드러나야 하기 때문이다. 그런 면에서 건축의 시공과 설계는 사변 이성과 실천 이성의 어우러짐이다.

 

이 책은 사변과 실천이 잘 통합되는 책이다. 건축에 대한 마음가짐을 살피고, 실제 공간 배치를 할 때 기능적인 면도 충분히 살피면서, 그것이 어떤 관계를 만들어내는지도 함께 고려한다. 사생활 보호를 중심으로 집을 구성할지, 단란한 공간의 창출을 중심으로 배치할지에 따라 상당히 설계가 달라진다. 세탁기의 위치에 따라서도 가사의 동선이 달라진다.

 

이처럼 어떤 생각이 어떤 공간을 만들고, 어떤 공간이 어떤 생각을 만드는지 생각해보는 계기가 되었다. 아울러 내가 이런 부분에 대하여 좀 더 적극적이고, 전문성 있게 배우고 담당하면 어떨까 하는 마음이 든다. 그러려니 할 일이 정말 많아진다. 하지만 어쩔 수 없이 하는 게 아니라 배우는 마음으로 도전해보자는 마음이 들기에 신난다. 함께 일하는 사람들을 잘 살피면서 차곡차곡 장기적으로 잘 쌓아나가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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