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자연주의 출산 보고서 : 1%의 선택, 행복한 출산의 권리 - SBS 스페셜 <아기, 어떻게 낳을까 - 자연주의 출산이야기>
SBS 스페셜 제작팀.신정현 지음, 이교원 감수 / 마더북스(마더커뮤니케이션) / 2013년 7월
평점 :
품절
엊그제 결혼한 것 같은데 벌써 만 2년 다 되어 간다. 주변에서 뿐 아니라 우리 부부 사이에서도 묻게 된다. ‘언제쯤 생명을 잉태하고, 출산할까?’ 지금껏 대답은 내년이나 내후년이었다. 한 해, 두 해 지나니 이제 더 미루지 않으려 한다.
출산에 대해 생각하면 드는 느낌은 ‘두려움과 떨림’이다. 우리가 아이를 잘 키울 수 있을까, 감당할 수 있는 모험일까 하는 생각이 끊이지 않는다. 더불어 생명을 잘 맞이하도록 잘 준비하고, 도전해보자는 마음도 먹게 된다. 아마 올해 말이나 내년 초 즈음이면 어떨까 싶다.
도시에서 살며 괜찮은 조산원을 알아두고 있었다. 가깝진 않지만 그래도 다른 사람들 하는 거 보니 우리도 충분히 할 수 있을 것 같았다. 하지만 강원도로 귀촌하고 나니 만만치 않게 됐다. 뭐 그래도 하려면 할 수 있지만, 다른 방법은 없나 하고 찾아보고 싶었다.
그러던 중 만난 게 바로 <자연주의 출산 보고서>다. SBS에서 다큐멘터리로 방영했다고 하는데, 난 모르고 있었다. 책 출간을 통해 알게 됐다. 그저 막연하게만 알고 있던 출산에 대해 잘 공부해보자는 마음으로 아내와 함께 책을 선택했다.
생명의 힘이 매우 위대하지만, 모르기 때문에 두려워한다. 그래서 많은 이들이 안전해보이는 병원을 찾는다. 하지만 병원이 안전한 곳일까? 적어도 임산부와 아이에게는 불안하고 위협적인 공간이다. 환자 취급당하며 수술도 받아야 하고, 그 과정에서 굴욕적인 기분을 맛보기도 한다. 감격스러운 출산인데 왜 그래야 하는 것일까.
이 책에서는 ‘출산은 반드시 병원에서 하는 것’이라는 명제에 이의를 던지며 국내외 사례를 찾아 나선다. 그들의 이야기를 직접 들을 수 있을 뿐 아니라 사진으로도 출산 상황을 볼 수 있다. 아무리 들어도 직접 보지 못하면 모르니까 불안할 수 있는데, 생생한 현장을 보면서 두려움을 떨치게 된다. 이게 이 책의 큰 장점이다.
병원에서 출산하는 게 꼭 나쁜 것만은 아니다. 자연의 힘을 믿고, 아이의 몸과 마음을 존중하는 자세가 중요하다. 또한 출산 과정을 의사에게 모든 것을 내맡기는 게 아니라 임산부부가 주도적으로 생명을 맞이하는 것도 중요하다. (임산부부라 함은 임산부 못지 않게 남편의 준비와 참여가 중요하다는 뜻에서 쓴 말이다)
캐나다에서 출산한 지인을 통해 그곳에는 대학에 ‘산파학과’가 있다고 들었다. 출산하기 전에 임산부부와 친밀한 관계를 가지며 지내다가 가정에서 출산을 도왔다고 한다. 이 책에 보니 ‘둘라’라는 든든한 동지가 소개된다. 산과 관련 교육을 받고, 산모의 불안감을 덜어주며 지지해주는 사람이란다. 하나의 전문 직업으로도 인정받는다고 하는데 부러울 따름이다. 이러한 인식과 문화가 우리나라에서도 피어오르길 꿈꿔본다.
자연주의 출산에 대해 관심이 있든 없든, 출산을 하게 될 사람이라면 누구나 이 책을 읽어봤으면 좋겠다. 어떻게 출산하는 것이 우리 자신에게, 아이에게 유익할지 고민하고 생각해볼 여지를 많이 던져주는 책이기 때문이다. 또한 뒷 부분에 출산에 관한 정보꾸러미도 있어서 실질적인 도움을 받을 수도 있다.
한편, 책에서 말하는 바와 달리 책의 종이는 매우 부자연스러웠다. 엄청 독한 냄새가 났다. 고급 종이에 칼라 인쇄를 해서 그렇다. 하지만 오히려 그게 더 독이 된다. 읽는 사람의 눈과 코를 찌른다. 책을 피면 깜짝 놀랄 정도다.
이는 책에서 말하는 우리 출산 현실과도 연결된다. 더 비싸고, 더 화려한 것이 더 좋은 것인가? 결코 그렇지 않다. 겉보기에 휘둘릴 일이 아니다. 정말 우리에게 필요하고 유익한 것이 무엇인지 다시 돌아봐야 한다.
이 책의 문제의식이 널리 알려지는 것이 상당히 중요하다. 상당히 신경 써서 종이와 사진을 골랐을 것이다. 그렇기에 더 아쉽다. 출판사에서 이 글을 혹 볼지 모르겠는데, 책의 종이에서 뿜어내는 유해성에 대해 충분히 인식해주시면 좋겠다. 앞으로는 자연주의에 어울리는 종이책이 출간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