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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 제자리 ㅣ 국악 동요 그림책
정경아 지음, 김성희 그림 / 풀빛 / 2021년 10월
평점 :
모두 제자리, 모두 제자리, 으쌰으쌰 내 힘으로, 모두 제자리~
모두 제자리, 모두 제자리, 모두모두 제자리, 제자리~
아이와 함께 이 노래를 부르며 정리하곤 한다. 아예 하나의 개념어다. 이제 '모두 제자리' 할 시간이라고 말하면서 노래를 부르니까. 단순히 정리하라고 말하면 그건 잔소리가 될 수 있다. 그런데 이 노래를 부르면서 하면, 신기한 변화가 있다. 정리하는 것도 하나의 놀이가 되는 거다. 정리하는 걸 부담스럽게 여긴다기보다, 재미있게 할 수 있다. 이게 노래의 힘이다. 실로 대단하다.
그냥 노래만 불렀던 책인데, 이번 풀빛 출판사에서 책으로 내준 덕에 그림책으로도 보게 되었다. 신나게 장난치며 놀다가 깔끔하게 다시 모아놓는 장면들이 그림으로 펼쳐진다. 그림의 선이 굵어서 더 마음에 든다. 뭐랄까, 좀 부드럽고 따뜻한 느낌이 든다. 글과 잘 어우러지는 듯 해서 좋다.
책을 통해 이 노랫말을 만든 이가 정경아 선생님이란 걸 처음 알게 되었다. 기독교 주간지 기자로 일했고, CBS 방송 작가로도 활동했다고 한다. 어린이 국악극도 만들고, 박용길 할머니 회고록도 펴냈다고 한다. 곡을 만든 이는 류형선 선생님인데, 둘이 어떤 관계인지 모르겠지만 비슷한 느낌이 든다. 기독교 신앙을 바탕으로 하되, 그 안에 갇히지 않고, 일상적으로 삶에서 마주하는 것들을 잘 표현한다.
어찌 보면, 모두 제자리라는 것, 이게 신앙의 가치이냐고 물을 수 있다. 그런데 이 역시 그렇다고 말할 수 있다. 자기 삶을 잘 정돈하는 것, 이게 일상에서 중요한 자세다. 자기 흔적을 잘 정리하는 것, 얼마나 기품 있고 조화로운가. 사실 신앙 생활은 그렇게 하는 거다. 말로만 하는 게 아니라.
모쪼록 이 책을 많은 사람들이 읽고, 정리하는 걸 놀이하는 걸로 즐겁게 받아들이면 좋겠고, 삶이 더 가지런해지는 무의식적 계기가 되길 바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