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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어캣의 모자 - 2022 문학나눔 선정도서 ㅣ 미어캣
임경섭 지음 / 소동 / 2021년 12월
평점 :
기대하는 마음으로 펼쳐 들었는데, 기대 이상으로 좋았다. 이 책은 아이들 뿐 아니라 어른들에게도 추천한다. 어른들은 아이와 함께 읽으면서 같이 이야기 속으로 빠져 들어가고, 우리나라의 아픈 현실에 대해서도 차분히 잘 말해주면 좋겠다.
아, 그런데 어른들도 잘 모를 것이다. 책에는 살아 움직이는 생명들이 다 모자를 쓰게 된다. 빨간 모자, 노란 모자, 파란 모자... 이를 왜 쓰는 것인가? 이는 실화를 바탕으로 한 거다. DMZ부근 - 민간인통제선, 소위 민통선 지역에서 '확인'을 위해 빨간 모자를 쓰고 지냈다고 한다. 그렇게 민간인들을 통제하며 살았다. 에이 설마, 정말? 싶겠지만, 정말 그랬다. 50년 전에.. 어른들도 이런 가슴 아픈, 어이 없는 우리의 역사를 잘 모를 수 있다. 이 책을 보며 배우는 유익이다.
저자의 책은 <제무시>를 통해 처음 접했다. 그 책을 아이와 함께 보려 했고, 내가 먼저 읽었는데, 아이에게 보여줄 수 없었다. 글쎄, 최소한 초등 고학년, 아니 중고등학생은 되어야 하지 않을까 싶다. 사람들을 제무시라는 트럭에 태워서 학살하는 걸 다룬 책이니까 말이다. 그런 가운데 양심 있는 차가 그걸 거부하고, 그게 문제가 된다. 아, 이런 너무나도 가슴 아픈, 거의 15금에 가까운 충격적 사실이다.
저자는 굴곡진 우리 역사에 대한 아픔을 깊게 받아 안고 있다. 이를 책으로 풀어내는데, 이번 <미어캣의 모자>는 <제무시>에 비해 훨씬 부드럽게 다가 온다. 미어캣 등 동물들을 바탕으로 이야기를 다루기에 상상의 영역으로 들어가니까, 아이도 부담없이 접할 수 있다. 정말 많이 널리 읽혔으면 좋겠다. 그래서 우리가 그러한 모자를 쓰고 살고 있다는 걸 잘 깨닫고, 함께 넘어서면 좋겠다.
우리나라를 두고 '반도'라고 한다. 아니다. 우리는 '섬'이다. 육지를 통해서 갈 수 있는 나라가 없다. 이게 무슨 소리냐고? 우리가 중국을 갈 때 어떻게 해야 하는가? 러시아를 갈 때는? 다 배나 비행기를 타야 한다. 자동차나 기차로는 갈 수 없다. 이게 바로 섬이라는 말이다. 분명 북녘 땅이 있지만, 실제로 우리에겐 없는 거나 마찬가지다. 가로 막혀 있다. 이게 새로워져야 한다.
물론 저자의 바람대로, DMZ를 마구 개발하는 건 피해야 한다. 생태를 보전하면서도, 지뢰는 제거하고, 세계 유산으로 잘 활용해야 한다. 평화가 우리에게 새로운 희망이자 길이다. 그 길을 일구어가는 방법은 여러가지이겠으나, 우선 아이들과 함께 이 책을 읽는 것도 좋은 선택이라 본다. 좋은 책이 출간되어 정말 반갑다. 앞으로도 저자의 왕성한 활동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