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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금씩 천천히 자연식물식 - 채식과 건강식을 고민하는 사람들을 위한 필독서
이의철 지음 / 니들북 / 2021년 2월
평점 :
# 1. '자연식물식'처럼 영양가 많은 책
묵직한 책이다. 400쪽이 넘는 두께도 그렇고, 내용도 빽빽하고 다양하게 다 모아 놓은 느낌이다. 좋게 표현하면 이 책 한 권만 있으면 된다. 어지간한 핀잔에 반박하는 건 일도 아니고, 오히려 논리적으로 설득력을 갖출 수 있다. 먹을거리와 관련된 사회 흐름도 느낄 수 있다.
허나 읽다가 자칫 지칠 수도 있다. '왜 건강하게 먹어야 할까?'에 대해, 간절함이 있는 사람이라면 무척 반가운 마음에 단숨에 읽을 책이지만, 그저 의문만 있는 사람이라면 선뜻 눈이 잘 안 갈 것이다. 책 표지에 '채식과 건강식을 고민하는 사람들을 위한 필독서'라고 적혀 있는데, 그걸 진지하게 고민하는 이들에게 잘 어울리는 책이다.
혹시 선물을 할 거라면, '너가 이렇게 먹으면 좋겠어'라는 식으로 하면 부작용 생기기 쉽다. 몸이 아프다든지, 먹을거리로 진지하게 고민하는 이에게 전해져야 한다. 좋고 알찬 책이긴 하지만, 아무에게나 적합한 건 아니다. 예수님도 진주를 돼지에게 주지 말라고 하지 않는가. 이 점을 유념하여 선물하시길.
요즘 채식이 주목 받는다. '고기 안 먹어요?' 하면서 바라보는 시선은 여전히 과하게 불편하다. 그저 특이한 정도가 아니라, 그런 선택의 이유와 가치가 충분히 공감되어야 한다. 그런 정황에 이 책은 더없이 알찬 책이고, 고기 먹는 걸 줄여가려는 이들에게 위로와 기쁨, 구체적인 정보를 제공하는 책이다.
우리 사회는 지금 '채식' 정도로 논쟁이 되지만, 이건 '해로운 밥상 vs 건강한 밥상' 혹은 '생명 파괴 밥상 vs 생명 살림 밥상' 등으로 관점이 전환되어야 맞다. 그런 점에서 '자연식물식'이란 말은 퍽 괜찮다. '자연'이란 말이 '인공' '상업화'와 대비되고, 식물식은 동물식과 대조되는 말이다. 불필요하게 갈등할 필요는 없기에 '채식(주의자) vs 육식(주의자)'보다 훨씬 나은 표현이다.
저자는 직업환경전문의, 즉 다양한 사람들을 실제로 가깝게 만나는 의사다. 그런 그가 약 처방을 하다가 잘 안 되서 매너리즘에 빠졌다가, <목숨걸고 편식하다>라는 영상 이후 자기 몸에 하나씩 직접 실험해보며 경험하고 연구한 것을 모아놓은 책이다. 그냥 반-의학적인 사람이 근거없이 쓴 책이 아니다. 이제 그렇게 폄훼하려 해도 할 수 없다.
성장과 건강 욕구, 환경호르몬과 GMO에 둘러쌓인 우리에게 좁지만 가야할 길을 알려준다. 뭐, 끝까지 싫다는 사람은 어쩔 수 없다. 하지만 이런 길을 걸었을 때, 어떤 효과가 있는지, 어떤 연구 자료가 있는지 직접 확인하시라. 저자는 이 한 권에 풍성하게 잘 차려 놓았다. 책은 이렇게 써야 한다는 거, 저자가 몸소 보여주었다. 참고문헌을 보면 국내자료는 별로 없고, 해외자료가 상당히 많다. 해외자료가 꼭 좋다는 건 아니지만, 다양한 자료들을 부지런히 찾아보고 온 몸으로 공부한 것이 잘 느껴진다는 점에서 박수쳐주고 싶다.
# 2. GMO, 유익한가? 유해한가?
유전자조작(GMO) 기술은 분명 인류를 이롭게 한다. 제약회사에서 만드는 백신, 비타민 등 수많은 의약품과 건강기능보충제가 유전자 변형 및 재조합 기술을 통해 생산된다. 그런데 제약회사와 농사는 다르다. 유전자조작 작물을 키우는 이유는 생산 효율을 높이기 위해서다. 대량 생산하려고. 그렇게 되기 위해선 GMO 씨앗과 농약이 필요하다. 제초제 내성 있는 유전자를 심어서 더 수월하게 생산량을 늘리는 거다.
문제는 GMO 작물의 꽃가루가 여기저기 옮겨지는 거다. GMO 유전자 오염이 확산되는 거다. GMO 작물은 씨앗을 받아도 다시 나기 힘들다. 그렇게 조작했다. 왜? 씨앗 회사가 돈 더 벌려고, 자연 채종을 어렵게 만들기 때문이다. 대표적으로 상추가 그렇다. 상추 씨앗은 계속 돈 주고 사야 한다. 불임 씨앗인 것이다. 결국 훗날 우리는 GMO 아닌 걸 먹기 어렵게 될 수 있고, 식량 주권을 빼앗기게 된다. 부작용 여부도 심각해질 수 있다.
우리나라는 대표적인 GMO 곡물 수입 국가다. 특히 가축 사료를 위해 많이 수입한다. 고기 먹는 거랑 GMO랑 무슨 상관이냐고? 고기를 키울 때 돈 아끼려고, 같은 돈으로 더 많이 키우려고 GMO 사료를 먹인다. 그러니까 우리가 고기를 먹는 만큼 GMO 곡물 재배 면적이 좌우된다. GMO 반대 운동을 한다면, 자연스레 고기를 줄여야 한다. 특히 GMO 사료로 먹인 건 먹지 말아야 하고, non-GMO 사료로 키운 고기를 먹어야 한다.
우리나라 대표적인 유기농 생협인 한살림, 거기서도 이 문제는 쉽지 않다. 가격이 너무 비싸지고, 생계가 어려워지니까 GMO를 먹이게 된다. GMO 먹인 고기를 판매하면서, GMO 반대운동을 하는 모순이 있다. 이건 단지 한살림만의 문제가 아니다. 우리가 이 사회를 바라보며, 미래를 내다보며 가야할 길이다. 러시아처럼, GMO를 테러로 여기는 그런 인식이 필요하다. 하지만 한국은 어렵다. 이미 GMO 장학생들이 국회 및 정부, 기업에 널려 있기 때문이다.
결국 우리들, 자연식물식을 하는 이들의 삶이 시작점이고, 가장 중요한 기준이다. 이 책은 '자연식물식'스러운 책이다. 아주 영양가 많다. 이 책을 통해 우리가 평화로운 전사가 되기를 바란다. 이 책을 읽으며 동지들이 더 많아지고 성숙해지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 우리 역시 '자연식물식'이 되어 다른 생명들을 건강하고 행복하게 해주길 염원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