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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치, 인간과 괴물의 마음 - 나를 잃지 않고 나와 마주하는 경계의 감정
이창일 지음 / 추수밭(청림출판) / 2021년 4월
평점 :
내가 특정 학연을 따지는 것이라 조금 불편한 감이 있으나 영향이 없진 않은 듯 해서 몇 자 적어본다. '고려대 심리학과' 내가 아는 저자 중엔 김태형 선생이 저기서 공부했다. 주류 심리학을 떠났다가 다시 심리학으로 돌아와서 역사와 현실을 바탕으로 한 역동적인 심리학을 펼친다. 대표적인 게 <트라우마 한국사회>인데, 우리나라 역사와 사회 현실을 파악하고 한국인의 심리를 밝힌다. 어쩌면 당연한 수순이지만, 그렇게 접근하는 심리학자는 매우 드물다.
이창일, 이 저자에 대해 이번에 처음 알게 됐다. 그런데 약력을 보며 상당한 내공을 지녔음을 느꼈다. 주역, 성리학 등 동양학을 바탕으로 하고, 사상의학과 황제내경 등을 쓰고 번역했다. 철학과 몸에 대한 이해를 갖고 있는 심리학자다.
나는 이러한 심리학자들이 좋다. 굳이 심리학자라고 불리지 않아도 좋다. 사회학을 아우른다. 그래야 진짜 마음을 더 총체적으로 다룰 수 있다. 철학도, 역사도 인간의 마음들이 있기 마련이다. 더 넓게 이해한다고 볼 수 밖에 없다. 깊이도 물론이다. (아마 그 학교의 어떤 선생의 영향이 있지 않을까 추측해본다. 은사가 같을 수 있겠지? 아니면 말고)
이 책은 심리학을 기반으로 하며, 수치에 대한 모든(?) 것을 집대성한 책이다. 사전적 정리 같은 느낌이 든다. 그러면서도 윤동주와 노무현 이야기도 나오고, 노무현 대통령 관한 부분을 보면 저자의 정치사회 인식이 어떠한지 대략 느낄 수 있다. 충분히 만족스럽고, 이전 저작들과 다음 저작들도 기대된다.
수치스러움, 부끄러움을 인식하기보다는 피하고 싶고, 그걸 무의식으로 밀어내려 한다. 그게 인간의 삶이다. 수치의 다양한 모습을 풍성하게 모아줘서 고맙다. 일부는 가볍게 설렁설렁 읽기도 했다. 꼼꼼하게 다 읽진 않아도, 인간에 대한 이해를 더 넓힐 수 있는 책이다. 저자처럼 나 역시 수치스러움을 건강하게 작동시키는 사회, 독자들이 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