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의 화원

바람의 화원 1
이정명 지음 / 밀리언하우스 / 2007년 8월

김홍도와 신윤복.. 이 책에서는 두 사람이 남긴 그림으로 이야기를 진행하고 있다. 물론 과거 역사시간에 잠시 두 사람의 그림을 본 적이 있지만, 이렇게 많은 그림들을 이렇게 오랜시간 동안 본 적은 거의 없었던 것 같다. 책의 줄거리를 따라가는 것도 재미있었지만, 이 책의 곳곳에 남겨진 두 사람의 그림을 보는 것도 참으로 인상적이었다. 왜 예전에는 미처 그 아름다움을 알지 못했는지.. 늘 서양화가들에게만 관심을 가지고 그들의 그림만을 보아왔는지, 그 두 사람을 알지 못했던 과거의 시간들이 참으로 아쉬웠다면 지나친 표현일까?
“바람의 화원”을 통해 진정한 한국의 미를 조금은 발견할 수 있어서 좋았던 것 같다. 그리고 흥미진진한 스토리도, 평범하지 않은 스타일의 역사소설을 한편 발견할 수 있었던 점도 책을 읽는 시간들을 만족스럽게 만들어주었다.

단백하고 진솔하게 그림을 그리는 스승 김홍도, 화려한 듯하면서도 섬세한 그림을 그리는 제자 신윤복. 하지만 스승 김홍도는 신윤복의 그림을 보면서 이미 자신의 경지를 넘어서고 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하지만 김홍도 또한 신이 허락한 재주를 가진 자인지라, 자신이 가지지 못했으나, 신윤복이 가진 뛰어난 재능을 알아보았으며, 그의 재능을 한편으로는 부러워하며 또 다른 한편으로는 자신이 그 자리에 설 수 없음을 아쉬워했다. 허나 그 또한 큰 인물인지라, 자신을 넘어선 제자를 내치기보다는 그의 재능을 아끼고 보살피며 신윤복이라는 큰그릇이 깨어지지 않도록 많은 노력을 하며, 그를 돌보아준다.
그리고 신윤복 또한 그러한 스승을 부러워하는데, 자신이 가지지 못한 솔직한 심성, 하지만 때로는 다른 이들을 받아들이고 수긍할 수 있는 유연함 등을 늘 부러워하며, 그의 주위를 떠나지 않고 그와 함께 그림을 그려나간다. 그들을 그림을 통해 서로를 부러워하면서도, 서로를 이해해 나가기 시작한다.
그리고 이들을 후원하며 이들을 아끼는 주상. 그는 뒤주에서 죽임을 당한 장헌세자의 아들이다. 수많은 죽을고비와 비방에도 살아남아 주상의 자리에까지 오른 그는 늘 좁은 왕궁에서 벗어나, 일상을 살아가고 있는 그의 모든 백성에게 자신의 관심이 미치기를 원한다. 그래서 그는 김홍도와 신윤복에게 과제를 주어 백성들의 일상을 그림으로 담아오라 명하게 된다. 그러면서 그는 이 둘에게 또 다른 청을 하게 되는데, 이 때부터 이 세 사람은 남겨져서는 안되는 한 사람의 인물화를 찾아 헤매게 되며, 이와 관련된 살인음모와 그 주동자를 찾아내기 위해 노력하게 된다.

“예술은 머릿속에도, 서안 위에도, 도화서의 낡은 양식에도 있지 않다. 거리의 물 긷는 아낙의 미소에, 봇짐을 진 장사치의 어깨 위에 있다. 그러니 너희는 거리의 화월이 되어야 할 것이다.”

솔직히 책을 읽는 동안 재미있었다. 소설, 즉 허구라는 점을 알고 있지만 이러한 역사적인 사건이 실제 했었다면.. 하는 생각을 잠시나마 하기도 했었다. 솔직히 그만큼 사실처럼 느껴졌고, 그들이 남겨놓은 그림들이 다양한 의미를 내포하는 것 같아서 더욱더 신비하게 다가온 그림들도 있었다.
그리고 예전에는 왜 이 아름다움을 발견하지 못했을까 하는 아쉬움을 책을 덮는 순간까지도 내 머릿속을 떠나지 않은 생각이었다. 지극히 단순하고, 화려한 색이라고는 하지만, 서양화가들의 그림에 비해서는 그 화려함이 조금은 아쉬운 듯하지만, 오히려 그런 섬세함과 솔직한 그림들은 한국의 그림에서만 발견할 수 있는 아름다움이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생생한 삶이 녹아있는 순박한 김홍도의 그림들, 여인들이 걸어나올 것 같으면서도 묘한 표정으로 바라보고 있는 여인들을 그린 신윤복의 그림.  무엇하나 빠지는 것이 없는 아름다움을 발견할 수 있어서 참으로 좋았다.

“그림이 뛰어난 것은 그리는 자의 사랑이 깃들었기 때문일 것입니다. 누간가를 진정 사랑한다면 그 눈에는 다른 사람에게 보이지 않는 아름다움이 보일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