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패의 집단 가출 - 허영만의 캐나다 여행 우보산행의 철학, 허영만의 이색여행 프로젝트 1 탐나는 캠핑 3
허영만 그림, 이남기 글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7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예전에는 길가 가로수 나무의 잎으로 가득한 모습과 그 푸르름을 알아보지 못했었다. 언제나 바쁘게 걸어 다니고 있어서 주변에서 나무들이 숨쉬고 있는 모습을 놓치고 있었다. 어느날 친구에게 물어본 적이 있다. 주변에 있는 가로수의 아름다움을 아느냐고.. 그렇게 물었더니, 친구가 자기도 예전에는 몰랐는데, 여유있는 시간이 생기고 난 후부터는 그 나무들을 보면서 길을 걷는다는 대답을 해주었다. 자신도 예전에는 가로수 나무들이 이렇게 아름다운지 미쳐 몰랐다면서, 너도 이제야 보게 되었냐며 함께 웃었었다.

 

자연은 늘 우리 주변에 있다. 하지만 늘 바쁘게 생활하다 보니 그 작은 순간들을 놓치고 있는 것이다. 허패의 집단 가출, 산을 탐하는 사람들의 모임은 이러한 자연의 순간순간을 좀 더 가까이에서 느끼기 위한 모임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산이 좋아서, 사람이 좋아서 그들은 아마 지금 이 순간에도 또다른 가출 계획을 세우고 있을지 모른다.
로키산맥은 정말 아름다웠다. 사진을로 보고, 다녀오신 분들의 책을 읽은 것 뿐이지만, 그 아름다움을 충분히 느낄 수 있었다. 지극히 자연스러운 아름다움. 그런 환경 속에서라면 정말 모든 사람들이 여유롭고 순수한 삶을 살아 갈 수 있을 것 같은 기분이 든다.

 

집단 가출을 감행한 이들은 천천히 산을 오른다. 자신의 걸음으로 산을 오르고, 그렇게 산을 만난다. 자신의 속도로 걸음으로 인해 바라보는 순간순간들이 모두 자신의 것이 된다.
자동차 등을 이용하면, 편하기도 하고 이동속도가 확실히 빨라질 것이다. 하지만 그렇게 이동하면서 만난 풍경들은 온전히 자신의 것이 되지 않는다는 생각이 든다. 단지 스쳐지나간 풍경들이며 순간들일 뿐이다. 하지만 느리더라도 내 발걸음으로 바라본 모든 것들은 그 순간 진정한 나의 것이 된다. 내 걸음으로 내 호흡으로 자연을 만나고 산을 만나야 그들과 함께 호흡할 수 있고 진정한 그들의 모습을 만나게 되는 것이다.

"쏟아질 것만 같은 별을 보며 잠에 빠져보라. 혹은 후두둑 떨어지는 빗소리를 들으며 과거와 현재, 미래의 일들을 고민하며 하룻밤을 지새어보라. 아침에 일어나서 몽실몽실 피어오른 물안개의 상쾌함을 가슴 깊이 호흡해보라. 단 한 번이라도 이 느낌을 제대로 맛보게 된다면 그때부터 호텔 여행은 시시해질 것이다. 어떤 화려한 호텔도 자연이 주는 위안과 평온을 감히 따라오지 못한다."

길지 않은 여행이었지만, 그래도 그들은 자연의 광활함과 아름다움을 충분히 느꼈을 것 같다. 물론, 그 아름다운 것들을 남겨두고 온다는 것이 많이 아쉬웠겠지만, 그래도 충분히 행복했을 것이다. 그 곳에서 잠이 들고, 아침을 맞이하며, 그곳에서 숨쉬는 모든 순간들이 행복하며 감사한 하루하루가 아니었을까? 너무 행복해서 눈물이 날 것 같다는 허영만님의 말이 떠오른다. 정말 그럴지도 모른다. 자연 속에서 잠을 자는 것만으로도 너무 행복해서 눈물이 나올지 모른다. 언젠가는 그렇게 자연과 벗하며 잠들고 싶다. 처음에는 불편하고 힘들지도 모른다. 그래도 별이 쏟아지는 하늘과 부드러운 자연의 속삭임, 아침에 바라보는 일출... 이러한 것들이 불편함을 감수하고도 그곳에서 잠들 수 있게 도와줄 것이다. 아마도.

책을 덮으려니까, 오랜만에 산에 오르고 싶어졌다. 나무냄새도 그립고, 그늘의 시원함도 그립고, 신선한 공기도 그립다. 느리겠지만, 나도 내속도로 천천히 산을 오르고 싶다. 맘이 맞는 친구와 함께 오른다면 그 즐거움을 더할 것이다. 산이 좋고, 사람이 좋은 사람들의 모임인 허패, 그들의 모습이 참 좋아 보인다. 함께 한다는 이유만으로 우선 기대기 보다는, 서로의 책임은 다하면서 서로를 배려하는 모습이 그들의 행복한 여정을 만들어준 진정한 원동력이 아닌가 싶다. 그런 동지와 함께하면,  어디를 간들 행복하지 않겠는가?

 

“이제는 산을 보면 꼭 그 품 안에서 자보고 싶다. 단순히 눈으로 보는 것만으로는 실제 가치의 10%도 제대로 흡수할 수 없다. 오랜 시간을 공들여 두 발로 걷고, 나무와 풀과 흙의 향기를 맡고, 직접 손으로 만져보고, 물소리, 바람소리, 새소리를 듣고, 그리고 그 속살 중심부에서 잠을 자며 온몸으로 밤의 공기를 느껴 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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