쩐의 전쟁 - 돈의 지옥편
박인권 지음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7년 6월
평점 :
절판


이 책을 읽는 동안 무거운 무언가가 나의 마음을 짓누르는 것 같았다. 이런 일들이 현실에서는 일어나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이었던 것 같다. 부채로 인해 가장이 무너지고, 그로인해 가족들도 해체되는 가운데, 그럴 때일수록 서로를 감싸주어야 하지만, 서있기조차도 너무나 힘에 겨워 서로에게 상처를 주는 모습, 그리고 그로인해 오히려 자신이 더욱 상처 입는 모습들이 너무나 안타깝게 느껴졌다. 삶의 순간순간이 행복이 아니라 지옥을 향한 걸음걸음이라면 과연 누가 자신의 상황에서 착실하게 하루하루를 살아갈 수 있을까?

이 책은 소설이다. 그래서 어느 정도의 허구는 분명 존재한다. 하지만, 사채나 카드 돌려막기 등으로 힘겨워하는 많은 서민들의 고통은 이보다 더 고통스러울지도 모른다.
“그렇게 10년이 지나도 못 갚으면 또다시 법원에서 집행시효 10년을 더 연장하고...... 그래도 안 되면 또 10년 연장, 또 10년...... 네 머리카락이 흰 파뿌리가 될 때까지 파먹을 거야. 빚을 다 갚을 때까지 결코 포기하지 않아.”

 

<쩐의 전쟁>은 부채로 인해 처절한 삶을 시작하게 되는 금나라의 이야기이다. 금나라, 그는 서울대 수학과를 수석으로 졸업한 엘리트이다. 하지만, 그의 아버지가 명예퇴직을 하신 이후, 새로운 사업을 위한 대출에 보증인이 되게 되면서 그의 지옥같은 삶의 서막이 열리게 된다. 아버지의 사업은 끊임없이 돈을 먹어치웠으며, 그 결과 사채 와 돌려막기로 겨우겨우 버티다, 결국 아버지는 가족에 대한 미안함과 부담감으로 결국 자살을 하게 된다. 그리고 그 소식을 들은 그의 어머니 또한 급하게 돌아오시다가 사고로 혼수상태에 빠지게 된다.
그렇게 그에게 넘겨진 빚이 자그마치 3억, 아무것도 가진 것 없는 금나라에게는 감당할 수 없는 금액이었다. 하지만, 여기저기에서 압박이 시작되면서 그는 점점 돈의 지옥으로 들어가게 된다. 그리고 이에 대한 미안함을 가진 형은 동생 앞으로 생명보험을 들어놓은 후, 사고사로 위장한 자살을 시도하지만 이 또한 밝혀짐으로 인해 보험금도 사라지게 된다.

 

"형의 죽음이 쓸데없는 헛고생이 되었다는 안타까움보다 지옥 같은 빚더미에서 벗어날 수 있다는 희망이 박 형사가 연신 내뿜고 있는 담배연기처럼 손에 잡히기도 전에 사라져버렸다는 사실에 더욱 좌절하는 자신에 견딜 수가 없었다."

그렇게 힘겨운 시간들 속에서도 금나라는 악착같이 버텨나가려고 한다. 우선 빚을 인정하여, 채무자로서의 자신을 돌아보게 되었으며, 채무와 금융 관련법들을 파악하고자 하였으며, 일단 일할 수 있는 직업을 찾아 노력하면서 조금이나마 빚을 갚아나가기 위해 시도하면서 그의 눈앞에 조금은 희망이 보이는 것 같았다. 하지만 이러한 희망도 잠시, 다시 사채업자의 압박이 심해지면서 그는 결국 살인까지 저지르게 된다. 결국 그는 정당한 방법으로는 희망이 없음을 알고, 감옥에서 지내면서 경제사범이나 사채업자 등을 찾아다니면서 돈에 관한 정보를 구하려고 노력하게 된다. 그리고 사채 업계의 대부인 무기징역수 독고철을 만나, 그가 가지고 있는 모든 사채의 기술을 배우기 시작한다. 쩐의 전쟁이 시작된 것이다.

"가장 빨리 부자가 되는 것은 역시 '돈으로 돈을 만드는 것'이다."

이 책을 읽으면서 이러한 현실에 분노하기도 했으며, 그런 삶을 살아가는 사람들이 안쓰럽기도 했다. 사채와 카드 돌려막기, 그리고 결국 신용불량자라는 떼어낼 수 없는 표식으로 인해 삶의 모든 희망과 시도들이 물거품이 되어가는 과정에서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그들의 삶을 중도에 포기하였으며, 그로 인해 얼마나 많은 가족들이 황폐해지고 해체되었을까 생각해보면, 지금의 현실이 암담하게 느껴진다.
지식e 사채 편에서, 수만명의 사람들이 500만원을 갚지 못해 신용불량자가 되었으며, 생활고로 이러한 선택을 한 경우가 대부분이라는 문구가 아직도 기억에 생생하게 남아있다. 생활고로 인해 어쩔 수 없이 이용하게 되는 사채. 이로 인해 빚에 허덕이는 사람들의 삶은 얼마나 고달플 것이며, 이를 해결하지 못한 시간 속에 쌓여만 가는 이자는 그들을 얼마나 짓누르게 될까? 그들도 남들처럼 잘살아보겠다고 노력했던 삶의 모습들일 진데, 해결해 줄 수 없는 그 아픔이 미안해지고, 그들의 눈앞에 희망이라는 두 글자를 사라지게 만든 그 누군가가 정말 원망스럽다. 누가 그들에게도 미래가 있다고 말해줄 수 있을까?
쩐의 전쟁을 읽으면서 희망이라는 두 단어가 정말 물거품처럼 보였다. 잡을 수 있을 것 같은, 노력만 하면 해결할 수 있을 것 같지만, 현실은 차갑기만 하고 한없이 냉정하기만 했다. 사채와 카드, 이제는 정부에서도 적극적으로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노력해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얼마나 많은 목숨들이 눈물을 흘리며, 고통의 시간을 보내야 그들은 이들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을까?
정확하게 사채 등에 대해 알지는 못하지만, 이러한 문제가 현재 사회를 좀먹고 있다는 것은 알고 있다. 보통 금융기관을 이용할 수 없어 어쩔 수 없이 이용하게 되는 현실, 그리고 갚아나가기 위해 노력을 하지만 원금은 줄어들지 않은 현실. 현실은 참 가혹한 것 같다.

물론, 사채시장을 제도권 시장으로 끌어오기 위해 많은 노력을 했을 것이다. 그리고 이자가 높기는 하지만, 어느 정도의 규제와 상한선을 만들어 놓은 것도 그러한 노력의 결실일 것이다. 하지만, 아직도 노력이 부족한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정확한 정황은 잘 모르겠지만, 그래도 이로 인해 눈물 흘리는 서민들이 많다는 것은 그만큼의 문제를 껴안고 있다는 뜻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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