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트
엘리 위젤 지음, 김하락 옮김 / 예담 / 2007년 6월
평점 :
구판절판


  - 나이트 (엘리 위젤 지음)

이 책을 홀로코스트를 겪은 저자가 자신이 소년이었을 때 경험한 고통스러운 시간들을 글로 남긴 것이다. 이 책의 주인공인 엘리저는 히틀러가 전쟁을 시작했을 당시 헝가리에 살고 있었으며, 유대인들이 모여사는 시게트에 가족과 함께 지극히 평범한 삶을 살고 있었다. 전쟁은 시작되었지만, 그 누구도 끔찍한 삶이 시작되리라고는 예상하지 못했으며, 자신들만의 평안한 삶이 조금은 불편해지겠지만 곧 괜찮아지리라 생각했다.
1941년 엘리저가 처음으로 모이셰라는 외국에서 온 유대인을 자신의 마을에서 만나게 된다. 그와 여러가지 이야기를 하면서 그를 통해 질문하는 법과 그 질문의 답을 가지고 있는 자신과 대면하는 법을 배우게 된다. 그러던 어느날 외국에서 온 유대인들이 추방되게 되고, 여기에는 모이셰도 포함되게 된다. 몇일은 걱정하며 지냈지만, 별일이 없으리라 생각하고 잊어가고 있던 중 모이셰가 마을로 돌아오게 된다. 그는 자신이 본 게슈타포의 잔인함에 대해 이야기하면서 어서 이 마을을 떠나라고 경고한다. 하지만 그 누구도 그의 경고를 듣지 않은 채, 1942년도 1943년도 보통의 시간들처럼 흘러가게 된다. 

1944년 봄, 마을에 있는 유대인들에게 악몽이 시작된다. 마을에 조금씩 독일 장교들이 들어오기 시작했으며, 시게트에는 두곳의 게토가 만들어지기 시작한다. 두려움에 떨던 사람들도 막상 아무일도 일어나지 않자 안심하게 되며, 평범한 하루하루를 다시 시작하게 된다.
하지만 결국 그들을 강제노동수용소로 이동하게 되며, 그곳으로 향하는 기차에 몸을 실게 된다. 처음 수용소에 도착했을 때 그들이 본 것은, 죽음의 연기로 가득찬 굴뚝과 화장장이였다. 그곳에서 그들은 살아있는 아이들과 노약자들이 산채로 화장하는 모습을 보게 되고, 그때부터 그들은 죽음의 천사와 대면하게 된다. 그리고 하루하루가 죽음으로 향하는 길의 연장선이 되었다. 

그렇게 죽음과 직면하고 나니, 그들은 서로에게 무관심해 졌으며, 표정을 잃어갔다. 두려움은 다른 어떤 감정보다 우선하여 그들의 삶을 피폐하게 만들었다. 책임자에게 맞고 있는 아버지를 보면서도 두려움에 아무것도 할 수 없게 되었으며, 수감자들은 수프를 훔친 이유로 교수형을 당한 사람의 모습을 보고도, 아무렇지 않게 수프를 먹을 수 있게 되었다. 두려움과 배고품이 다른 인간적인 감정들보다 우선시 되기 시작했다. 또한 여러차례의 선별작업(삶과 죽음의 선고)을 거치면서 그들은 죽음의 그림자를 느끼게 되며, 그 가운데 하루하루를 힘든 노동속에서 버텨나가게 된다.
그렇게 시간이 흐르던 중. 독일군에 대한 반격은 점점 거세어져만 갔다. 공격이 가중되어가던 어느날, 소개 명령이 떨어졌다. 엘리저는 발에 상처가 깊어 이동하기 힘들었지만, 아버지와 함께 있기를 원해 그는 이동을 하게 된다.
"그 마지막 날이 가장 치명적이었다. 우리 칸에는 100여 명이 타고 있었다. 그런데 열두 명만이 열차에서 내렸다. 아버지와 나도 내렸다."

이 책을 보고 있으니 슬프기도 하고 두렵기도 했다. 두려움이라는 감정이 그리고 그로인한 절망이 숨막히게 무서웠고, 내 평생을 사는 동안 절대 느끼지 않았으면 하는 생각도 해본다. 어린나이에 그러한 경험을 했다면, 살아남았다고 하더라도 나머지의 그의 삶 또한 순탄하지만은 않았을 것이다. 사람이 사람에게 할 수 있는 잔인한 행동의 끝은 어디일까, 특정한 신념과 사상을 신봉한 나머지 그렇게 잔인해지고, 무자비해질 수 있는지 놀라게 된다. 그러한 현실이 가슴아프게 다가온다. 그리고 다시는 이러한 일들이 발생하지 않아야 한다.
저자는 서문에서 "어제 침묵을 지킨 사람은 내일도 침묵을 지킬 것이다." 라는 말을 남겼다. 이 말이 나에게도 해당하지 않을까 책을 덮으면서 생각해 보게 되었다. 그러한 침묵이 부인이 아닌 묵인이라는 사실도 알 것 같다. 그리고 나 또한 그러한 상황에서는 어떠한 결정을 하고 행동할지 솔직히 잘 모르겠다는 생각이 든다. 

"어둠이 우리를 에워쌌다. 바이올린 소리밖에 들리지 않았다. 율리에크의 영혼이 바이올린 활이 된 것 같았다. 율리에크는 자신의 목숨을 연주하고 있었다. 그의 존재가 바이올린 현 위에서 미끄러지듯 움직였다. 이루지 못한 그의 희망이. 숯처럼 새까맣게 타버린 그의 과거가. 사라져버린 그의 미래가. 율리에크는 다시는 연주하지 못할 음악을 연주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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