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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비화 - 조선왕조실록에서 찾은 뜻밖의 조선사 이야기
배상열 지음 / 청아출판사 / 2008년 3월
평점 :
학창시절 역사라고는 국사시간에 달달 외워야 했던 그 지식이 전부였다. 대장금,주몽때문에 역사에 대한 관심이 범 국민적으로 높아지기 시작하면서 요사이 영정조시대를 다루는 사극들이 다시한번 주목을 받고 있었다. 나도 한국인이지만, 무슨 유행처럼 퍼져가는 하나의 장르에 대한 맹추종은 신기하지만 재미있다. 대왕세종때문에 세종대왕에 대한 고찰을 다시하게 되고, 너나 나나 할 것 없이 그 얘기만 하게 된다.
어느 광고 문구가 떠오른다. "차는 모른다. 그러나 운전은 한다." 보통의 여성운전자들은 대부분 그럴것이다. 나 역시 차에 대해서는 모르지만, 운전은 하는 것 처럼 올바른 역사에 대해서는 잘 모르지만, 사극은 열심히 본다. 그리고 그게 사실인양 받아들이고 있다. 전문가들의 입장에선 우습기도 하지만, 한편으로 위험해 보일수 있다. 보여지는 것만으로 잘 알지 못하는 사람들이나 아이들이 보여지는게 전부인양,사실인양 받아들이는 것을 볼때 위태롭게 느껴질 수있다. 조선비화를 쓴 저자도 사극을 사기극이라 하면서 옥의 티처럼 사극에서 잘못된 부분들을 꼬집어 내고 있다.
사극에서 시대를 불문하고 공통적으로 드러나는 오류로 '촛불'을 말하고 있다. 조명탓도 있겠지만, TV에서 보여지는 장면을 보면 촛불 하나에 온방이 환해지고, 무슨 형광등마냥 느껴지기까지 하다. 그런데, 촛불은 극히 소량으로 생산되는 사치품이어서 일반 서민들은 감히 엄두도 못내었을 정도라 하니 일반 사극에서 보여지는 서민들의 집에서 쉽게 촛불을 밝히고, 글을 읽고 하는 장면들이 얼마나 잘못되었는지를 알 수있다. 그리고 양초가 보급되었다 하더라도 비싼 가격 때문에 그리 많이 사용하지는 못했다. 서민들은 조도가 떨어지고 그을음도 많은 저질의 기름을 사용할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크게 세 부분-사건비화,인물비화,세태비화로 나뉘어 비화를 다루고 있다. 사건비화에서는 세종시대 삼국 사당의 건립과 사대주의를 꼬집고, 경종 살해의 논란과 당파 싸움의 뒷얘기들, 정조가 감싼 살인범들, 운하의 필요성과 태종의 선택,남용된 신문고와 격쟁, 조선 시대의 살인 사건과 마녀사냥,나라를 뒤엎으려던 역모의 실체들을 밝힌다.
성군으로 추앙을 받는 세종도 자신의 뜻을 펼치기 어려울 때가 있었다. 훈민정음을 발표하기전 3년의 유예기간을 두었고, 비밀리에 한글을 창제했다는 사실은 이제는 누구나가 다 알지만, 그 이전에 예조에 명해서 삼국 시조의 사당을 세우도록 했는데, 당시 예조판서였던 신상이 정면으로 반대하고 있다. 고구려의 도읍은 알 수없다 말하고 백제의 도읍을 전주라고까지 말하고 있다. 더군다나 조선에서 가장 머리가 좋았다는 한명회도 고구려와 백제를 폄훼했다. 지역감정 운운하는 지금의 현실이 그때부터 시작된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어 한편으론 씁쓸했다.
인물비화도 그렇지만, 세태비화를 살펴보면 더 가관이다. 동방예의지국이라 알려졌지만, 동방간음지국이었을만큼 상식을 벗어난 왕족들의 간음기록이며, 지금같은 병역비리나 학력을 위조한 양반들이 판을 치는 세상이었다니 참으로 놀라지 않을 수없다. 조선왕조실록이 공개가 되어 저자가 부분부분 설명을 곁들이고 있다. 우리나라의 위상을 바로 세워야 할 때에 신하들은 사대주의에 빠져 중국의 눈치만을 보고 있었다는 사실부터가 거슬렸다. 지금에 와서 드러나긴 했지만, 알려지지 않은 사실들은 얼마나 많을까.
영화도,드라마도 사극열풍이다. 독자가 원해서,시대가 원해서이기도 하지만, 의상,소품들을 꼼꼼히 고증해가며 돌아보고 또 돌아보겠지만, 가끔씩 발견되는 옥의 티는 함께 보는 아이들에게 혹은 나같은 독자에게 있는 그대로 믿게 하는 역사왜곡의 현실이기도 하다.
아마도 다시 얼마간의 시간이 흐른뒤에는 예전에 알지 못했던 사실들이 수면위로 떠오를지도 모르겠다. 작은 것 하나라도 바르게 알고, 또 바로잡으려는 노력들로 인해 더이상 역사가 누구를 위해 왜곡되는 일은 없었으면 좋겠다. 심판을 받을것은 받고, 후대에 기억되고, 기념될만한일들은 인정받는 바른 역사를 알고 싶다. 누구나 알 권리가 있는것처럼 우리는 바른 역사를 알아야 할 의무와 책임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