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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루이스 캐럴 지음, 오은숙 그림 / 별이온(파인트리) / 2008년 3월
평점 :
절판
요즘에는 책도 참 잘 만드는것 같다. 화려한 표지의 이 책을 보자마자 8살 아들이 동화책인것 마냥 제가 먼저 읽겠다고 덤벼드는것을 보니, 아이들의 눈에도 화려하면서 파스텔톤의 은은한 책표지부터 읽고 싶게 만드는 충동을 일게 만드는것 같다. 책한권안의 한장 한장의 그림이 모두 달라서 다음 장에는 어떤 그림이 기다리고 있을지가 더 궁금해질 정도였다.
빅토리아 시대의 기인(奇人)으로 불렸다는 루이스 캐럴은 수학자 이기도 하였다. 친구의 딸 앨리스에게 들려주던 이야기를 모아 엮은게 바로 이 책이었고, 속편으로 <<거울 나라의 앨리스>>등의 환상과 유머가 가득찬 작품을 쓰게 되면서 근대 아동문학 확립자의 한 사람이 되었다.
앨리스는 언니와 함께 언덕위에 있었다. 책만 보는 언니를 쳐다보던 앨리스 곁으로 새하얀 토끼가 지나가면서 이야기는 시작된다. 하얀 토끼 한 마리가 대수롭지 않게 여겨질 수도 있지만, 앨리스는 사람처럼 말을 하면서 중얼거리는데다 주머니에서 시계를 보며 늦었다고 투덜대기까지 하는 그 모습을 보고 토끼를 쫓아 가지 않을 수 없었다. 말하는 토끼를 무작정 쫓아가다가 앨리스는 토끼굴로 떨어지고, 시계를 꺼내보며 늦었다고 투덜대는 그 토끼가 사는 곳에는 온갖 상상할 수없는 무엇들이 많이도 살고 있다. 게다가 함부로 먹을 것에 손을 댔다가 커지기도 하고, 작아지기도 하고, 목이 길어지기도 하고, 발이,손이 길어져 몸의 끝을 볼 수도 없게 되는 상상할 수도 없는 경험을 하게 된다.
읽으면서 '이야기(tale)'를 '꼬리(tail)'로 잘 못 이해하고 얘기하는 앨리스를 보면서 덩치는 거인처럼 커졌지만, 아직은 어린 앨리스를 느낄수가 있다. 무조건 사형부터 시키고 보는 여왕을 보면서 환상속에 살고있다고 표현하는 앨리스가 그제서야 현실을 조금씩 받아들이고 있지 않나 하는 생각도 들었다.
아이들을 키우면서 아이들책을 많이 접하게 되지만, 참으로 다양한 책들이 많다. 글씨가 없이 그림만 있는 책도 있는데, 의외로 아이들은 그런 책을 더 좋아하는 것 같다. 책을 여러번 읽어주고, 다양한 책을 접하게 하는것도 중요하지만,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를 보면서 할머니, 할아버지가 옛날 이야기를 해주시는 것처럼 엄마가 꾸며낸 이야기도 들려줄 필요가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꿈에서 깨어난 앨리스는 언니에게 모든 이야기를 해 준다. 앨리스의 언니도 책을 읽다가 잠깐 꿈결에 빠져드는데, 앨리스에게 들은 이야기를 느끼게 된다. 환상이라는 것을 알면서도 눈에 보이는 그것들을 느끼고 있다. 어른이 된 앨리스의 모습도 상상하게 된다. 어른이 된 앨리스의 모습을 그려보게 된다.
아는 이야기지만 일러스트가 넘 예뻐서 읽고,또 읽게 된다. 오은숙님의 일러스트가 포함된 다른 책 소개가 없는게 살짝 아쉬움이 남았다. 수학자이면서 이런 상상의 나래를 펼 수 있었던 루이스 캐럴의 사고의 유연함이 탁월하다는 생각이 든다.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는 기이하지만, 상상력과 호기심을 위해 아이들이 한번쯤은 거쳐가는 당연한 이야기라고 생각했었다. 이번에 보게된 이 책은 일러스트가 너무 예뻐서 책표지가 머리속에 각인되버린듯 한편의 편지를 받은듯한 느낌을 받았다. 책읽기가 싫어지는 사춘기 아이들에게 권해줘도 좋고, 이미 어른이 되서 굳어버린 사고에 지친 성인들에게도 어린시절 향수를 불러 일으키기좋을 책으로 권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