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기쁨 - 이해인 시집
이해인 지음 / 열림원 / 2008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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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의 먼 길을 가려면

작은 기쁨들과 친해야 하네

 
아침에 눈을 뜨면

작은 기쁨을 부르고

밤에 눈을 감으며

작은 기쁨을 부르고
 

자꾸만 부르다 보니

작은 기쁨들은
 

이제 큰 빛이 되어

나의 내면을 밝히고

커다란 강물이 되어

내 혼을 적시네

 

내 일생 동안

작은 기쁨이 지어준

비단 옷을 차려입고

어디든지 가고 싶어

누구라도 만나고 싶어

 
고맙다고 말하면서

즐겁다고 말하면서

자꾸만 웃어야지

                                                     -[작은 기쁨] 전문

내가 처음 이해인님의 시를 접한것은 중학교때이다. 대학생 이모의 책꽂이에서 발견한 "내 혼에 불을 놓아" 라는 색바랜 표지의 시집이었다.사춘기를 보내는 내내 이해인님의 글을 읽고 있으면 편안하고 쉬는 느낌이 들었다. 위로받고 있는 기분이었다.  그 이후로도 많은 시집을 만났지만, 첫만남이란 누구에게나 소중한 것이리라. 
 
이해인님의 [작은 기쁨]을 만났다. 예전에 내가 만났던 여느 시집과는 다리 조금 더 두꺼운 시집으로 만났다. 시 한 편 한 편을 읽으면 조금 더 편안해지고, 나 조차도 이해인님의 해맑은 얼굴이 되어 지친 일상에서 위로받는 듯 하다.
 
어른이 되어서도 사랑받고 싶고, 나이를 먹어가면서도 마음만은 순수하고 싶은 인간 본연의 욕망을 이해인님은 짧은 언어로, 몇마디의 말로 어떻게 그렇게 표현할 수있는 것인지 때론 질투도 하게 된다.
 
아프다는 거짓말(150p)

 
가끔은

아프다고

거짓말해서

엄마에게 혼난다

 
학교 가기 싫을 때

숙제하기 싫을 때

친구랑 싸웠을 때
 

아프다고 꾀병을 부려봐야

금방 탄로가 나는데도

왜 자꾸 아프다고 하고 싶은 건지

 
그런데 말이야

아프고 싶어

아프다고 말하고 나면

진짜로 온몸이 쑤시고

열도 나고 그러니

꼭 거짓말은 아니잖아?

 
금방 외로워지고

금방 위로를 받고 싶어지니.....

사서 하는 고생이니

절대로 거짓말로라도

아프지는 말아야겠어
 

누구나 한번쯤은 경험했을법한 일이다. 그런데 어쩜 이렇게 내 맘을 꼬집어 낸듯한 말들 뿐인지. 정말 학교 가기 싫을 때 선생님께 아프다고 말하고 나서 조퇴하면 진짜로 아프게 되는 날. 정말 이상하다. 그런 거짓말을 알아내는 우리 엄마처럼 이해인님도 모두 알고 있는 듯한 말들.
마음을 들켜버린 내가 꼭 뭔가 큰 잘못을 하다 걸린 어린아이같은 마음이 되고만다.
 
점점 시(詩)를 읽을 일이 줄어든다. 아니 시와 만날 기회조차 없는 듯 하다. 감정이 메말라 가고, 어릴적 기억조차 희미해져간다. 이해인님의 시를 천천히 읽다보면 '과거의 나'와 대면하게 된다. 어릴적의 내가 느꼈던 순수했던 감정들과 기쁨들과 슬픔들이 한꺼번에 밀려들어 벅찬 감동이 밀려오는듯 하다. 어른이 되어서도 한편의 시를 감상할 여유를 갖고 살아야 하지않나... 
표지의 작은 소녀가 주는 꽃다발처럼 그 순수했던 과거의 나를 상기하며 한편한편 천천히 읽어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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