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안인희의 북유럽 신화 2 - 죽음의 예언에서 라그나뢰크까지, 영원한 상징의 세계
안인희 지음 / 웅진지식하우스 / 2007년 2월
평점 :
<북유럽 신화>는 다양한 문화 콘텐츠로 우리들에게 선보여졌다. 신들의 세계인 ‘아스가르드’라는 이름은 게임으로, 반지 모티프는 톨킨의 <반지의 제왕>등 다양하게 말이다. 그런데도 사람들은 ‘북유럽 신화’에 대해서 잘 알지 못한다. 이유가 무엇일까. 내가 생각해본 이유는, 바로 ‘북유럽 신화’가 그리스 신자들에게 쓰였다는 점이라 생각한다. 그들은 신들을 절대 신으로 신격화 시키지 않는다. 그래서 그들을 광명의 신인 발데르와, 그의 아내인 난나의 죽음을 그리기도 하고, 거인족 출신인 로키가 술에 취해 신들에게 욕설을 내뱉고, 발데르를 죽인 게 자신이라는 진술을 하는 모습을 묘사하고, 거구인 토르가 거인족에 술수에 말려 망신을 당하는 것과 로키가 형벌을 받는 모습 등을 보여준다. 기존의 우리가 잘 알고 있던 <그리스 로마 신화>와는 조금은 다른 면모다.
신들의 소개와, 세계의 탄생, 그리고 주요 신들의 이야기를 다뤘던 1편과 달리 2편에서는 본격적인 ‘종말’을 향해 가는 이야기가 이어진다. 라그나뢰크와 함께, 불행의 씨앗이 되는 로키의 세 아이의 탄생과, 그 아이들과 신들의 대립, 그리고 결정적으로 광명의 신인 발데르의 죽음에 대해서 본격적으로 다루어진다. 오딘과 로키의 자식인 늑대 ‘펠리스’의 전통에서 오딘이 죽고, 펠리스는 오딘의 아들에게 죽는다. 로키의 또 다른 자식인 미트가르트 뱀은 토르와 겨루게 된다. 그리고 뱀과 함께 죽게 된다. 오딘과 바다의 아홉 파도 사이에서 태어난 헤임달은, 로키와 싸우다 죽게 된다. 해와 달이 ‘스콜’과 ‘하티’라는 늑대에게 잡아먹히고, 전투는 끝나지 않을 것처럼 이어진다. 그리고 전투가 끝났을 때, 몇몇이 살아남은 신들과, 저승에서 돌아온 발데르와 난나, 인간 한 쌍이 살아남아 새로운 세상을 또 한 번 살아가게 만든다. 이점에서 신화가 마냥 절망적으로 끝나지 않고, 새롭게 살아가는 용기와 교훈을 남겨둔다.
1권에서는 다루어지지 않았던 신들, 예를 들어 헤임달과 오딘의 아내이자, 종종 프레이야와 지위가 동일시된다는 프리그 여신, 전쟁의 신이면서 한쪽 팔이 없는 티르, 황금사과를 지키는 이둔 등 다양한 신들의 이야기가 단편적이나마 이어진다. 짝사랑에 애태우는 오딘이나, 사랑에 눈이 먼 프레이야 여신의 모습도 짧게나마 볼 수 있었다. 그리고 발퀴레와 노르네와 같은 신들과, 여자 예언자들의 이야기도 촘촘히 구성되어 있다. ‘최후의 전쟁’이라는 어두운 이야기를 꺼내기 전, 못 다한 신들의 이야기를 듣는 것은 흥미로웠다. 만화로 보지 못했던 이야기들도 있어서 더욱 더 좋았다. 어두운 이야기를 시작하기 전에, 전야제 같은 느낌이 있긴 했지만 말이다.
앞에서도 말했듯이, <북유럽 신화>는 절대적인 신의 모습이 등장하지 않는다. 거인 이미르의 육체로 세계를 창조하고, 물푸레나무로 인형을 만들고, 아홉 세계를 구분 짓는 순간, 멸망은 예고되어 있었다. 오딘은 그런 예언을 알고 있고, 멸망에 대해 철저하게 대비한다. 자신의 성과 프레이야 성에 발퀴레를 시켜 전장에서 맹렬히 전사한 군사들을 되살려 내 끌어 모으는 등의 행동을 통해서 말이다. 시작이 있듯이 끝이 있다, 라는 명제 아래서 시작되는 이야기라, 처음에는 생각되었다. 하지만 훗날 신들이 살아나고, 생물이 다시 돋아나기 시작하는 장면에서는 끝이 있으니 다시 시작이 있다, 라고 말하는 것만 같았다. 비록 신들은 전처럼 많이 남지 않았지만, 남은 신들이 새로운 세상을 꾸려가고, 잠시 동안이나마 행복하고 살기 좋은 세상을 이끌어 갔으니 말이다.
개인적으로 나는 <그리스 로마 신화>보다 <북유럽 신화>를 더 선호한다. 신화에 대해서는 그리 많이 아는 편은 아니지만, 앞에서 계속 말했듯이 인간적인 미가 있고 단순히 신들만의 이야기가 아니라, 다양한 종족들과의 조합을 통해 이루어가는 이야기인 <북유럽 신화>가 더 마음에 든다. 그리고 현재 다양하게 우리 문화 콘텐츠에 적용되어 있다는 것은, 바로 이 신화가 그만큼 영향력이 있고, 사람들의 호응을 살 수 있기 때문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비록 아직도 많은 사람들이 ‘북유럽 신화’라고 말하면 잘 모르지만, 이야기 자체가 가진 힘과, 다이내믹한 사건들이 지금보다 더욱 더 사람들에게 읽히게 되었을 때, 한때 열풍처럼 불었던 <그리스 로마 신화>를 뛰어 넘을 수 있지 않을까 싶다. 물론 신화에 위아래가 어디 있겠느냐마는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