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으로 보는 시간의 역사 까치글방 142
스티븐 호킹 지음 / 까치 / 1998년 5월
평점 :
구판절판


     누구나 알지만 누구나 읽어보진 않은 책. 나 역시 이제야 읽는다. 이 책은 1988년 출간되자마자 전 세계적으로 베스트셀러가 되었다. 대체 왜? 특수상대성이론, 양자론, 소립자 물리학, 블랙홀, 초끈 이론 등 현대 물리학의 중심 사상을 비교적 쉽게 풀어나가고 있기 때문이 아닐까? 그래 처음에는 읽기가 쉬었다. 지구는 둥근가? 의 물음부터 시작하여 시간과 공간에 관한 고찰 그리고 점점 팽창하는 우주까지는 쉽게 읽혔다. 그런데 4장 불확정성 원리에 들어오면서 조금씩 머리가 아파오기 시작했다. 불확정성의 원리는 포스트 모던 소설을 설명할 때 나오는 용어인데 말이다. 5장 소립자와 자연의 힘들 에 들어와서는 쿼크(양성자를 구성하는 작은 입자들)라는 생전 처음 보는 용어가 나왔고(쿼크라는 이름은 제임스 조이스의 수수께끼와 같은 문구, “마크 대장에게 쿼크를 세 번 외칩시다!” 에서 따온 것이라고 한다. 흥미로운데) 쿼크에 6가지 향과 3가지 색이 있다는 놀라운 사실도 알게 되었다. 입자들에게 향이 있다니. 맡아보고 싶다.

   6장과 7장 블랙홀에 와서는 다시 조금 재밌어졌고 왠지 블랙홀에 빨려 들어가고 싶다는 무모한 생각을 잠깐 하였다. 8장 우주의 기원과 운명에 대한 설명에서는 잘 동의가 되지 않았고 9장 시간의 화살에 관한 내용은 매우 재밌었다. 시간이 거꾸로 간다면 정말 무서울 것 같다. 10장 벌레구멍과 시간여행은 벌레구멍(wormhole)용어 자체에 관심이 갔고, 이렇게 귀여운 이름을 짓다니 과학자들도 감성이 있구나 하는 쓸데없는 생각만 들었다. 하긴 벌레 자체는 과학적으로 더 유용한 단어일까? 11장 물리학의 통일은 대충 읽었고 12장 결론은 자세히 읽었다.

   호킹의 유머는 일반인이 이해하기 어려운 내용들 사이에서 빛을 발하고 있다. 또한 다양한 시각 자료 첨가로 그림만 보아도 즐겁도록 구성되어 있으니 많은 이들에게 사랑을 받을 수 밖에. 가끔씩 아무 데나 펼쳐서 보면 참 좋겠다. 이 책을 읽고 나니 세상에 불가능한 일이란 존재하지 않을 것만 같다. 언젠간 눈을 감고도 책을 읽을 수 있는 안경 같은 것이 개발되지 않을까 하는 엄청난 생각도 해보게 되니 말이다. 수학, 과학 분야와 좀 더 친해져야겠다.

 

# 과학의 궁극적인 목적은 우주 전체를 기술하는 단일한 이론을 만드는 것이다. 17

 

# 시공을 휘어서 A와 B 사이에 지름길을 만든다면 그런 일들이 가능해질 것이다. 그 중 한 가지 방법이 A와 B 사이에 벌레구멍을 만드는 것이다. 그 이름이 암시하고 있듯이, 벌레구멍은 멀리 떨어져 있는 거의 편평한 두 영역들을 연결시킬 수 있는 시공의 얇은 관이다. 201.

 


댓글(0) 먼댓글(0) 좋아요(7)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특종 역사를 말하는 사진 - 카메라로 포착한 한국 현대사의 숨막히는 순간들
전민조 지음 / 눈빛 / 2013년 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카메라로 포착한 한국 현대사의 숨 막히는 순간들이 있다. 이미지로 보여지는 한국의 과거는 글로 읽는 것보다 더 가슴 아프다. 일본의 식민지화로 억압받았던 한국인. 해방 후에는 학살과 내전으로 고통받았고 독재정치로 인해 피 흘렸던 시민들. 가끔은 부끄러운 한국의 과거를 외면하고 싶어진다. 알고 싶지 않다. 하지만 차학경이 <딕테>에서 이야기하듯, 레비가 <이것이 인간이다>에서 서술하듯 우리는 과거를 기억해야 한다. 또 다시 어리석음을 반복하지 않기 위해서. 망각하지 않기 위해서 다시 쓰고, 말해야 한다. 사진을 보며 다시 한 번 이미지가 사람들에게 얼마나 큰 영향을 끼칠 수 있는지 알게 되었다. 한국사의 흐름을 정면으로 볼 수 있는 수많은 사진들과 기자들이 그 순간을 포착한 상황이 자세하게 설명되어 있다. 익숙한 사진들도, 생전 처음 본 사진도 있다. 좋은 사진집이다. 마음에 남았던 사진들을 적어보자면,

 

* 여수, 순천 사건 와중에 총살당한 김영배 사진

* 이승만 정권 때 국회의원 선거 개표장에서 투표 용지를 훔치려는 사진

* 눈에 최루탄이 박힌 채 마산 앞바다에 떠오른 김주열 군의 시신 사진

* 정인숙 살해사건 사진

* 박숙현 국회의원 유세장에서 술판을 벌여 시민들이 먹고 있는 사진. 그 틈에서 한 어린이 가 어   른들 틈에 끼어 막걸리를 들이키고 있다

* 대형 화재가 난 대연각 호텔에서 구조를 기다리던 투숙객들이 매트리스를 안고 투신하는 사진. 9.11 테러 당시 falling man 들이 떠오른다,

* 광복절 경축행사에서 문세광이 쓴 총탄에 맞아 쓰러진 영부인 육영수 여사 사진

* 전두환 정권에 반대하는 서울대 집회에서 분신자살하는 이동수 군 사진

* 시위 중 최루탄에 맞아 피를 흘리는 연세대 학생 이한열 군 사진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오월의 미학, 뜨거운 가슴이 여는 새벽 - 한국 리얼리즘 미술 30인
장경화 지음 / 21세기북스 / 2012년 12월
평점 :
구판절판


    한국의 민중미술을 소개한 책이다. 한국의 민중미술이라. 보기 드문 미술책이다. 작가는 1980년대를 풍미했던 리얼리즘 미술가 30명을 선정하여 그들의 그림과 삶을 서술하고 있다. 광주는 1980년 광주항쟁을 기점으로 민중미술 운동의 진원지로 부상하였다. 저자는 1980년대 민중미술이 시대적 상황과 더불어 자생적으로 발생한 진정한 의미의 한국 현대미술이라고 보았다. 1980년대 리얼리즘 미술은 이 땅에 왜곡된 채 이식된 모더니즘에 대한 비판이다. 그리고 순수라는 이름으로 화단정치에 여념이 없었던 자연주의 미술에 대한 비판으로부터 새로운 구상화의 세계를 만들었고 억압적인 유신 독재와 광주학살로 정권을 잡은 신군부의 부당한 권력에 대한 저항으로부터 한국만의 독창적인 현대미술을 창조하였다. 책을 읽으면서 새롭게 알게 된 한국 화가들이 많았다. 미술관에서 보았던 작품들이 보일 때마다 반가웠다. 마음에 들었던 그림 몇 점을 소개하자면,

 

* 임옥상 <보리밭> 1983년 작. 강력한 이미지이다. 보는 순간 가슴이 철렁했다. 농촌 현실에 대한 강한 메세지를 담고 있다.

 

* 윤석남 - 40세에 독학으로 그림을 시작하였다. 세상에 40세라니. 글을 읽으니 왠지 뭐든 할 수 있을 것 같은 자신감이 생긴다. 어머니 연작 시리즈가 아름답다.

 

* 황재형 - 탄부나 탄광촌 소재의 그림을 주로 그렸다. 예전에 탄광에서 돌아가셨던 지인이 떠올랐다.

 

* 이철수 /오윤 -목판화로 작업한다. 케테 콜비츠가 생각난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이것이 인간인가 - 아우슈비츠 생존 작가 프리모 레비의 기록
프리모 레비 지음, 이현경 옮김 / 돌베개 / 2007년 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늘 봐야지 했던 책을 이제야 보았다. 한 장 한 장 넘길 때마다 책 제목처럼 ‘이것이 인간인가’ 를 되뇌지 않을 수가 없었다. 홀로코스트의 비극. 사건에 관한 여러 책을 읽었지만 이 책처럼 절실하게 다가오진 못하였다. 직접 아우슈비츠 수용소에 들어갔다 기적적으로 살아남은 자의 담담한 고백. 그의 글에는 특정한 나치당원에 대한 증오를 찾아 볼 수 없다. 그는 냉철하고 이성적으로 글을 써내려간다. 어떻게 홀로코스트가 일어날 수 있었을까? 전문가들은 분석한다. 히틀러의 명령에 따르고 거리낌없이 학살을 자행했던 사람들은 자아가 분열되었기 때문에 가능했다고. 그들도 그렇게 설명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하지만 과연 그것으로 충분히 설명되어질까? 레비는 말한다. 히틀러 한 사람만을 악인으로 몰고 가는 것은 옳지 않다고. 독일 전체 국민이 그들의 악행을 모른 척 하거나 관심을 두지 않았기에 600만 명이 넘는 사람들이 살해되었다고. 600만.....

레비는 1919년 북이탈리아 토리노의 유대계 가정에서 태어났다. 그는 수석으로 대학을 졸업하고 화학자가 되었지만 문학에도 깊은 관심을 가지고 있었다. 그 당시 유대인 차별은 전 유럽으로 확장되어 갔고 그는 점차 반파시즘 운동에 접근하기 시작한다. 1943년 독일군이 토리노를 점령하자 빨치산 부대에 가담해 투쟁하다 체포되어 아우슈비츠로 이송되었다. 이 책은 아우슈비츠에서 그가 지냈던 일들을 기록한 책이다. 책에서 그가 끊임없이 인용하고 있는 책은 단테의 <신곡>이다. 아우슈비츠 문에는 그 유명한 구절 ‘노동이 자유케 하리라’는 문구가 있다. 이 글을 보는 순간 그는 <신곡> 지옥편 제 3곡의 ‘이 저주받을 망령들아, 비통할 지어다!’를 떠올린다. 이 말은 지옥과의 경계를 가르는 아케론 강의 뱃사공 카론이 단테에게 던진 절규이다. 작품해설을 쓴 서경식은 ‘홀로코스트’의 지옥에서 살아남아 증언하는 프리모레비야말로 현대의 오디세우스이자 단테라고 적고 있다. 레비는 수많은 작품을 써내려가며 ‘인간’이란 무엇인가에 관해 탐구하였다. 그리고 1987년 돌연 자살로 생을 마감하였다. 토리노 시의 공동묘지에 있는 레비의 묘지에는 174517이라는 숫자가 새겨져 있다. 아우슈비츠에서 왼쪽 팔뚝에 문신으로 새겨진 수인 번호다. 책을 덮으며 다시 한번 생각한다. 이것이 인간인가. 이것이 인간인가.

 

# 알베르토는 당당하게 수용소에 들어왔고 상처 입지 않고 타락하지도 않은 채 수용소에 살고 있다. 그는 누구보다 빨리 이 삶은 바로 전쟁이라는 것을 이해했다. 스스로 응석 부리는 것 따위는 허락하지 않았다. 불평을 하거나 자신과 타인들을 연민하며 시간을 허비하지 않았다. 그는 첫날부터 전쟁터에 뛰어들었다. 그를 지탱하는 건 지혜와 본능이다. 그는 정확하게 사고했다. 종종 아예 생각을 안 하기도 하는데, 그것도 마찬가지로 옳은 일이다. 그는 모든 것을 즉시 이해한다. 그가 아는 건 약간의 프랑스어뿐인데 독일인이 말해도 폴란드인이 말해도 다 알아듣는다. 84.

 

# ‘변화란 무조건 나쁜 것이다’, 수용소의 격언 중 하나였다. 좀 더 일반적으로 말하자면, 경험은 우리에게 모든 예측이 헛되다는 것을 수도 없이 보여주었다. 우리의 그 어떤 행동도, 그 어떤 말도 미래에 눈곱만큼의 영향도 미치지 않는데 뭐하러 고통스럽게 앞일을 예측하려 하겠는가? 우리는 고참 해프틀링이었다. ‘이해하려 애쓰지 마라, 미래를 상상하지 마라, 모든 게 어떻게 언제 끝나게 될지 생각하며 괴로워하지 마라’는 게 우리의 지혜였다. ‘다른 사람에게 질문하지도, 스스로 자문하지도 말라’는 것이다. 178-79

 

# 그대들이 타고난 본성을 가늠하시오.

짐승으로 살고자 태어나지 않았고

오히려 덕과 지를 따르기 위함이라오. -단테 지옥편 중- 174.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단 한 번의 연애
성석제 지음 / 휴먼앤북스(Human&Books) / 2012년 1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성석제가 연애소설을? 서점에 들렀다가 그의 신간을 발견했다. 책장에 꽂아두고 잊고 있다 몇 달이 지나 이제야 읽는다. 한 남자가 평생 동안 사랑한 단 한명의 여자. 민현.

성석제 작가가 객관적 기준으로는 처음으로 온통 사랑으로 가득 찬 이야기를 하고 있다. 물론 작가 특유의 유머와 입담이 소설 전반에 깔려 있긴 하지만, 사랑 이야기는 일관되게 진지하다. 고래잡이의 딸을 사랑한 세길. 침대에 비스듬히 앉아 첫 장을 펼치고 읽기 시작했는데 마지막 장을 덮을 때까지 고개 한번 들지 않았다. 재밌다. 이렇게 애틋한 일방적인 사랑 이야기라니. 다른 소설에서도 볼 수 있는 흔한 설정이지만, 책을 놓을 수 없다. 책 안에 한국의 아픈 현대사와 개인의 서사가 통채로 담겨있다. 내가 민현이 되었다가, 세길이 되었다가, 웃음이 났다가, 마음이 아프다. 천명관 작가의 <고래>도 생각나고 김연수 작가의 <파도가 바다의 일이라면>도 생각난다.

   민현 때문에 멋진 인생을 살았다고 고백하는 세길, 세길이 말없이 있어줌으로 마음껏 살 수 있었던 민현. 나도 당신도 따뜻한 사랑을 하고 있지만, 이런 소설을 만나면 소설 속으로 들어가고 싶어진다. 평생에 걸쳐 이런 사랑을 해야지 낭만에 젖다가도 생뚱맞게 민현처럼 열심히 공부해야겠다는 새로운 다짐도 하게 된다. 사람 마음 희한하게 만드는 소설이다.

주 무대가 어촌이라 바다 냄새도 나고, 구룡포와 포항에 가서 말린 문어도 먹고 싶고, 모래사장에 앉아 컴컴한 바다도 보고 싶고, 파도 치는 소리도 듣고 싶고.... 이제 자야할 시간인데 마음을 이렇게 휘저어 놓다니. 어쩌란 말이지. 아, 어쩌면 좋지.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