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트리트 아트, 도시 정복자들의 펑크록 - 도시에 생명을 불어넣는 반문화와 저항의 예술
카펫 바밍 컬처 엮음, 이희수 옮김 / 고려문화사 / 201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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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일주일 째 비가 온다. 도서관에서 미학 코너를 기웃거리다 발견한 책이다. 단순히 양장판이고 책이 큼직하고 깨끗하다는 이유만으로(사진도 선명한 컬러이다) 읽게 되었다. 책은 제목처럼 수많은 그래피티를 모아 놓았다. 그렇다면 각각의 그래피티에 관한 설명을 하느냐? 그건 아니다. 그냥 독자 마음대로 상상하다도록 어떠한 설명도 없다. 그래피티를 찍은 사진 옆에 간혹 이런저런 말이 써 있기는 하나 이것은 저자(출판사)가 그냥 자기 생각을 적은 것이다. 저자 스스로도 서문에다 책에 공간이 남아 아무 말이나 적은 것이니 태클 걸지 말아달라고 분명하게 밝히고 있다.

   그래피티란 공공 장소의 벽에 그림을 그리는 것으로 보는 사람에 따라 낙서나 주위 환경을 해치는 행위로 규정할 수도 있다. 그러니 정부에서 틈만 나면 그래피티를 지우려고 애를 쓰겠지. 그러므로 그래피티의 생명력은 얼마나 공공 장소에서 오래 버티냐에 달려있다. 한국에서는 그래피티를 보기 쉽지 않지만, 외국에서는 흔히 볼 수 있다. 예전에 유럽여행을 할 때 기차를 타고 가면서, 혹은 골목길에서 종종 마주쳤던 걸 보면 말이다. 한국에서 알만한 그래피티 아티스트로는 키스해링이나 바스키아 정도? 이들이 바로 거리 화가 출신이다(이 둘은 또한 애인이기도 하다. 결국 키스해링은 에이지로 사망했다).

   책에는 다양한 그래피티 작품들이 실려 있는데, 정말 기발한 것도, 너무 익숙한 것도, 전혀 이해할 수 없는 것도 있다. 그래피티를 모아 놓은 책은 처음이어서 꽤 흥미롭게 보았다. 신선하다. 거리의 예술가들. 누군가의 눈에는 예술로, 누군가는 낙서로 바라보는 그래피티. 당신은 어떠한가? 광고 대신 그래피티로 칠해진 다양한 벽들을 만나고 싶다. 한국은 언제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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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하하는 저녁
에쿠니 가오리 지음, 김난주 옮김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03년 10월
평점 :
구판절판


   <나는 냉철함을 좋아합니다. 냉철하고 명석하고 차분하고 밝고, 그러면서도 절망하고 있는 것을 좋아합니다. 낙하하는 저녁은 그런 작품일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썼습니다. 혼이 스쳐 지나가는 그 순간의 이야기, 그리고 또 곱지 못한 마음의 이야기입니다. 곱지 못한 마음이란 미련과 집착과 타성, 그런 것들로 가득한 애정. 곱지 못한 마음의 하늘에, 조용한 저녁이 내리기를...>

   에쿠니 가오리가 말했다. 그녀의 말대로 이 책은 차분하고, 절망스럽지만, 한편으로는 밝은? 이야기이다. <반짝반짝 빛나는>과 <호텔 선인장> 외에는 읽은 책이 없지만 가오리의 스타일이 어떤지는 한 권의 책만 읽어도 알 수 있다. 피렌체에 갔을 때 함께 민박했던 사람들 대부분이 <냉정과 열정사이>를 읽었던 터라 두오모 성당 꼭대기에 꼭 올라가야 한다며 줄을 서가며 열심을 내었지만 나는 그 책을 읽지 못했기에 과감히 발걸음을 돌려 우피치 미술관에 들어가려는 사람들 사이에 줄을 섰다.

   그녀는 사소한 이야기를 말한다. 물 한 마시고, 초밥을 먹고, 맥주를 마시는 사소한 이야기를 매우 중요하듯 이야기한다. 몹시도 개인적인 이야기들. 읽다보면 왠지 주인공을 따라 나도 오차즈케를 먹고 따뜻한 정종을 마셔야 할 것 같다. 시간이 남아 조그만 카페에 들어가 커피를 시켰는데, 밖에는 비가 조금씩 내리고, 책장에는 에쿠니 가오리와 히가시노 게이고의 책 몇 권 밖에 놓여 있지 않아 읽기 시작한 책이다.

   이 책은 실연에 관한 이야기이다. 8년간 함께 살았던 애인 타케오를 떠나보내야 하는 리카. 이유는 하나. 다케오가 하나코라는 여자를 사랑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하나코는 누구에게도 얽매이지 않는 존재이다. 팜므파탈이라고 말할 수 있을까? 하나코는 누구를 만나든 거리낌이 없고, 남자들은 그녀의 독특함에 빠져든다. 하나코를 바라보는 타케오. 타케오를 바라보는 리카. 어찌보면 너무 평범한 이야기를 작가는 자기도 잘 알고 있다는 듯이 평범하게 이야기한다.

   셋 다 마음에 들지 않는다. 책을 읽으며 주인공이 싫어지는 경우는 거의 없는데. 타케오를 보면 화가 나고, 리카를 보면 답답하고, 하나코를 보면 얄밉다. 하나코에겐 분명이 말 못할 상처가 있겠지만, 그 상처를 다른 사람에게까지 옮기는 것은 너무 무책임하다. 하긴 하나코 자신이 무책임한 삶을 선택했으니까.

   모르겠다. 그녀의 글은 차분하고 정갈하나, 읽고 나니 괜히 화가 난다.

 

# 여자는 그렇게 말하고, 나를 보고 생긋 웃었다. 그것은 정말 아름답고-청순한, 이란 형용사를 모양으로 빚은 듯한 웃음이었다. 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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삐딱하게 보기
슬라보예 지젝 지음, 김소연 외 옮김 / 시각과언어 / 199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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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지젝 이란 이름만 들어도 어이쿠 얼마나 책이 어렵겠어? 하는 생각에 그가 쓴 책을 외면하곤 했다. 그러다 눈에 들어 온 책이 바로 이 책. 우선 제목에 끌렸고, 책 표지 왼쪽 위에 ‘대중문화를 통한 라캉의 이해’라고 작게 쓰인 문구를 발견했다. 그래, 라캉을 이해하기는 어렵겠지만 대중문화는 내가 좀 알지 하는 생각에 책을 펼쳤다. 결과는? 라캉을 떠나 책 자체가 매우 재밌었다. 책에서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것이 히치콕 영화들이다. 히치콕의 작품을 분석해 나가는데 얼마나 흥미진진하던지. 지젝이 언급하는 수많은 책, 영화, 연극들을 함께 읽다보면, 이 사람 언제 이 많은 걸 다 읽었지 놀랄 뿐이다. 역시 괜히 유명한 게 아니었어. 새삼 존경심이 가득 차오른다. 이 책은 누구나 읽어도 좋지만 여기서 등장하는 작품 50%정도는 읽거나 본 사람이면 훨씬 집중해서 읽을 수 있다. 이해도 좀 더 쉽겠지.

   옮긴이는 말미에서 지젝이 솜씨도 놀랍게 지젝이 대중문화의 길을 통해 라캉에게로 들어갔다가 다시 정치사회적 현실세계로 빠져나오고 있다고 이야기한다. 이 책은 3부로 구성되어 있는데 1부는 라캉의 인식론, 2부는 라캉의 시각이론에 대한 해설이고, 3부는 라캉의 인식론을 기반으로 한 지젝의 사회정치론에 해당한다. 그러나 지젝이 워낙 이런저런 사례를 많이 들어 설명하기 때문에 절대 지겹거나 어렵지 않다.

    책을 읽으면서 지젝이 언급한 작품들을 다 정리해야겠다 생각했는데 책 마지막에 옮긴이가 따로 정리를 해 놓았다. 와우. 사람들은 다 비슷한 생각을 하는구나. 어쨌든 감사하다. 예전에 누군가 요즘 사람들은 책 좀 읽는다 싶으면 “새우깡, 새우깡, 지지베베” 한다며 농담을 했는데, 나도 이제 라캉과 지젝에게 관심 좀 가져봐야겠다. 뭐, 이해는 안되더라도 읽었다는 데 의의를 두고. 책에서 언급된 영화 목록만 적어보았다.

 

# 이와 같은 타자의 무지, 말하자면 우리에게 숨쉴 틈을 주는 일정한 거리, 즉 우리의 행동에 사회적으로 승인되는 것 이상의 보충적 의미를 부여할 수 있게 해주는 거리를 열어준다. 151.

 

영화 -감독

Batman - Tim Burton

Being There -Hal Ashby

Betrayal -David Jones

The Birds -Alfred Hitchcock

Bladerunner -Ridley scoot

Blowup -Michelangelo Antonioni

Body Heat -Lawrence Jasdean

Brazil -Terry Gilliam

Casablanca -Michael Curtiz

Creepshow -George A.Romero

Desperately Seeking Susan -Susan Seidelmann

Dial M Murder -Alfred Hitchcock

Driver -Walter Hill

Duck soup -Leo McCarey

Elephant Man -Daivd Lynch

Empire of the Sun -Steven Spielberg

Family Plot -Alfred Hitchcock

Field of Dreams -Phil Robinsony

Foreign Correspondent -Alfred Hitchcock

Frenzy -Alfred Hitchcock

Friday the Thirteenth -Sean S. Cunningham

Halloween -John Carpenter

The Hustler -Robert Rossen

I Confess -Alfred Hitchcock

The Invasion of the Body Snatchers -Philip Kaufman

Lady in the Lake -Robert Montgomery

The Lady Vanishes -Alfred Hitchcock

Letter from an Unknown Woman -Max Ophuls

A Letter to Three Wiues -Joseph L.Mankiewicz

Lifeboat -Alfred Hitchcock

Lili Marleen -Rainer W. Fassbinder

Limelight -Charles Chaplin

Mad Max II -George Miller

Manhunter -Michael Mann

The Man Who Knew Too Much -Alfred Hitchcock

Mississippi Burning -Alan Parker

Monsieur Verdoux -Charles Chaplin

Mr. and Mrs. Smith -Alfred Hitchcock

Murder -Alfred Hitchcock

My Name Is Nobody -Sergio Leone

Nightmare on Elm Street -Wes Graven

The Night of the Liring Dead -George A, Romero

North by Northwest -Alfred Hitchcock

Nosferatu -Werner Herzog

Notorious -Alfred Hitchcock

The Old and the new -Sergei Eisenstein

Once upon a Time in the West -Sergio Leone

Out of Africa -Sydney Pollack

Out of the Past -Jacques Tourneur

Psycho -Alfred Hitchcock

Rear Window -Alfred Hitchcock

Reds -Warren Beatty

Robocop -Paul Verhoeven

Rope -Alfred Hitchcock

Sabotage -Alfred Hitchcock

Saboteur -Alfred Hitchcock

Samurai -Jean-Pierre Melville

The Secret Agent -Alfred Hitchcock

The Secret Beyond the Door -Fritz Lang

Shadow of a Doubt -Alfred Hitchcock

Shane -George Stevens

Stage Firght -Alfred Hitchcock

Stranger on a Train -Alfred Hitchcock

Torn Curtain -Alfred Hitchcock

The Trouble with Harry -Alfred Hitchcock

Under Capricorn -Alfred Hitchcock

Vertigo -Alfred Hitchcock

When a stranger Calls -Fred Walton

Woman in the Window -Fritz Lang

The Wrong Man -Alfred Hitchcock

Yakuza -Sydney Pollack

Young and Innocent -Alfred Hitchcock

Murder -Alfred Hitchcoc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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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Norton Anthology of Modern and Contemporary Poetry (Paperback, 3)
Jahan Ramazani / W W Norton & Co Inc / 200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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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려 1060쪽이나 되는, 무거운 책이지만 페이퍼백이라 생각보다는 가볍다. 너무 비싸서 고민했었는데 이 한권의 책으로 수많은 시인들의 시를 접한다고 생각하니 위로?가 된다. 휘트먼에서부터 더글라스까지 1800~1900년대를 망라하는 책이다. 2권도 사고 싶다. 조심조심 아껴 읽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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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자가 사랑한 그림 - 기묘한 미술로 삐딱한 철학 하기
조광제.전호근 외 지음 / 알렙 / 201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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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이 책은 홍대 상상마당에서 강연했던 내용을 묶은 것이다. 서문에 의하면 책에 대한 기획이 먼저 이루어지고 강연 준비를 하였다고 적혀있다. 총 11명의 필자들이 그림을 보며 철학을 사유하는 방식이다. 그림이 실려 있어 이해하기도 쉽고, 글도 술술 읽힌다. 각 장 맨 앞에 그 글에서 다룰 철학가의 저서도 소개해준다. (다른 저자와 비교해 볼 때 글의 완성도가 떨어지는 글이 한 편 있긴 하다.) 좋아하는 화가가 몇 명 등장하여 기뻤다. 관심이 없었던 화가였는데 책을 통해 새롭게 바라보게 된 화가도 있었다. 좋아하지 않는 화가(달리)를 아도르노도 비판하는 것을 보며 흐뭇하기도 했다. 철학자는 그림을 보며 그냥 보는 게 아니라 이렇게 생각하며 보는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새로운 철학가를 알게 되어 기쁘다. 한 장의 그림으로 많은 것을 이야기할 수 있는 능력. 역시 사람은 많이 알아야 함을 또 한번 느끼게 된다. 책 표지를 누가 그렸나 했더니 쿠르베였다.

 

1장 - 세한도-김정희, 사마천, 공자

2장 - 대수욕도 -세잔, 메를로 퐁티

3장 - 묘석도 -팔대산인, 선불교

4장 - 자화상 -베이컨, 들뢰즈

5장 - 코로 -모르트퐁텐의 추억, 베르그송

6장 - 민중을 이끄는 자유 -코로, 파리 코뮌

7장 - 세상의 근원 -쿠르베, 여성의 몸

8장 - 수태고지 -프라 안젤리코, 르네상스 원근법

9장 - 구두 -고흐, 하이데거

10장 - 포토몽타주 - 하트필드, 벤야민

11장 - 기억의 지속 - 달리, 아도르노

 

# 철학자의 지성은 미술가의 감각에 비해 느리고 철학자의 구상은 미술가의 상상력에 비해 공허하다. 책 한 권보다 그림 한 장의 충격과 경탄이 더 강렬한 경우가 많다. 그래서 철학자는 미술을 사랑하지 않을 수 없다. 그러나 철학은 그림의 강렬한 느낌에 다시 언어를 부여해서 그림이 스스로 말하게 한다. 6.

 

# 벗이 먼 곳에서 찾아오면 또한 반갑지 아니한가. -논어 제 1장 중-35.

 

# 온 우주는 색으로 되어 있다. 심지어 나 자신도 색으로 되어 있다. -세잔- 54.

 

# 원래 철학은 ‘나도 알고 너도 아는 얘기를 너도 모르고 나도 모르게’ 하는 특징이 있다. 그런데 들뢰즈는 특히 더 어려운 사람이다. 원래 미친 사람들의 세계를 이해하는 것은 어렵다. 98.

 

# 동아시아 신화에 보면 태초에 ‘혼돈’이 살고 있었다. 혼돈은 눈, 코, 입, 귀가 없는 상태이다. 그래서 누군가 눈, 코, 입 등에 구멍을 뚫어주고 규정을 해주니 혼돈이 죽었다는 얘기가 나온다. 즉 혼돈은 단순히 무질서가 아니라 아직 규정되지 않았다는 의미로 이해해야 한다. 104.

 

# 예술이 수수께끼인 이유는 질문은 있으나 답이 없기 때문이다. 3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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