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학자가 사랑한 그림 - 기묘한 미술로 삐딱한 철학 하기
조광제.전호근 외 지음 / 알렙 / 2013년 3월
평점 :
품절


   이 책은 홍대 상상마당에서 강연했던 내용을 묶은 것이다. 서문에 의하면 책에 대한 기획이 먼저 이루어지고 강연 준비를 하였다고 적혀있다. 총 11명의 필자들이 그림을 보며 철학을 사유하는 방식이다. 그림이 실려 있어 이해하기도 쉽고, 글도 술술 읽힌다. 각 장 맨 앞에 그 글에서 다룰 철학가의 저서도 소개해준다. (다른 저자와 비교해 볼 때 글의 완성도가 떨어지는 글이 한 편 있긴 하다.) 좋아하는 화가가 몇 명 등장하여 기뻤다. 관심이 없었던 화가였는데 책을 통해 새롭게 바라보게 된 화가도 있었다. 좋아하지 않는 화가(달리)를 아도르노도 비판하는 것을 보며 흐뭇하기도 했다. 철학자는 그림을 보며 그냥 보는 게 아니라 이렇게 생각하며 보는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새로운 철학가를 알게 되어 기쁘다. 한 장의 그림으로 많은 것을 이야기할 수 있는 능력. 역시 사람은 많이 알아야 함을 또 한번 느끼게 된다. 책 표지를 누가 그렸나 했더니 쿠르베였다.

 

1장 - 세한도-김정희, 사마천, 공자

2장 - 대수욕도 -세잔, 메를로 퐁티

3장 - 묘석도 -팔대산인, 선불교

4장 - 자화상 -베이컨, 들뢰즈

5장 - 코로 -모르트퐁텐의 추억, 베르그송

6장 - 민중을 이끄는 자유 -코로, 파리 코뮌

7장 - 세상의 근원 -쿠르베, 여성의 몸

8장 - 수태고지 -프라 안젤리코, 르네상스 원근법

9장 - 구두 -고흐, 하이데거

10장 - 포토몽타주 - 하트필드, 벤야민

11장 - 기억의 지속 - 달리, 아도르노

 

# 철학자의 지성은 미술가의 감각에 비해 느리고 철학자의 구상은 미술가의 상상력에 비해 공허하다. 책 한 권보다 그림 한 장의 충격과 경탄이 더 강렬한 경우가 많다. 그래서 철학자는 미술을 사랑하지 않을 수 없다. 그러나 철학은 그림의 강렬한 느낌에 다시 언어를 부여해서 그림이 스스로 말하게 한다. 6.

 

# 벗이 먼 곳에서 찾아오면 또한 반갑지 아니한가. -논어 제 1장 중-35.

 

# 온 우주는 색으로 되어 있다. 심지어 나 자신도 색으로 되어 있다. -세잔- 54.

 

# 원래 철학은 ‘나도 알고 너도 아는 얘기를 너도 모르고 나도 모르게’ 하는 특징이 있다. 그런데 들뢰즈는 특히 더 어려운 사람이다. 원래 미친 사람들의 세계를 이해하는 것은 어렵다. 98.

 

# 동아시아 신화에 보면 태초에 ‘혼돈’이 살고 있었다. 혼돈은 눈, 코, 입, 귀가 없는 상태이다. 그래서 누군가 눈, 코, 입 등에 구멍을 뚫어주고 규정을 해주니 혼돈이 죽었다는 얘기가 나온다. 즉 혼돈은 단순히 무질서가 아니라 아직 규정되지 않았다는 의미로 이해해야 한다. 104.

 

# 예술이 수수께끼인 이유는 질문은 있으나 답이 없기 때문이다. 3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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