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사실 ‘언니’라고 부를 줄 모르던 사람이었다. 또래보다 덩치가 커서 누가봐도 동생으로 보이지 않았고, 특별히 친족관계가 아닌 이상 부르고 싶지도 않았다. 크면서는 언니보단 오빠들에게 관심을 두었다. 대학가서 과특성상 월등히 여자들이 많았다. 그래도 꼬박꼬박 선배라고 했지 사적으로 친해져도 언니 소리가 안나왔다. 회사 들어가서도 선배 또는 동긴데 나이가 많으면 누구씨로 퉁치며 나름 존중한다 생각했다. 애들 생기고 학부모 모임에서도 나이가 많든 적든 누구엄마라고 불렀다.
그런 내가 언니를 입에 단 계기가 있다. A는 나보다 한 살 많고 B는 나랑 동갑이었다. 먼저 친해진 A가 한살차이인데 그냥 부르라고 해서 애들 이름을 각자의 이름인양 퉁쳐 불렀다. 말도 놓았다. 편하게~ 셋이서 함께 식사자리에서 B는 깍둣이 언니 대접을 했고 A는 서스럼없이 언니가 되었다. 그날 나는 너무 놀랐다. 그 후 다른 모임에 나갔더니 나이가 많으면 서스럼없이 언니언니 하는 모습을 목격했다. 내가 모임에 녹아들지 못한 것이 바로 그 호칭 문제였던 것이다. 얼마나 내가 재수없었을까? 그 후 나도 바로 언니라고 부르기 시작했다. 흔한 말로 족보 꼬일 염려도 없고 편하다.
친언니는 없지만 동네 언니들과의 희노애락이 이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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