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안이 어떻게 사람을 파괴하는지 단적으로 보여주는 소설이 아닌가 싶다.
아무런 일도 일도 일어나지 않을 때는 모른다. 자신의 상태가 어떤지, 주변 사람들은 어떻게 살고 있는지 들여다보기 보다는 그저 이런 평화가 늘 유지되기만을, 이렇게 지내다보면 유지될 것 같은 착각에 빠진다.
지금 나는 책을 읽고 있으니까 이 상황이 보이지만 사건속에 있는 사람은 보이지 않는다. 쉽게 누군가의 한마디에 흔들리고 걷잡을 수 없는 감정의 소용돌이로 빠진다. 빠질수도 있다. 어떻게 나오느냐를 궁리하던가 차라리 견뎌내지. 들춰내서 주변을 불사르고 나혼자 남는 이가 있다.
얼마전에 읽은 안나 카레니나도 불안에 못이겨 몸을 던지지 않았던가?
처음에는 이 사람의 모습에서 내가 보여서 가엽기도 하고 부끄럽기도 했는데 나중엔 화가 났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