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시간의 시작.
울림을 주는 멋진 말이다. 그저 끝없이 흘러가는 시간 속에 매월 '시작'이라는 마디가 있다고 생각할 수 있다니.
새로운 일이라는 말에 살며시 마음이 동했다.
새로운 일이 생기면 나에게도 새로운 시간이 시작될까? 지금까지와는 전혀 다른 새로운 세상에서.
p.34
"······재미란 뭘까?"
혼잣말처럼 중얼거리는 나에게 사쿠는 조금도 고민하지 않고, 마치 처음부터 답이 정해져 있었던 것처럼 말했다.
"하는 쪽도 즐겁고 보는 쪽도 즐거운 거지!"
나는 당황하며 질문했다.
"응? 달도 즐거워한단 말이야?"
"물론이지. 지구에 있는 사람들이 온통 달의 리액션을 보면서 흥분하잖아."
p.95
"······달은 말이야, 자기가 저렇게 빛나고 있는지 모를 거야. 알려주고 싶은데."(...)
"내가 봤을 땐 너도 빛나고 있어. 근데 너는 모르지."
"내가?"
"그래. 퐁은 자신을 뭘 해도 잘 안 되는 사람이라 생각할지 모르겠지만, 나는 친구로서 너를 자랑스럽게 생각해. 혼자 도쿄에 가서 누구의 도움도 받지 않고 지내고 있고, 포기하지 않고 꿈을 쫓고 있잖아. 멋져 퐁은"
"그건······ 그건 꿈을 못 이뤄서 그런 거잖아."
"그러면 안 되는 거야? 꿈을 가지고 있다는 것 자체가 그 사람을 빛나게 하는 거라 생각해."
p.114
한번 사라졌다고 생각했던 달이 새로운 시간을 가져와 키워나간다.
그렇게 반복된 날들을 우리는 함께 살아간다.
들릴지 어떨지 알 수 없는 작은 목소리로 나는 이렇게 중얼거렸다. 다정하게.
"고마워, 지요코 님."
p.175
나는 자리에서 일어나 진 군의 등뒤를 살포시 감싸안았다.
이제 알았거든.
이렇게 서로의 몸을 안고 있으면 마음이 놓인다는 것을. 문제가 해결되지 않더라도, 그냥 내가 여기에 있어도 된다는 포근한 마음이 차오르는 것. 병원에서 엄마가 나를 끌어안았을 때를 떠올렸다.
나는 그것이 필요했던 것이다.
p.234
"당연하게 주어진 다정함과 애정은 웬만큼 조심하지 않으면 무미건조하게 느껴지고 말지. 투명해져 버리는 거야. 그건 고독보다도 훨씬 쓸쓸한 일일지도 몰라."
p.267
어떤 상황도 우리는 좋고 나쁨을 곧바로 판단할 수 없을지 모른다.
사건은 언제나 그냥 일어나기 마련이므로. 그러므로 우리는 우리에게 일어난 일이 스스로와 모두에게 '좋은 일'이 되기를 바라고, 믿고, 행동할 뿐이다.
p.29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