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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날 문득 어른이 되었습니다 - 마스다 미리 산문집
마스다 미리 지음, 권남희 옮김 / 이봄 / 201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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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스다 미리 남녀 공감단 3가 되어 오랜만에 읽은 마스다 미리의 작품이번에는 만화는 아니었고 짤막짤막한 그녀의 세상이야기를 담은 산문집이었다여전히 길고 복잡하지도 않으면서도 마음의 깊은 곳을 푸욱 건드리는 그녀의 이야기에 푹 빠져서 읽었다.

 

특히 공감이 갔던 이야기 두 개.

 

 최근 2개월 동안 평일에는 거의 일정이 차 있어서 집에 붙어 있을 새가 없었다.

일정 중에는 친구와 점심 먹기나 피아노 배우기병원 가기처럼 작업과 관계 없는 것도 있었지만이런 날들이 계속 되니 여유롭게 생각할 시간이 없구나 싶어서 불안해졌다.

 생각하는 일은 중요하다.

 아무리 사소한 일이어도 마음에 걸리는 게 있으면 내 속에서 돌아볼 시간이 필요하다(중략)

 그래일정을 넣지 않는 날을 미리 일정에 넣어두면 되지 않을까?

 나는 달력을 책상에 올려놓고 한 주에 이틀일정을 넣지 않는 날을 만들어보았다일주일에 이틀은 생각을 하거나 자리잡고 앉아 일을 하거나멍하니 있거나책을 읽는 날로 하자물론 주말은 별도기본적으로 주말은 쉬는 날로 정하고 있으니까.

 일단 적어두면 의외로 어떻게든 되는 법이라,

 “그날은 약속이 있어서.”

 라고 하며 다른 날을 잡게 될 것이다.

 오호라이거 괜찮네내년 달력에도 미리 일정을 잡아놓아야지나는 펜을 들고 일정을 넣지 않는 날을 일정에 쓱쓱 넣었다이것으로 오케이간단한 일이었다시간이란 것은 거침없이 흘러가지만그러나 스스로 만들 수도 있다달력을 바라보고 있으니묘하게 편안한 기분이 들었다. 23-25p

 나도 항상 매일매시간매순간을 뭔가 유용하게 또 즐겁게 만끽하기 위해 항상 노력하는 면이 있다뭔가 해야 하고누군가를 만나야하고새로운 것을 배워야 한다는 정신적인 압박에 시달린다고 해야할까? 여전히 그것이 나쁘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열심히 집중하지 않으면 아무것도 재밌지 않다게임 마저도 대충 대충 하면 아무 재미없듯이 인생 역시 마찬가지라고 생각한다결과가 어떻든 치열하게 부딪힐수록 재미있을 것이라고 생각하며 살고 있다.

 그렇지만 가끔 정신적으로 지칠 때가 있다. 배터리가 방전되어버린 것그러면 갑자기 집 밖으로아니 방 밖으로도 나서기 싫어진다친구도 가족도 만나고 싶지 않고 나 혼자 내 시간을 온전히 보내야 회복이 된다

 이제는 방전되기 전에 미리미리 마이 데이 – 나와 무엇을 하는 것이 아니라 나의 생각을 온전히 맞을 수 있는 시간을 정해놔야겠다.

 

 

그리고 또 하나.

평소에는 잊고 지내다가이를테면 자전거를 타고 역에서 집까지 달릴 때 같은그런 날마다의 평범한 일상 속에서 문득 누군가가 애정이 담긴 한마디를 건네주던 기억이 소중하게 떠오른다.

 대부분 아주 사소한 일이다.

 저녁 반찬을 나눠주러 온 이웃집 아주머니는 부엌에서 그림을 그리고 있는 내게,

 “그림을 참 잘 그리는구나아줌마는 그렇게 못 그리는데.”

 언제나 칭찬해주었다. (중략)

 친척집에서 열이 났을 때 차가운 수건을 이마에 올려주던 아주머니의 파 냄새 나던 손자전거를 타다 굴러서 울고 있을 때 도와준 마침 지나가던 언니의 다정한 목소리아버지나 엄마뿐만이 아니라 많은 바깥세상 사람들이 어린 내게 마음을 써주었다그런 많은 애정이 담긴 한마디의 힘이 어른이 된 내게는 가득 차 있다그래서 나는 괜찮다뭐가 괜찮은지는 모르겠지만... 그런 생각을 하다보면 자전거 페달을 밟는 발걸음이 갑자기 가벼워진다147-149p

 나도 나에게 보내진 소소한 애정어린 한 마디들을 차곡차곡 마음에 담아두고 있다[247. 운 좋은 사람을 만드는 아주 사소한 습관들]에서 자신이 운이 좋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은 좋은 일들을 주로 기억하듯이 남들이 한 안 좋은 말들을 곱씹기 보다는 빈말이었을 수도 있지만 나에 대해 했던 좋은 말들을 계속 되새김질 하는 편이다.

 

 몇 가지 기억나는 것들을 좀 적어보면...

너는 힘든 상황이 되어도 털고 일어날 수 있을 것 같아’ ‘너는 10년 후에 모든 사람들이 부러워할 만한 사람이 될 거다.’ ‘넌 아마 어떤 일을 했어도 다 잘 했을 거야’ ‘너의 주변에 좋은 사람들이 모여서 이상하다고 했는데.. 그건 니가 그만큼 좋은 사람이라 그런거야~’ 등등

 

 그런 기억들을 곰곰이 떠올리다보면 마음 안쪽에서 뭔가 따뜻한 알맹이가 생기는 것 같다. 그로부터 온기가 온몸으로퍼져나가는 것 같은 느낌이 든다엄청 추운 날 따뜻한 차를 마시면 목 뒤로 따뜻함이 넘어가면서 가슴까지 퍼져나가는 느낌과 비슷한데 그 시작이 명치께랄까후우... 지금도 떠올리면서 기분이 또 조금 좋아졌다언제든 나에게 기운을 조금 나누어주는 보조 배터리랄까?

 

 다들 이런 소중한 기억들을 열심히 기억하고 또 되새겨보자나는 그런 이야기 들어본적 없어!! 라고 생각하는 분은... 솔직히 말하면 정말로 들어본 적이 없는 것이 아니라 부정적인 사람이라서 좋은 소리 보다 안 좋은 소리들만 기억해서는 아닐까?

 나에게 들어온 좋은 소리들은 빈 말이었을 거야’ 등의 이유로 처내고 안 좋은 소리만 진실을 말해준 것이라고 생각하고 되새김질 하고 있는 사람은 아닌지 생각해보시길 바란다. 그리고 빈 말이었으면 어때나만해도 빈말아부성 발언을 할 때 거짓을 이야기하기보다는 진실에 약간의 과장으로 간을 하고 이야기하는 편이다그 정도는 진짜라고 믿어도 되지~

 여전히 마스다 미리의 작품은 사람들의 마음을 훅훅 넘겨보는 느낌이다내 마음도 한 쪽내 친구의 마음도 한쪽내 언니내 선배... 자신의 아주 안쪽에 있는 마음을 너무 질척질척하지는 않게 적어내리는 솜씨는 대단한 것 같다그래서 그만큼 공감이 가는 것이겠지함께 나온 나의 우주는 아직 멀다도 읽어봐야지~

 

 

- 마스다 미리의 여자공감 만화 시리즈

[47. 결혼하지 않아도 괜찮을까?]

[52. 내가 정말 원하는 건 뭐지?]

[186. 아무래도 싫은 사람]

[187. 수짱의 연애]

 

 

- 마스다 미리의 가족 에세이 / 만화

[238. 그리면 그릴수록 그리운 그 여자, 엄마라는 여자]

[239. 다가가면 갈수록 어려운 그 남자, 아빠라는 남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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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흔, 뱃살과의 전쟁 - 몸 좀 되는 남자들 전성시대
우에모리 미오 지음, 이소영 옮김 / 스타일조선 / 201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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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마흔 게다가 남자들의 뱃살과의 전쟁을 위한 책인데, 이것 참 당황스러울 정도로 나에게 도움이 많이 되었다.

 일단 내가 생각하고 있는 일반적인 다이어트 방법들의 문제점을 콕콕 찝어주었다. 운동 만으로, 식단 조절 만으로 하는 다이어트의 문제라던지, 건강한 다이어트를 하면 다이어트를 그것으로 손 털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도 그렇고.

 또 나 역시 머릿속에서는 바른 자세(배에 힘을 주고 등을 편 것) 만으로 칼로리 소모가 늘어날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이렇게 딱딱 수치를 제공해주니 그 마음에 확실한 근거를 제공해주었다. 그리고 바른 자세를 하는 것 만으로도 허리 둘레가 줄어들고, 가슴은 커보인다~ 라고 생각했는데, 단지 그렇게 보이는 것 뿐만 아니라 실제로 사이즈가 준다는 이야기에 깜짝 놀랐다. 그래서 시도를 해봤더니 1인치 정도가 감소! 우와~ 하면서 지금도 배에 꾸욱 힘을 주고 있다. 과거에 뚱뚱했을 때도 그렇고 지금도 그렇고 고무줄 바지/ 치마를 좋아했는데 이제는 일부러라도 지퍼가 있는 바지를 입으면서 하루에 한 번 씩이라도 배에 힘을 주어야지~.

 

 

 아무리 시간을 들여 건강한 방법으로 살을 빼도 운동을 그만두는 순간부터 몸은 예전으로 돌아가기 시작한다.

 “욕심부리지 않고 한 달에 1kg 씩만 빼지 뭐!”

 이렇게 생각하는가? 유산소 운동의 함정은 그것과는 전혀 다른 문제다.목표를 달성한 후 운동을 그만둘 것이라면 차라리 빨리 궤도를 수정해야 한다. 무리 없이 지속할 수 있는 방법을 찾는 것만이 우리가 가야할 길이다. 60p

 

 

 크아~ 명언이다. 내가 맨날 맨날 강조하는 평생할 수 있는 다이어트가 바로 이거거든~ 먹고 싶은 거 먹고 할 수 있는 운동하고 조금씩 체력이 되는 만큼 활동을 늘리고 있다. 평생할 수 있냐고 물어본다면 오브 코어스~ 당근이지!

 

 뱃살을 위한 책이기 때문에 올챙이 배인 분들~ 쉽게 할 수 있는 운동을그림까지 그려가면서 쉽게 설명 되어있으니 읽으면서 실천 한 번 해보시고! 올챙이 배 뿐만 아니라 극단적인 다이어트 방법으로 한 번에 끝내려고 하시는 분들에게도 추천. 극단적인 방법으로는 절대 안 된다는거~ 무리 없이 지속할 수 있는 방법이 최고라는 거를 잘 알려준다!! 제발들 좀 알아줬으면! 건강하고 행복한 다이어트합시다!

 

 

다이어트하는 닥터, 다닥 유현의 다이어트 독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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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병호의 군대 간 아들에게
공병호 지음 / 흐름출판 / 201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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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열심히 사는 아버지가 아들에게 들려주고 싶은 이야기이니 만큼 읽는 사람에게 도움이 되었으면, 더 잘 살 수 있게 해줄 수 있었으면 하는 진심이 느껴지는 책이다.

‘군대 간 아들’에게라고 제목은 붙여져 있기는 하지만 군대 이야기만 하는 건 아니다. 군대에서부터 끌어낸 사회생활, 연애, 정치, 사상 등 여러 삶의 이야기를 전부 담고 있다.



 요즘은 기대체감의 시대이다. 취업난에 불황이 더해지면서 청년들의 어깨도 축 처지고 말았다. 스스로 꿈을 향해 나아가는 것을 사치스럽게 생각하거나 자신에게 가능하지 않은 이야기라고 받아들이는 청년들이 늘어나고 있다. 그래서인지 “우리는 정말 운이 나쁩니다.”라든가 “우리 세대에게는 더 이상 기회가 남아 있지 않아요.”라고 말하는 청년들을 자주 만난다.

 포기하는 청년들이 늘어나는 이유는, 직장을 구하기가 워낙 힘들고 눈앞의 과제들을 하나둘 손에 꼽아보면 도저히 해결할 엄두가 나지 않기 때문일 것이다. 스스로도 그렇게 여기고 싶어 하고, 부모님들도 자주 그렇게 말하고, 언론에서도 그런 주장들이 반복해서 나온다. 그러다 보니 어느 사이엔가 스스로를 "세태에 밀려 기회를 잃어버린 억울한 낙오자"로 생각하는 젊은이들도 늘어나고 있다. 같은 이야기라도 반복해서 듣다 보면 깊은 생각을 해볼 겨를도 없이 남의 이야기인지 자기 이야기인지 모를 정도로 동화되어버리기 쉽다. 현재의 젊은이들이 그런 모습이다.87-88p


 “자유롭지만 비참해질 수 있다.”는 말은 참으로 명언이다. 구약에 등장하는 출애굽기에는 노예로 살던 이스라엘 사람들이 이집트를 떠나는 전후 이야기가 잘 그려져 있다. 이집트 치하에서 그들은 노예처럼 취급받고 있었지만 빵은 주어졌다. 아이러니하게도 탈출 후 자유를 얻게 되었을 때 그들 가운데 자유보다는 오히려 빵이 보장되던 시절을 그리워하는 사람들도 많았다.

 시장경제 체제에서 인간은 자유로운 삶을 살 수 있지만, 그만큼 쉽게 비참해질 수도 있다. 누구도 빵을 공짜로 주지 않기 때문이다. 타인의 간섭을 받지 않는 자유에 대한 대가는 누군가의 선의에 기대지 않으며 빵을 달라고 애걸하지 않는 것을 의미한다. 또한 스스로 비참해지지 않기 위해, 그리고 과거보다 나은 미래를 만들기 위해 노력해야 함을 의미한다. 211-212p


 청년들 중 일부는 마치 다 살아본 것처럼 성급하게 인생에 대한 판단을 내려버리는 이들도 있다. 그러고는 “우리 세대는 더 이상 기회가 없어요.” “우리 세대가 겪는 어려움은 이전 세대가 겪은 것과는 차원이 달라요.” “우리에게 무슨 희망이 있습니까?” 라고 말한다.

 지난 30여 년을 되돌아보면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기회를 만들어낸 사람들의 삶은 몰라보게 좋아졌다. 나는 누구에게나 세상의 주역이 될 가능성의 문이 열려 있다고 생각한다. 특히 청년들의 경우에는 더더욱 그렇다. 따라서 출발선부터 ‘우리 세대’라는 모호한 용어로 기회를 잡을 가능성을 거부해버리는 것은 올바른 선택이 아니다. 단, 그런 가능성의 문이 열려 있는 사람에게 필요한 것은 바닥부터 시작해서 차곡차곡 하나씩 삶의 경험을 쌓아가겠다는 굳건한 믿음이다. 223-224p


 얼마 전에 타계한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제임스 뷰캐넌 교수는 ‘공공선택이론’을 발표한 적이 있다. 이 이론은 정치가나 관료들은 공익을 위해 일을 해야 하지만 많은 경우 그들 역시 재선과 권력의 추구 때문에 사적 이익을 극대화하게 된다는 주장을 담고 있다. 그들에게 있어 사적 이익의 극대화란 현재의 적자를 감내하더라도 자신에게 표를 던질 수 있는 유권자에게 혜택을 주는 정책을 사용하기를 원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선진국에 가까울수록 국내총생산 대비 국가부채의 비중이 현저하게 높아지는 것이다. 제임스 뷰캐넌 교수가 제시한 ‘적자 속의 민주주의’라는 용어는 이런 현상을 정확하게 말해주는데, 지금 선진국들이 처한 현실과 꼭 같다. 민주주의를 채택하고 있는 나라라면 점점 더 국가부채 규모를 키워갈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불황과 같이 단기적인 고통에 아우성을 치는 시민들과 언론의 목소리를 외면할 만큼 담력이 강한 정치인이나 관료는 사실상 찾기 힘들다. 그래서 미래에 부작용이 충분히 예상되더라도 단기적인 고통을 완화하는 경기부양책을 반복적으로 사용하게 된다. 이 과정에서 막대한 국가부채가 누적되고, 풀린 돈 가운데 상당 부분은 낭비되고 만다. 281-282p



 이런저런 좋은 내용을 많이 담았지만, 책의 서두에서도 경고(?)했듯이 아버지의 말이라 잔소리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그리고 비슷한 내용에 비슷한 구성이 몇 차례 반복이 되면서 술 취한 아빠의 이야기를 듣고 있는 느낌도 잠깐 들었다.


 그래도 역시 얻을 것은 많다. 내가 거의 신봉하는 ‘극한까지 밀어붙이기’를 작가도 추구하고 있었다. 게임도 집중해야 재미있듯이 삶도 치열하게 집중할수록 재미있다는 것. 정말 집중하고 치열하게 매달리면 결과와 상관없이 즐거울 수 있다.

 책임의 이야기도 좋았다. 부모의 사소한 행동으로 아이들을 망가뜨릴 수 있다. 그 중에 하나가 그놈의 나쁜 친구 타령.


 아이들이 무슨 잘못을 해서 학교에 불려온 부모가 가장 많이 하는 변명은 “애는 착한데 친구를 잘못 만나서..”이다. 나는 이런 변명은 자식을 두 번 망가뜨리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사람은 누구나 자신의 선택에 따른 결과와 잘못에 책임을 지고 인정하는 자세를 가져야 한다. 그런데 자녀에게 어떤 문제가 생겼을 때 그것을 자녀 스스로 책임지게 하는 것이 아니라 그저 다른 사람을 탓하며 면피에만 급급한 모습을 보인다면, 그것은 아이가 스스로 저지른 일에 대한 책임을 질 기회를 부모가 박탈해버리는 것이나 매한가지다. 이런 부모 옆에서 아이는 남을 탓하는 방법만을 배울 뿐이다. 200p


 내 자식이 나쁜 친구를 사귀어서 물들었다고 생각한다면, 우선 나쁜 친구를 사귄 것에서부터 내 자식의 잘못이 분명히 있는 거다. 나중에 나쁜 친구 탓을 하는 엄마가 되지 말아야지! 자신의 행동에 책임을 질 수 있는 자식새끼를 기르기 위해서라도!


 그리고 이 책은 고맙게도 완벽한 상태에서 시작을 하고 싶어하는 나를 혼내주었다. 위즈돔을 열어야지 생각을 하면서도 아직 부족한 점이 많아서 조금 더 채워지면, 조금 더 준비가 되면 이라는 식으로 계속 미루고 있었다. 그런 나를 정신차리게 해준 구절.


 사람들이 하는 가장 흔한 오류는 완벽하게 준비된 상태에서 일을 시작하겠다고 마음먹는 것이다. 하지만 완벽한 준비라는 것은 존재하지 않는다. 최고의 엘리트들이 모여서 오랫동안 구상한 전쟁계획조차 첫 총성이 울리는 순간 엉망이 되어버리고 만다. 다른 계획이나 준비들도 대부분 마찬가지다. 따라서 준비를 완벽하게 한 후에 시작하겠다는 생각은 실패를 반복하게 할 뿐이다. 그런 악순환의 고리를 끊어버리는 일은 복잡하거나 어렵지 않다. 어떤 일을 해야 한다고 판단한다면, 그 일을 큰 덩어리로 정리하고 이를 잘게 나눈 다음, 쉽게 마무리할 수 있는 작은 조각부터 시작하면 된다. 37p


 이번에 집에서 벤치프레스를 조립하면서 직접 느꼈다. 처음에는 못할 것 같고 막막했는데 그냥 바로 앞에 있는 일 하나씩 해결하다보니 완성이 되어있었다. 삶에서도 크게 다르지 않겠구나! 작은 것부터 할 수 있는 것부터 해봐야지!


 이 책을 다 읽고 난 느낌은 좋기는 좋은데... 정도?

 군대를 가지 않는 여자라서 그런지도 모르겠다. 군대 생활 그리고 얻을 수 있는 것에 대해서 조금 더 구체적으로 들어갈 것이라고 기대했던 것 같다. [108. 웨스트포인트처럼 하라]에서 나왔던 육군 사관학교 이야기처럼 군대에서 겪을 수 있는 상황들, 그리고 그런 상황에서 얻어낼 수 있는 점들이 나올 줄 알았는데, 그보다는 조금 더 원론적인 내용이다. 

 그러고서 제목을 다시 읽어보니 ‘군대를 가는 아들’이 아니라 ‘군대를 간 아들’이다. 아!! 군대를 가는 사람의 경우 조금 더 실제적인 조언이 필요할 수 있지만 군대를 이미 가 있는 사람은 이미 몸으로 이런저런 경험을 하고 있을 테니까. 구체적인 조언보다 마음을 움직이고, 또 저 안쪽에 숨어있는 진짜 고민타래를 풀어주는 것이 도움이 되겠구나!


 군대를 다녀왔든 가야 되는 입장이든 또 군대를 보내는 부모 역시도 읽어볼만한 책이다. 군대를 단순히 시간 낭비로 만들지 않고 인생의 반석으로 만드는 것에 보탬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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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식 지혜 경영관리 : 관리와 지도, 성공편 - 생존 8대법칙
왕밍저 지음, 전태현 옮김 / 한솜미디어(띠앗) / 200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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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노자, 공자, 손자, 장자 등 중국 고전의 내용과 함께 그에서 얻어낼 수 있는 현대적인 경영에 적용할 수 있는 지혜들을 뽑아낸다. 그렇게 어떻게 보면 뜬구름 잡는 이야기만 할 것 같으면서도 각 주제별로 현재 성공한 기업인들이 그 원칙에 따라 경영을 하고 있는 예를 보여주면서 내용을 현실로 끌어내려준다.

 이 책에서 내가 가장 마음에 새긴 것은 무위이치와 택인임세

 우선 무위이치에 대해 이야기해보면, 나는 관리자라면 더 많은 것을 하는 사람이라고 착각을 하고 있었다. 하지만 상관이 너무 이것저것 다 하려고 하면 오히려 아래의 사람들의 잠재력을 끌어내 줄 수 없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만일 관리자로서 의식적으로 개인의 공을 세우려 시도한다면 이름을 날릴 수 있는 모든 기회를 자신이 독점하고, 소속 구성원들에게 주지 않을 것이다. 그 결과 집단의 힘이 생길 수 없다. 만일 관리자가 소속 구성원들에게 많은 일을 시켜 놓고 그 업적을 빼앗아 자기 것으로 만들려 한다면 구성원들은 원성을 터뜨리며 다시는 바보노릇 안 하겠다고 맹세하리라. 그 결과 집단의 사기는 바닥을 치게 된다. 이것이 바로 관리자의 ‘유위’로 집단의 ‘무위’를 초래한 사례이다.

 반대로 관리자로서 개인의 업적을 쌓으려는 의도를 버리고, 단지 구성원들이 하는 일을 적극 받들고 지원해 주는 것만을 자신의 직책으로 여긴다면 성공할 확률이 높고 성취감은 더 두드러질 것이다. 그 결과 구성원들의 열정이 드높아 ‘무위’의 성과가 돋보이게 된다. 61-62p


 이 책의 제일 첫머리에 놓일 만큼 중요한 원칙인데, 나는 이 책을 읽기 전까지는 전혀 이런 방식으로 생각하지 못했었다. 관리자라는 것은 공을 제일 많이 쌓는 사람인 줄 알았는데, 공을 쌓으려는 의도를 버려야 더 성과를 낼 수 있다고 한다. 계속 되새기지 않으면 내 머리에 미리 자리 잡아있는 선입견이 다시 치고 올라올 듯. 관리자는 무위, 관리자는 업적을 쌓으려 하면 안 된다.

 이 책을 읽기 전 친구에게 그가 겪었던 상사 이야기를 들었다. 그는 조용하고 부하직원들의 이야기를 잘 들어주었고, 또 부하직원들이 어떤 아이디어를 생각해내면 그것을 잘 이끌어 빛을 보게 만들고, 그것이 성공하면 그 공을 각각의 부하직원에게 돌아가게 했다. 나는 그 당시에 들으면서는 그것이 좋은 리더의 모습인지 고민했었다. 친구가 그 상사 덕에 온 직원이 활기에 차서 더 열심히 일을 하게 되었다는 이야기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이 책을 읽으면서야 '아, 그 분은 무위로 성과를 끌어내는 분이었구나.' 하는 생각을 할 수 있었다. 왜 바보같이 친구의 말을 들을 때는 제대로 입력이 되지 않았던 것이 책을 읽으면 귀에 들어오는 것일까. 다음부터는 대화를 하면서도 제대로 머리와 마음을 열고 해야겠다는 반성을.


 다시 책으로 돌아와서, 택인임세로 표현된 인재 등용에 관한 이야기. 나는 인재라는 것은 어느 곳에서 어떤 일을 하던 빛나는 재능을 가진 존재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그런데 이 책을 읽으면서는 각각의 사람이 모든 덕목을 갖추지 않고서도 충분히 인재가 될 수 있으며, 그러한 인재가 되고 못 되고는 결국 그를 쓰는 리더 나름이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조조가 반포한 세 차례의 <구현령>은 많은 사람들로부터 고대 인재를 사랑하는 가장 전형적인 문건으로 추대받았으며 후세의 인재들이 좋은 시대와 주인을 만나지 못한 것을 평생 원망하는 근간이 되었다. (중략) 건안 15년 봄에 반포한 <구현령>에 “만일 청렴한 선비만 쓰려 한다면 제나라 환왕이 어찌 패주로 될 수 있었겠는가? 나는 오직 재능 하나만을 보고 여타 조건 없이 다 선발해 쓸 것이다.”라고 하였다. 153p


 각자의 재능에 따라 인재를 써야 한다. 머리가 빨리 돌아가고 경험이 많은 사람은 구매원으로 쓰며, 사교성이 좋고 통달한 사람은 판촉원으로 쓰고, 젊고 온순하고 예절이 바른 사람은 판매원으로 쓰며, 젊고 멋지고 민첩하고 교제를 잘하는 사람은 공공행사 요원에 쓰고, 계산이 빠르고 빈틈없이 일을 처리하며 세심한 사람은 재무부서에 쓰며, 엄격하고 개인 사정을 안 봐주는 사람은 기업관리에 쓰고, 노련하고 정중하며 부지런한 사람은 창고관리 등에 써야 한다. 174-175p


 사람마다 장점과 단점이 있다. 만일 장점을 살리고 단점을 묻어두면 인재로 탈바꿈할 수 있고, 반대로 장점을 묵살하고 단점을 살리면 폐물이 될 수 있다.

 기업 총수로서 만일 인재가 보유하고 있는 두드러진 장점을 살리지 못한다면 그것은 인재에 대한 유린과 회멸일 뿐만 아니라 국가사업에 대한 유린과 회멸이며, 아울러 자신의 덕성이 부족하다는 반증이다. 177p


 결국 자기에게 인재가 없음을 탓할 것이 아니라, 사람들을 적재적소에 배치하지 못함을 탓해야 하는 것이다. 그런데 각각에 잘 배치하기 위해서는 역시 자신과 함께 일하는 사람들에 대해 잘 아는 것이 우선이겠지. 나의 장점을 살려주는 윗사람을 만나고 싶다는 마음이 들지만 그것은 내가 어떻게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내가 그렇게 장점을 알아주고, 그 잠재력을 전부 발휘할 수 있게 도와줄 수 있는 사람이 되어야겠다. 그것이 결국에는 나 자신을 위하는 길이니 말이다.


 아직은 경영을 실천에 옮길 수 있는 입장이 아니지만, 오히려 그래서 그런 입장이 되기 전에 이 책을 읽게 되어서 다행이다. 경영 관리에 대해서 잘못 생각하고 있는 부분들이 너무 많았고, 그 생각들이 잘못되었다는 사실조차 모르고 있었다. 이천년을 넘게 살아남아온 고전의 지혜들과 그 현대적 해석으로 많은 착각들을 털어낼 수 있었다. 이렇듯 유용한 책이기는 하지만 책이 그 내용을 효과적으로 전달하고 있는 지는 의문이다. 우선 어려운 단어들, 한문에 관해서 잘 알지 못하는 나는 나열된 단어들의 뜻을 이해하는 데 한참이 걸린 문장도 꽤 있었다. 그리고 중요한 주제라 강조하기 위해서 반복을 하는 것은 알겠지만, 그 반복이 너무 많아서 약간 지루하게 느껴지기도 했다. 또 '첫 번째-, 두 번째-' 이런 식으로 나열해 놓은 것이 각 장마다 하나씩도 아니고 각장의 챕터마다 거의 하나 씩 있었던 것 같다. 다 중요하다고 이야기 하니까 막상 그래서 제일 중요한 게 뭔지는 모르겠더라. 그런 단점이 있기는 하지만, 인재와 마찬가지로 책도 읽기 나름. 여러 고전들에서 경영에 관한 에센스만 뽑아놓은 이 책이 유용하게 써먹을지 아니면 그냥 그저그런 책으로 넘길 지는 결국 읽는 독자에게 달린 것. 경영과 관리에 대한 가장 근본적인 신념을 바로잡아 줄 수 있다는 큰 장점을 지닌 책이니, 다들 잘 이용해보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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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와 함께한 마지막 북클럽
윌 슈발브 지음, 전행선 옮김 / 21세기북스 / 201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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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드디어 다 읽었다. 처음에 이 책을 읽기 시작했을 때 나는 ‘암투병하는 엄마와 아들 간의 북클럽’이라고 해서 나도 모르게 굉장히 어린, 나이가 많아도 청년 정도의 아들을 상상하고 읽었다. 그래서 반항기를 겪던 아이가 어머니의 질병을 알게 되고 서로 소통하고 알아가면서 성장해서 어머니를 떠나보낸다는 조금은 식상하면서도 따뜻한 그런 가족드라마가 펼쳐질 것으로 생각했었다. 어머니와 함께한 이 아니라 ‘엄마’라고 되어있어서 그랬던 걸까? 어쨌든 몇 장 읽기도 전에 그런 나의 짐작은 완전히 잘못된 것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고, 이 모자의 북클럽은 단순히 좋은 글귀를 나누는 것에서 그치지 않고 여러 가지 삶의 문제들과 세계적으로 이슈가 되고 있는 문제들을 깊이 있게 다루고 있었다. 그래서 가볍게 읽게 되지 않았고, 이런저런 생각을 하고 또 가끔은 검색도 해보느라 읽는데 시간이 조금 걸렸다.

 당연한 이야기지만, 이 책에서 가장 크게 다루고 있는 부분은 ‘죽음’이었다. 암을 진단받은 후 치료를 거쳐 죽음에 이르기까지의 과정을 아들의 관점에서 그려져 있었다. 그렇지만 그 모습은 항상 내가 암환자하면 그리는 그런 모습들은 아니었다. 여전히 삶을 살아가고, 자신은 운이 좋다며 남을 위해서 살려고 하는 그녀는 정말 멋졌다. 그렇지만 그렇다고 액션물에 나오는 히어로처럼 무적은 아니다. 힘들어하고 약한 모습도 보이는 그녀인지라 더욱 더 마음이 갔고, 나도 이런 분을 알고 지낼 수 있었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생각까지 들었다. 그래도 책으로라도 알게 되어서 기뻤다.

 인턴으로 아산병원에서 근무하면서 죽음은 정말 도처에 널려있었다. 죽어가는 환자들도 많고, 실제로 죽음을 대하는 것도 너무나 흔해서 조금은 무뎌져버렸다.실제로 사망선고를 하기도 하고, 심폐소생술을 하면서 내 손을 멈추면 그 생명이 끝나는 상황도 몇 번이나 있었고. 그런 과정들을 통해서 생명의 소중함을 더욱 느꼈어야 하지만 오히려 나는 그렇게 죽음과 마주하고 나서도 바로 밀려들어오는 일더미 - 보통 그런 상황들로 시간을 보내게 되면, 자연히 내 일을 누가 해주는 것도 아니기에, 차곡차곡 쌓여있다 - 로 바로 눈을 돌리게 된다. 어쩌면 그래서 무뎌졌다기 보다는 그렇게 일을 하기 위해서 죽음이라는 것에 더 일부러 무뎌지려고 했었는지도 모르겠다.

 그래서 책에서 나온 암을 대하는 의료진의 모습에서 반성을 많이 했었다. 사실 병원에 그런 암을 앓고 있는 분들이 오면, 사실 신참 의사는 약간 거북하다. 우리에 비해 병원 시스템에 대해서도 더 잘 알고, 병에 대해서도 더 잘 알고, 무엇보다 우리가 뭘 잘못하는 지 너무나도 잘 캐내는 불편한 존재다. 그래서 가능한 그들과의 접촉시간을 짧게 하려고 했고, 책잡힐 일을 만들지 않으려고 했던 기억이 난다. 내가 실제적으로 그 환자들의 주치의는 아니었지만, 그래도 치료의 한 과정을 담당하고 있는 의사로서 조금은 더 사람으로 따뜻하게 대할 것을 하는 후회가 들었다. 그들의 입장에서 생각해볼 수 없었던 나는 정말 이기적이었구나. 

미국드라마“하우스”의 윌슨은 환자에게 시한부 선고를 내리면서도 고맙다는 이야기를 듣는다는 말에 나는 드라마에서나 나오는 대사라고 생각했었다. 그런데 이 책을 읽으면서 환자의 이야기를 듣다가보니, 그런 일을 해내는 의사도 충분히 있을 수 있다고 생각하게 되었다. 결국에 중요한 것은 치료보다도 상대적 약자라고 느껴지는 환자에게는 의료진의 사소한 태도이고 환자의 바람에 관심을 기울여주는 것이다. 돌이켜보면 말기환자들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라, 사소한 질환에서도 치료의 효과 여부도 중요하지만 의사의 태도에 대해서도 환자들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중요했다. 다시 한 번 반성.
 이 책을 읽으면서 죽은 사촌오빠와 아들을 잃은 숙모를 계속 떠올랐다. 죽음의 방식도 많이 달랐고 죽은 이도 달랐지만, 가장 가까이 다가왔던 죽음이라 그랬던 것 같다. 작년 사촌오빠가 갑작스러운 교통사고로 죽었다. 교통사고를 당한 후 입원을 하고 그런 것도 아니고, 그냥 바로 떠났다. 아직 초등학교도 안 들어간 딸도 두고 갔다. 사실 그냥 놀라고 안타깝다는 마음은 있었는데, 얼마 전 까지도 크게 실감은 안 났었다. 그런데 이번에 그 사촌오빠의 동생이 결혼을 하는데, 그 때야 왔다. 아, 이제 오빠는 정말 없구나. 나 말고 친척들도 다들 오빠를 떠올렸다. 특히 장남을 먼저 보낸 숙모는 차남의 결혼식으로 기쁘면서도 중간중간 눈가에 슬픔이 가득 차보였다. 폐백이 진행되면서 잠깐 밖에 나와서 쉬고 있는 숙모에게 다가갔지만, 친척들 아무도 오빠 이야기를 못했었던 것처럼, 나도 아무 말도 못하고 옆에 앉아서 손을 잡아드리는 것 밖에 못했다. 그 것 뿐이었는데도 숙모는 참아왔던 눈물이 흘러나오고 말았다. 그렇게 몇 분이 지났을까 끝까지 나는 아무 말도 못하고 손만 더 꽉 잡고 안아드렸다. 이 책에서 어떤 말을 건네야 할지 몰라도 어떻게든 그런 마음을 표현하라는 부분을 읽으면서 무슨 말이라도 건네는 것이 좋았을까하는 생각이 들었지만, 다시 그 상황으로 돌아가더라도 결국에는 입을 떼지 못할 것 같다.

 

 그 외에도 항암치료 받는 모습들을 읽으면서 영화 50/50에서 조셉 고든-래빗이 삭발하는 장면이나 토하는 장면들이 떠올랐다. 잔잔하면서도 항암치료의 이야기를 잘 그려낸 멋진 영화였다.

 또 내 자신이 죽음에 가장 가까웠던 순간도 떠올릴 수 있었다. 이제 거의 1년이 다 되어간다. 에이즈 환자의 채혈을 한 후 정리하던 과정에서 그 바늘에 내가 찔렸었다. 정말 충격적이었던 일이었지만, 돌이켜보면 아무것도 아니었다. 그 후 3주간 예방적 효과가 뚜렷하게 정립되지 않은 약을 먹으면서 토하고 설사하고 먹을 것을 입에 대고 싶지 않지만 그대로 약을 먹으면 더 아플 것을 알기에 대충 입에 쑤셔 넣었다.그 와중에도 환자는 밀려들고 일은 해야 했다. 환자들을 보다가도 내가 이제 입장이 바꿀 수도 있겠구나 하는 생각도 들고, 약은 먹으면 먹을수록 위장관을 다 헐게 만들어주겠다는 강한 의지가 느껴져서 혹시 감염되었다는 판정이 나도 그냥 약 먹지 말까하는 생각까지 들 정도였다. 항바이러스제제가 독하다는 이야기는 들었지만 확실히 먹는 것은 정말 다르더라. 어쨌든 결과적으로 나는 0.3%라는 확률을 무사히 지났다. 물론 검사 받으러가기 전날은 잠도 안 오고, 연애라도 해볼 걸 하는 후회도 했고, 검사 결과를 들으면 그 이후로 내 삶이 완전히 변할 수도 있다는 생각에 결과를 그 이후 3개월 동안이나 확인하지 못하긴 했지만, 결국 아무것도 아니었다. 그냥 잠깐 지나가는 이벤트였을 뿐.

 이 책에서 죽음이외에도 봉사나 종교, 그리고 자녀의 양육에 대해서 생각을 하게 해주었다. 특히 죽음에 다가서면서도 남을 위한 봉사에 계속 힘을 쓴 어머니의 모습을 보면서 봉사에 대해서도 새로이 생각하게 되었다. 충분히 할 수 없다는 생각이 들어서 손을 놓고 만다는 이야기. 딱 나였다. 이만큼 한다고 변하는 것도 없을 거야라는 핑계로 봉사를 미뤄왔었는데, 내가 할 수 있는 봉사를 찾아봐야겠다는 마음이 들었다. 그래서 우선 사이트(http://www.1365.go.kr/)에 가입 후 내가 할 수 있는 것을 찾아보는 중. 조금은 더 남을 도우며 살아가고 싶어졌다.

 다시 죽음에 대한 이야기로 돌아오면, 이 책을 읽으면서 죽음에 대해서 생각하고 또 생각하다보니까 죽음이 저멀리 있는 것이 아니고, 언제든 닥쳐올 수 있는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나는 예전부터 생각만 했던 일을 실천에 옮겼다. 유언장 남기기. 글로 쓸까 하다가 녹음을 해보았다. 녹음을 하는 과정에서 가족들에 대한 이야기를 하다가는 나도 모르게 눈물이 나버렸다. 그렇지만 정말 남겨보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런저런 이야기를 남기는 과정에서 더 열심히 즐겁게 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고, 내 주변 사람들과 세상 자체에 대해서 감사해야할 부분이 얼마나 많은지도 떠올릴 수 있었다.

 죽음이라는 단어 자체를 껄끄러워하고 피하고 싶어 한 나에게 죽음을 같이 들여다보면서 삶의 소중함, 내가 가지고 있는 말도 안 되는 행운들을 알게 해주어 남들을 돌아볼 수 있게 만들어준 이 책. 이 책을 숙모에게 선물하려고 한다. 아직 아물지 않은 상처를 들추는 일이 될 수도 있겠지만, 그 때 하지 못했던 말도 정성스레 적어서 함께 보내보려고 한다. 이 책의 작가에게도 그렇고 나에게도 그렇고 힘겹고 슬플 때 책이라는 것은 큰 위로를 주었으니까.


 그리고 책에게 모자간에 나눈 책들도 너무 끌리는 것들이 많았다. 이미 마음가는대로 사는 법은 주문했고, 그 외에도 안전함을 향하여, 일반적이지 않은 독자, 하루하루를 살아갈 힘, 브랫 파라, 대륙의 이동, 파리 대왕, 마음, 다른 방, 다른 경이 속에서, 여자를 증오한 남자들, 빅 머신 등. 하나씩 다 읽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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