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식 지혜 경영관리 : 관리와 지도, 성공편 - 생존 8대법칙
왕밍저 지음, 전태현 옮김 / 한솜미디어(띠앗) / 200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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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노자, 공자, 손자, 장자 등 중국 고전의 내용과 함께 그에서 얻어낼 수 있는 현대적인 경영에 적용할 수 있는 지혜들을 뽑아낸다. 그렇게 어떻게 보면 뜬구름 잡는 이야기만 할 것 같으면서도 각 주제별로 현재 성공한 기업인들이 그 원칙에 따라 경영을 하고 있는 예를 보여주면서 내용을 현실로 끌어내려준다.

 이 책에서 내가 가장 마음에 새긴 것은 무위이치와 택인임세

 우선 무위이치에 대해 이야기해보면, 나는 관리자라면 더 많은 것을 하는 사람이라고 착각을 하고 있었다. 하지만 상관이 너무 이것저것 다 하려고 하면 오히려 아래의 사람들의 잠재력을 끌어내 줄 수 없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만일 관리자로서 의식적으로 개인의 공을 세우려 시도한다면 이름을 날릴 수 있는 모든 기회를 자신이 독점하고, 소속 구성원들에게 주지 않을 것이다. 그 결과 집단의 힘이 생길 수 없다. 만일 관리자가 소속 구성원들에게 많은 일을 시켜 놓고 그 업적을 빼앗아 자기 것으로 만들려 한다면 구성원들은 원성을 터뜨리며 다시는 바보노릇 안 하겠다고 맹세하리라. 그 결과 집단의 사기는 바닥을 치게 된다. 이것이 바로 관리자의 ‘유위’로 집단의 ‘무위’를 초래한 사례이다.

 반대로 관리자로서 개인의 업적을 쌓으려는 의도를 버리고, 단지 구성원들이 하는 일을 적극 받들고 지원해 주는 것만을 자신의 직책으로 여긴다면 성공할 확률이 높고 성취감은 더 두드러질 것이다. 그 결과 구성원들의 열정이 드높아 ‘무위’의 성과가 돋보이게 된다. 61-62p


 이 책의 제일 첫머리에 놓일 만큼 중요한 원칙인데, 나는 이 책을 읽기 전까지는 전혀 이런 방식으로 생각하지 못했었다. 관리자라는 것은 공을 제일 많이 쌓는 사람인 줄 알았는데, 공을 쌓으려는 의도를 버려야 더 성과를 낼 수 있다고 한다. 계속 되새기지 않으면 내 머리에 미리 자리 잡아있는 선입견이 다시 치고 올라올 듯. 관리자는 무위, 관리자는 업적을 쌓으려 하면 안 된다.

 이 책을 읽기 전 친구에게 그가 겪었던 상사 이야기를 들었다. 그는 조용하고 부하직원들의 이야기를 잘 들어주었고, 또 부하직원들이 어떤 아이디어를 생각해내면 그것을 잘 이끌어 빛을 보게 만들고, 그것이 성공하면 그 공을 각각의 부하직원에게 돌아가게 했다. 나는 그 당시에 들으면서는 그것이 좋은 리더의 모습인지 고민했었다. 친구가 그 상사 덕에 온 직원이 활기에 차서 더 열심히 일을 하게 되었다는 이야기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이 책을 읽으면서야 '아, 그 분은 무위로 성과를 끌어내는 분이었구나.' 하는 생각을 할 수 있었다. 왜 바보같이 친구의 말을 들을 때는 제대로 입력이 되지 않았던 것이 책을 읽으면 귀에 들어오는 것일까. 다음부터는 대화를 하면서도 제대로 머리와 마음을 열고 해야겠다는 반성을.


 다시 책으로 돌아와서, 택인임세로 표현된 인재 등용에 관한 이야기. 나는 인재라는 것은 어느 곳에서 어떤 일을 하던 빛나는 재능을 가진 존재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그런데 이 책을 읽으면서는 각각의 사람이 모든 덕목을 갖추지 않고서도 충분히 인재가 될 수 있으며, 그러한 인재가 되고 못 되고는 결국 그를 쓰는 리더 나름이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조조가 반포한 세 차례의 <구현령>은 많은 사람들로부터 고대 인재를 사랑하는 가장 전형적인 문건으로 추대받았으며 후세의 인재들이 좋은 시대와 주인을 만나지 못한 것을 평생 원망하는 근간이 되었다. (중략) 건안 15년 봄에 반포한 <구현령>에 “만일 청렴한 선비만 쓰려 한다면 제나라 환왕이 어찌 패주로 될 수 있었겠는가? 나는 오직 재능 하나만을 보고 여타 조건 없이 다 선발해 쓸 것이다.”라고 하였다. 153p


 각자의 재능에 따라 인재를 써야 한다. 머리가 빨리 돌아가고 경험이 많은 사람은 구매원으로 쓰며, 사교성이 좋고 통달한 사람은 판촉원으로 쓰고, 젊고 온순하고 예절이 바른 사람은 판매원으로 쓰며, 젊고 멋지고 민첩하고 교제를 잘하는 사람은 공공행사 요원에 쓰고, 계산이 빠르고 빈틈없이 일을 처리하며 세심한 사람은 재무부서에 쓰며, 엄격하고 개인 사정을 안 봐주는 사람은 기업관리에 쓰고, 노련하고 정중하며 부지런한 사람은 창고관리 등에 써야 한다. 174-175p


 사람마다 장점과 단점이 있다. 만일 장점을 살리고 단점을 묻어두면 인재로 탈바꿈할 수 있고, 반대로 장점을 묵살하고 단점을 살리면 폐물이 될 수 있다.

 기업 총수로서 만일 인재가 보유하고 있는 두드러진 장점을 살리지 못한다면 그것은 인재에 대한 유린과 회멸일 뿐만 아니라 국가사업에 대한 유린과 회멸이며, 아울러 자신의 덕성이 부족하다는 반증이다. 177p


 결국 자기에게 인재가 없음을 탓할 것이 아니라, 사람들을 적재적소에 배치하지 못함을 탓해야 하는 것이다. 그런데 각각에 잘 배치하기 위해서는 역시 자신과 함께 일하는 사람들에 대해 잘 아는 것이 우선이겠지. 나의 장점을 살려주는 윗사람을 만나고 싶다는 마음이 들지만 그것은 내가 어떻게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내가 그렇게 장점을 알아주고, 그 잠재력을 전부 발휘할 수 있게 도와줄 수 있는 사람이 되어야겠다. 그것이 결국에는 나 자신을 위하는 길이니 말이다.


 아직은 경영을 실천에 옮길 수 있는 입장이 아니지만, 오히려 그래서 그런 입장이 되기 전에 이 책을 읽게 되어서 다행이다. 경영 관리에 대해서 잘못 생각하고 있는 부분들이 너무 많았고, 그 생각들이 잘못되었다는 사실조차 모르고 있었다. 이천년을 넘게 살아남아온 고전의 지혜들과 그 현대적 해석으로 많은 착각들을 털어낼 수 있었다. 이렇듯 유용한 책이기는 하지만 책이 그 내용을 효과적으로 전달하고 있는 지는 의문이다. 우선 어려운 단어들, 한문에 관해서 잘 알지 못하는 나는 나열된 단어들의 뜻을 이해하는 데 한참이 걸린 문장도 꽤 있었다. 그리고 중요한 주제라 강조하기 위해서 반복을 하는 것은 알겠지만, 그 반복이 너무 많아서 약간 지루하게 느껴지기도 했다. 또 '첫 번째-, 두 번째-' 이런 식으로 나열해 놓은 것이 각 장마다 하나씩도 아니고 각장의 챕터마다 거의 하나 씩 있었던 것 같다. 다 중요하다고 이야기 하니까 막상 그래서 제일 중요한 게 뭔지는 모르겠더라. 그런 단점이 있기는 하지만, 인재와 마찬가지로 책도 읽기 나름. 여러 고전들에서 경영에 관한 에센스만 뽑아놓은 이 책이 유용하게 써먹을지 아니면 그냥 그저그런 책으로 넘길 지는 결국 읽는 독자에게 달린 것. 경영과 관리에 대한 가장 근본적인 신념을 바로잡아 줄 수 있다는 큰 장점을 지닌 책이니, 다들 잘 이용해보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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