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기담집 수록 소설 중에서는 단연 무라카미 하루키 스스로가 화자가 되어 서술한 <우연 여행자>를 최고로 뽑고 싶다. 하루키의 실제 이야기라서 그런 게 아니라 실제로도 5편 중에 가장 재미있고, 어떻게 보면 5편 모두를 아우르는 기담이라고 보기 때문이다.
우리가 흔히 겪는 일상 중에 세상 참 좁다는 생각을 할 때가 있다. 단순히 우연일 뿐이지만 어떤 신비로운 자연의 조화나 신의 개입 등을 생각하기도 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서 군대에서 자신을 괴롭혔던 고등학교 동창이 후임병으로 온다던가 하는 일은 실제로도 주변에서 종종 듣는 이야기다.
우리 일상에서 일어나는 모든 사건이나 경험들은 사실상 모두 우연이지만, 그것이 기이하게 느껴져 매우 의미있게 다가오기도 하고 평범하거나 잊혀지게 되기도 한다. 그것은 우리가 그 사건이 평소 자신에게 중요하거나 관심있는 일이거나 자주 일어나지 않는 일(남에게는 자주 일어난다고 하더라도)일 경우에 우리는 `기담`과 같은 의미를 부여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모든 일은 우연이지만 그것이 새로운 의미로 놀랍게 다가오는 `우연`일 경우 그것은 남과 공유할 수 있는 이야기가 되는 것이고, 내 생각에 이것을 하루키가 단편들을 통해 잘 그려냈다고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