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제로 소풍가서 책을 읽을 때 문장이 길고 읽기 힘든 책을 가져가 읽는다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주객이 전도된 꼴이랄까. 그냥 책을 읽기 위해 소풍을 간다면 모를까, 소풍에서 책을 읽는다는 것은 차 안에서나 자기 전에 짬짬이 시간을 죽이기 위해 책을 읽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머리 식히러 가서 머리 아프게 할 이유가 없다. 이런 점에서 나는 그래픽노블 중에서도 대화가 적고 그림이 깔끔해서 눈에 잘들어오고 쉽게 읽을 수 있지만 마음에 남는 무언가가 있는 바스티앙 비베스의 작품을 추천하고 싶다.
바스티앙 비베스의 작품은 <염소의 맛>이 유명한데, 소풍가서 읽을 책으로는 내 생각에 <사랑은 혈투>가 더 괜찮은 것 같다. 남녀간의 사랑에 대한 소소한 편린들을 정말 재미있으면서도 촌철살인의 묘사로 미소를 지으며 가볍지만 가볍지만은 않게 독서할 수 있기 때문이다.